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8.15 광복절 대체 공휴일이다.
그래서 하루 더 남파랑길을 다녀 오려고 출발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어 기온이 낮아 시원할것 같았고
호남의 남부지방은 오후 3시이후 약간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였다.
오늘 걸어야 77번코스의 거리는 비교적 짧으니 오전에 쉽게 완보하고
돌아 올 예정이다.
-걸었던 날 : 2026년 8월17일(월요일)
-걸었던 길 : 보성구간 77코스(비봉공룡공원~보성 율포해수욕장)
-걸었던 거리 : 15.5km( 24,000보. 4시간)
- 누계거리 : 1,176km
-글을 쓴 날 : 2026년 8월18일.(화요일)
차량은 보성 율포 공영주차장에 두고 현지 택시를 콜하여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시골 택시 운전대를 잡은 기사분은 23세 젊은 청년이다.
이동하면서 나눈 짧은 대화중에 그 청년은 인생목표가 확실했다.
우선 이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자격증 취득을 준비중인데
미래에는 사회복지 시설을 만들어서 사회복지 일을 하겠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젊은 청년의 인생 목표가 구체적이고 뚜렸하여 대견스러웠다.
나는 23살때 무얼했지? 라고 기억해보지만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장래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았기에 이 청년의 모습이 대단하게 보였고
꼭 그 꿈 이루시라고 응원했다.
비봉 마리나항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는데 일기예보와 달리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은 잔뜩 검은 구름이 머물고 비는 그치지 않을것 같으니 난망(難望)이다.
"비 옷을 준비 안했으니 돌아가야 할까?"
"무시하고 걸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햇빛가리게로 가져 온 양산이 있으니 걸어가기로 결정을 하고 고고!
그런데 가랑비에 우산을 쓰고 걷는 나는 철없는 아이 마냥 오히려 더 즐겁웁기까지 하니 왠일인가?
여름철 마룻길을 산행하다가 소낙비를 만나 모든것을 포기하고
"그래 올테면 와 봐라 나는 그래도 간다" 라며 우중산행(雨中山行)을 할때의 기분이다.
걸어야 할 트래킹등로는 도롯길을 걸어야 하는데 해안선에 데크길이 보여 해안선 길로 직진했다.
그런데 해안 데크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설치공사가 진행중인 길이다.
본래는 가지 않아야 할 데크길이지만 거리가 짧았고 선소항 제방이 보여서 그대로 직진하고
데크가 끊겨진곳에서는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 바위 위를 걸었다.
그러다가 빗줄기가 굵어질때엔 정자 마루에서 잠시 머물러 쉬어 가기도 했다.
공룡알 화석지 마을에 도착하여 화석지를 둘러보고 남파랑길 리본을 쫓아가고
오늘 코스는 보성 다향길(茶香)과 중첩되는데 다향길이나 남파랑길의 표식이나 모두 관리가 부실하다.
"군청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나?" 농촌지역은 인구 소멸소멸이어서 유동인구를 늘리려면
한사람의 방문 트래커들도 중요할건데 무시받는 느낌이 든다.
농촌체험 마을이기도한 객산마을 입구 아름드리 큰 소나무의 폼세가 멋지고
그 옆에는 기둥이 대리석인 팔작지붕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비도 피하고 차도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출발했다.
산행을 하다보면 겨울철 하얀 설산 산행을 할때도 있고
계절따라 떠나는 산행을 할때도 있지만 때로는 우중산행(雨中山行)이 매력적일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날이다. 비를 맞아 옷은 점차 젖어 오는데 기분이 좋은건 뭘까?
뭔지 모르지만 차분해지고 묘한 즐거움이다.
걷는 동안 이슬비는 반복적으로 내렸지만 산에서부터 안개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고 비는 그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저녁뉴스로 안 일이지만 경남 거제시에 800mm 물 폭탄이 떨어져
산사태가 나고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요즈음 날씨는 지구촌 대륙에서나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도 딴판이다.
어떤곳은 가뭄과 산불로 재난인데 또 어떤곳은 많은 비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변화하여 영원한것이 없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사업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늘 고려해야 할 사항들일 것이다.
해안가 단독주택 화단에 설치된 재미난 돌 비석을 본다.
그것은 3~4m쯤 되는 큰 돌을 세우고 그 거석(巨石)에 글을 세겨 넣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다.
주인장의 고민인지 아니면 글을 보고 깨우치고 성찰하라는 광고인지 모르지만 재미스런 작품이다.
그리고 "나는 잘 가고 있나?"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이나 물음을 하게 되는데
장난스런 설치자의 물음이 철학적이고 해학적이다.
그리고 정원 한켠에는 원로가수 최희준이 불렀던 "인생은 나그네 길 가사비(歌詞碑)"도 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나머지는 생략"
암튼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은분인건지 아니면 어떤 사연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잠시 내 인생을 생각했다.
3시간째 우산을 쓰고 걸었으며 배낭도 젖고 등산화도 젖었지만 몸은 아직 온기가 있어
처분하게 걸을만 하고 바람도 시원하여 기분도 좋다.
그렇게 보성 갯벌의 제방 윗길을 걸었다.
모래 언덕에 무리지어 웅크리고 앉아있던 갈메기는
이방인의 발자국 소리가 거슬렸는지 한꺼번에 날아 오르다가 다시 되돌아와 다시 앉고
보성군 회천면 율포 해수욕장 동편에 도착했다.
율포해수욕장은 내가 초등 3~4학년때 온 가족이 여름 휴가차 왔던 곳이다.
당시 어린 초등학생이엇던 시절 방학때면 해수욕장에 다녀 온것만으로도
큰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의기양양했고 이야기거리도 많았으며 뽐내고 자랑했던 기억들이 있다.
당시 우리 가족은 큰 솥단지와 쌀과 김치와 수박을 완행버스에 잔뜩 싣고 비포장 신작로를
짐작컨데 내 고향 화순에서 아마도 두어시간쯤 걸려서 왔을거다.
그 시절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그런 기억을 만들어주신 부모님 생각도 났고
그 기억은 큰 그리움으로 남아 생생하다.
율포해수욕장 해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역광으로 인물 모습이 꽝이다.
그리고 점심 식사후 해수탕에서 씻고 나오며 미술 전시관을 둘러 본다.
녹차 해수사우나 건물 한켠에 전시 공간이 있었는데 보성군 현대 미술협회에서 주관한 전시회였다.
예술가가 자기 작업에 대한 100가지를 묻고 접근한다는 물음이며 그 물음을 전시하고 있었다.
미술가가 작품을 정하고 그리거나 만들어 갈때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는 것으로 이해하는것이 맞을까?
다분히 심리적인 물음이다.그리고 우리는 다른 상황으로 이해 할수도 있겠다.
예술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삶에 있어 100번 생각하고,
100번 고민하고,100일동안 생각하여 결정한다면 실패할 우려는 휠씬 줄어 들겠다.
어떤 일을 결정할때 고민스러운 일들은 단순간에 쉽게 결정해서
실패하는 확율을 줄이자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맞을까?
그리고 인생도 예술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새벽까지 일기 예보상 비 소식은 없었기에 비옷도 없이 출발하였는데 상당한 시간동안 비가 내려
3시간 정도가 우중 트래킹이엇다.우중에는 체력적인것 외에도 우선 거추장스럽고 걷기 불편하며
저체온이 우려스러워 걷지 않은게 좋다.그러나 비오는 날 걸어보는 어떤 쾌감도 있다.
여벌옷이 있었으니 걷는데까지 걸어 보자는 심산으로 걸었다.
우리는 인생도 늘 맑고 시원한 날만 있으면 좋겠지만 궂은 날도 있고 더 나은 날도 있는 법이다.
오늘도 그려려니하고 즐기고 버틴 하루다.
일기를 쓰려는데 졸린다.그래서 기억나는대로 메모만 하고
내일 다시 맑은 기분으로 기억하며 써야겠다!
2026년 8월17일(월)에 걷고
8월 18일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