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임초리 축령산자락. 시원스레 뻗은 전나무숲 한가운데 연면적 4000평 규모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애완곤충 벤처기업 ㈜킨섹트의 곤충 사육시설이다. 요즘 이곳에선 이준석(35) 대표 등 박사급 임직원 5명이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다. 애완곤충 성수기인 5월에 맞춰 애완곤충 출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왼쪽부터) 나비, 왕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 |
곤충 사육사 내 저온저장고에는 사슴벌레 번데기 수천마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현재는 볼품없는 번데기지만, 성충이 되면 마리당 2만~3만원짜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이 대표는 “알에서 성충으로 키우기까지 9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과 인공 동면(冬眠)을 통해 곤충 출하일을 조절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애완동물 시장에 애완곤충 바람이 불고 있다. ㈜킨섹트는 그 주역 중 하나다. 강원대 생물환경학부 박규택(61) 교수가 2001년 박사과정 제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 곤충을 채집하다 일본·대만 등의 나라에서 애완곤충 산업이 발달한 사실을 알고, 뛰어들었다. 처음 1년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왕사슴벌레 대량 사육법을 알아냈고, 2002년부터 왕사슴벌레·장수풍뎅이·나비 등 애완곤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 판매처는 초등학교. 자연학습용 애완곤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매년 100%씩 성장, 지난해엔 4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서도 애완곤충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애완곤충 사육인구는 10만~15만명 가량으로 시장은 연간 100억원대 규모다. 왕사슴벌레 한 종류만 연간 3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그만큼 잠재시장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각급 학교 자연학습용 곤충키트 수요는 연간 1000억원대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터넷 곤충동호회가 160개를 웃돌고, 함평군 나비축제, 구례군 잠자리 학습원 등 각종 곤충 관광 사업이 뜨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새로운 애완곤충을 개발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2월엔 세계 최초로 한국 토종 왕귀뚜라미가 애완곤충으로 ‘데뷔’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이 세계 최초로 토종 왕귀뚜라미를 애완곤충으로 개발해, 수족관 형태의 곤충키트 완성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형 비아그라인 ‘누에그라’를 개발한 주역인, 류강선 박사가 지휘하고 있다. 핵심은 귀뚜라미가 알을 낳는 오아시스섬(인공산란섬)을 키트 내에 설치해 자체 산란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1년 중 6개월이나 겨울잠을 자는 귀뚜라미의 생체 리듬을 바꿔 겨울잠을 자는 기간을 4개월로 줄였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농진청은 왕귀뚜라미 사육, 키트제작 기술을 민간업체에 전수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왕귀뚜라미 하나만으로도 연간 2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류 박사는 “농가에서 귀뚜라미를 성충으로 키워 애완곤충 업체에 팔면 농가 부업으로도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애완곤충 시장이 뜨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토종 왕귀뚜라미를 애완곤충으로 개발할 정도다. 지난달 30일 농촌진흥청에서 류강선 박사(가운데) 등 연구팀이 귀뚜라미를 선보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