* 아래 내용은 <벗마을 이야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맞아요, 뒷북이죠...^^;
조합원 문고 이벤트
〈소소한笑訴寒 북캉스〉 후기
지난 8월 13일, 조합원 문고 〈벗들〉 이벤트로 《교실에서 날아온 별똥별》과 《트림하며 자음 공부, 사탕 물고 모음 공부》의 저자인 양영희, 안정선 벗과 함께하는 이야기자리를 마련했다.
여름휴가 막바지에, 더구나 개학을 앞둔 시점에 배짱도 좋지……. 안다.
그래서 내 눈에는 귀여운 산추(애완견)를 모델로 내세워 웹자보를 만드는 무리수까지 뒀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녀석의 외모인지라 어그로를 끄는 노이즈 마케팅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 나름 귀염상으로 찍어 봤다ㅋ.)
더구나 팥빙수와 아이스커피라는 전대미문의 당근까지 내걸었다.
허나 그 결과는……ㅠㅠ.
(북캉스 전날)
버찌# : “샘, 신청 인원 네 명이에요. 죄송해요, 그래도 진행할게요. ^^;”
안 쌤 : “아, 아니에요. 전 무산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
버찌# : ‘헐~.’
그렇다. 사실 우리는 세 명만 신청해도 북캉스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이벤트 이름을 괜히 ‘소소한’으로 지은 게 아니다. 웃고笑 씹으訴면서 ‘수업’에 대한 서로의 고민과 노하우를 나누고 수업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자는 취지였던 만큼 참석자는 열 명 이내였으면 했다. 그래야 그 안에서 깊은 관계 맺기도 가능할 게 아닌가. (그래도 여섯 명 정도는 와 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애들은 정신 연령이 초딩에 가까워서……”
첫 번째 이야기자리는 안정선 벗과 함께하는 〈두레 활동을 중심으로 한 (국어) 수업 이야기〉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참여자는 두 명. 더구나 양선형(경기 고양 동산초), 이영아(서울 숭례초) 벗은 공교롭게도 모두 초등 교사였다. 초등도 두레(모둠) 수업을 많이 하니 문제될 게 없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해 조금 우려스러웠다. 공통의 관심사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했다.
“저는 선주문 받을 때 초등 선생님들이 주문하신다고 그래서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우리 애들이 중학생이지만 정신 연령은 초등학생이라서……, 중학교 2학년 남자애들 대부분은 아마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애들만도 못 할 거예요…….”
과연! 안정선 벗의 상황 판단은 정확했다. 수업처럼 능수능란하게 제자들을 요리(?)해 버렸고 나의 우려 또한 말끔히 사라졌다.
안정선 벗이 이야기한 두레 수업의 장점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전하자면, 두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특성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국어를 예로 들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 문법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는데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영역이 하나씩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싫어하지만 실용적인 비문학 지문에 강한 아이가 있고, 독해는 싫어하는데 시집 만들기 같은 노작 활동을 잘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이 드러나면 반짝반짝 빛나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한 아이들은 ‘내가 국어를 전반적으로 못하는 게 아니구나’하고 깨닫게 된단다.
그러다 20분쯤 지나 이상대(서울 금옥중) 벗이 나타나 대화가 무르익어 갔다. 목동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그는 두레 수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수행평가’와 연결되면 문제 상황이 발생해 자연스레 포기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무임승차’하려는 아이들과 좋은 점수를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는 것이다. 처음 한두 번은 ‘재능기부’를 이야기하며 좀 부족한 두레원들을 포용하고 도와주라고 설득할 수 있지만 점수에 민감한 아이들의 반발과 항의가 빛발친다고 한다. 더구나 학부모들의 항의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평가와 연관된 두레 수업은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제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처럼 조작 아닌 조작을 해 본다. 두 번째 이야기자리인 양영희 벗의 〈학부모에게 말 걸기〉였다. 30분 간격을 두었지만 사랑방처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니 양영희 벗의 도착과 함께 두 번째 이야기자리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다시 문제 상황. 참석자들이 개인 사정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임덕연 벗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며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는 이영아 벗만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 주었다. 지못미 양영희 샘bb.)
말랑말랑한 1학년 학부모 때 교육해야!
양영희 벗은 교육과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학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얼마 전 경기도 혁신학교 연수에서 만난 교사들에게 물었더니, 갈수록 “학부모 때문에 힘들다”는 응답이 도드라진다고 했다. 학부모의 민원과 언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은 단절되고 결국 서로를 벽처럼 여긴다고 한다. 양영희 벗 또한 “《교실에서 날아온 별똥별》의 내용은 1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의 나름 성공 사례였는데, 학교를 옮기고 5학년을 맡아 보니 자신의 경험과 방법이 전혀 안 통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경쟁과 성공에 대한 강박이 이미 화석처럼 단단해져 저린 고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 안타까움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교사들이 “저는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 노력하고 있으니 어머님도 이렇게 도와주세요” 하고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 또한 교사와 함께 교육 활동을 공동으로 실천해 보는 경험을 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1학년 아이들처럼 학부모들 또한 제대로 된 학부모 교육을 차근차근 받아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올바른 교육 철학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아져 교사의 교육 활동을 지지하게 되면 그만큼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 초등생들이 엄마 다음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와 동년배인 여교사란다. 문제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다보니 엄마 같은 여교사의 교육 활동조차 아이들이 잔소리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교사인 임덕연 벗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떠세요?”
“저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죠.”
다음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그려질 것이다. 다 함께 호탕하게 웃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