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긴 남자, 걸어서 통찰한 데이비드 리 건강칼럼 - 60
택배상자
간만에 해외 직구다. 비싼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맘 어쩔 수 없다.
배송 완료 문자가 왔다. 현관 문을 여니 택배 상자가 보인다.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박스에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깨진 유리잔 마크가 새겨진 ‘fragile’이란 문구다.
언박싱해보니 이중삼중, 심지어 충전재까지 있어, 마구 던져도 괜찮을 정도다.
배려심이 느껴진다.
건강 칼럼에 뜬금없이 ‘웬? 택배상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걸으며 자신의 몸을 관조할 때마다, 뭔지 모를 갈증을 느낀다.
“육체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까?”
예술가들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형상으로 찬미하고, 종교인들은 부질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강의 관점에서 육체의 본질을 말하는 이는 없다.
택배 스티커에 새겨진 문구를 발견한 순간, 신대륙을 발견한 듯 희열을 느꼈다.
‘부서지기 쉬운, 취약한, 섬세한….’
‘프레자일(fra·gile)’이다.
최근 ‘피지컬 100’, ‘천하제일장사’, ‘뭉치면 찬다’ 등 국대급 피지컬들의 티브이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리스 로마 시대 조각상 같은 멋진 근육질 몸매, 육체의 조견표를 넘어선 엄청난 사이즈, 힘과 스피드.
그리고 다이내믹한 프로그램 연출은 시청자들을 머슬 홀릭에 빠지게 민든다.
그러나 아무리 국대급 몸이어도, 한낱 바이러스에 생명을 구걸하고, 발끝 물집에 걸음을 멈춘다.
헤라클레스 같은 몸조차도, 문명의 이기들을 만나면 한순간 부서져 버린다.
3대 기록이 1000이라고 뽐내 본들, 중력은 이길 수도 비길 수도 없다.
고작 버티다가 두 손들 뿐이다.
단단한 포장재로 만든 엄청난 크기의 박스, 얇은 종이로 된 조그만 것도, 취급 주의 표시가 붙어 있으면, 조심 또 조심해서 운반해야 한다.
중년 아재, 아지매들의 여유롭고 넉넉한 몸이나, 우람하고 조각 같이 아름다운 육체나,
그 본질은 모두 프레자일이다.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부서지기 쉬운 몸이다. 조심 또 조심, 겸손 또 겸손하자.
해운대라이프 독자 여러분!
조물주는 인간의 몸에 취급 주의 스티커를 새겨 놓았으며,
택배 상자 포장재처럼, 마구 던져도 될 것 같은, 보호 메커니즘도 심어 놓았다.
항상성, 방어기전, 동반성장.
이 세 겹의 갑옷이다.
늘 항상 언제나,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그 최선의 관리법은 여러분 곁에 있다.
오래도록 여러분 건강을 지켜줄 데이비드 리의 SWWM워킹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