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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tic Legal Studies, Vol. 87 (2025. 3) DOI: 10.15756/dls.2025..87.229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산해야 하는 과제 또는 그 일을 말한다. 청산 대상은 구 헌법 체제에서 일어난 국가범죄다.(본문, 제2장 첫머리에서)
【긴급특집: : 민주법학 관점에서 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1)
오동석 아주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헌법학 idonoh@gmail.com
<국문초록>
2024년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은 물론 그 내용상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내란이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인 점에서 72년 ‘10월 유신쿠데타’와 유사한데,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인 점에서는 80년 5·17 내란과 유사하다. 한국 사회에서 비상계엄은 정부 수립 전후의 10·19 여순과 제주 4·3, 한국전쟁 시기, 64년 6·3항쟁, 72년 유신쿠데타, 79년 부마항쟁, 79년 10·26과 80년 5·17 등과 관련하여 오・남용된 역사가 있다. 12·3 내란 사건 은 민주화 과정에서 과거청산을 통한 비상계엄의 오・남용 재발 방지에 실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이 실행되었지만, 비상계엄이 곧바로 해제되고 내란이 성공하지 못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러한 내란이 일어난 것 은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한다. 민주화는 권위주의 헌법 체 제에서 민주공화국 헌법 체제로 이행을 추구하는 점에서 과거청산의 이행기 정 의를 요청한다. 12·3 내란의 발생은 87년 헌법 체제가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어 떤 한계를 안고 있었는지 그 평가를 요하는 장면이다. 12·3 내란에 대응하는 과 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는 이러한 평가를 통해 끌어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비상시 인권 보장과 권력 통제 그리고 평시 재량 권력 통제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공화국 회복을 위한 입법 주도의 ‘헌법 체제’ 개혁을 주장한다. 주제어: 12·3 내란, 이행기 정의, 87년 헌법 체제, 재량 권력, 계엄 제도 * 심사위원: 김종서, 이경주, 이재승 투고일자: 2025. 2. 13. 심사개시: 2025. 2. 13. 게재확정: 2025. 2. 23. **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25년 2월 월례발표회 ‘12·3 비상 계엄에 대한 법이론적 비판: 민주주의법학의 관점에서’(2025. 2. 10)에서 발표 한 글(자료집, 1-15쪽)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230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 차 례 >
Ⅰ. 들어가며
Ⅱ. 12·3 내란에서 이행기 정의 관점의 필요성
Ⅲ. 이행기 정의의 대상으로서 12·3 내란
Ⅳ. 12·3 내란에서 이행기 정의의 필요조건
Ⅴ. 맺음말
Ⅰ. 들어가며
한국 사회에서 87년 민주화 이후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혼란이 일어 나지도 않았는데 비상계엄이 선포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당시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내용에서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내란이다. 87년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비상계엄과 ‘내란 사건’은 적지 않게 발생 했다. 비상계엄은 정부 수립 전후의 10·19 여순 사건과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시기, 64년 6·3항쟁, 유신쿠데타, 79년 부마항쟁, 79년 10·26과 80년 5·17 등에서 오・남용되었다. 내란 사건은 정부 수립 과정에서 정 치적 반대파를 배제하기 위해 활용 또는 조작되었다. 예를 들면, 국가보 안법의 모태는 10·19 여순 사건 관련 ‘내란행위특별조치법안’이었고,1) 5·17 내란에서는 김대중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를 내란음모의 혐의를 적용해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까지 선고했다. 12·3 내란을 헌정사 관점에서 보면, 현직 대통령의 내란인 점에서 72 년 ‘10월 유신쿠데타’와 유사하고,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인 점에서는 80 년 5·17 내란과 유사하다. 5·17 내란 관련 대법원의 판결까지 있는 상황 에서 12·3 내란이 일어난 것은 과거청산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일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은 실행되었지만, 다행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국가보안법을 없애라!(민변·민 주법연, 2004), 10-11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헌법 위의 악법(삼인, 2021), 39쪽 참조.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31 히 비상계엄은 곧바로 해제되었고 내란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러한 내란이 일어난 것은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한다. 민 주화는 권위주의 헌법 체제에서 민주공화국 헌법 체제로 이행을 추구하 는 점에서 과거청산의 이행기 정의를 요청한다. 특히 비상계엄과 내란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력작용이므로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12·3 내란이 매우 충격적인 까닭이다. 12·3 내란의 발생은 87년 헌법 체제가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어떤 한 계를 안고 있었는지 그 평가를 요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87년에 개정한 실정 헌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법령 이하의 차원에 독재의 잔재가 고 착되어 있는 ‘헌법 체제’의 문제로 시야를 확장하여 물어야 하는 문제다.2) 12·3 내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는 이러한 평가를 통해 끌어낼 수 있다. 헌법 체제 차원에서 12·3 내란의 진상을 규 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헌법 체제를 개혁해야 하며, 정부형태 변경 중 심의 협소한 개헌 방식으로 대응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글에서는 12·3 내란이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과 윤석열을 비롯한 내 란 관련자 처벌을 넘어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비상계엄과 내란 그리고 군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연루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장 기적인 헌법 체제 개혁의 길을 열어야 함을 주장한다.
Ⅱ. 12·3 내란에서 이행기 정의 관점의 필요성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산해야 하는 과제 또는 그 일을 말한다. 청산 대상은 구 헌법 체제에서 일어난 국가범죄다.3) 2) 이 글에서 헌법은 성문헌법을 의미하고, 헌법 체제는 성문헌법을 포함한 법령 또는 행정규칙과 관행 그리고 그 실행 조직체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3) 국가범죄는 국가권력을 매개로 저지른 조직적 범죄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재승, “쿠데타의 법리”, 민주법학 제16호(민주주의법학연구회, 1999), 195쪽. 상세 232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국가범죄는 대규모 또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초래한다. 인권침해 피해 자들은 적정한 절차 또는 재판 없이 구금되거나 생명권・자유권 등을 침 해당하였고, 심지어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고문과 조작 등 으로 만들어진 증거를 그대로 받아들인 법원의 재판에 따라 처벌받았 다.4) 이행기 정의는 이러한 사건들을 입법 또는 사법절차를 통해 바로잡 는 것을 그 과제로 설정한다. 이행기 정의의 원칙을 간략하게 정리하면,5) 진상규명과 사건에 대한 가 치판단, 피해구제(피해의 배・보상,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정신적 치유 등 처우), 책임 규명과 문책(가해자의 형사적・민사적・정치적・도덕적 책임 등), 사회적 애도와 기억,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 개혁 등이다.6) 그런데 국가가 먼저 나서서 이행기 정의를 실현하는 경우보다는 피해 자가 주도하여 입법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입법의 경우 개별 사건 중심의 특별법 형식이거나 관련 기구의 활동이 일시적인 한시적 입법이 많은 까닭이다.7) 예컨대, 5·18 관련 특별법의 경우 여러 법률이 제정되거나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물론 정권에 따라 과거청산에 소홀한 경우 이행기 정의의 정책이 후퇴하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더 근 본적인 문제는 과거청산 입법이 이뤄질 때마다 전체적인 이행기 정의 입 법을 정돈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내용은 이재승, 국가범죄(앨피, 2010) 참조. 이 글에서 국가범죄는 이행기 정의의 청산 대상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4) 김태봉, “국가기관의 인권침해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사례와 소멸시효항변의 제한 법리”, 법학논총 제35권 제3호(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189쪽 참조. 5) 김민철, “한국의 ‘과거청산’ 운동,” 과거청산 포럼자료집(2005), 45쪽; 안병욱, “한국 과거청산의 현황과 과제”, 역사비평 제93호(역사문제연구소, 2010), 48-49쪽 참조. 6) 오동석,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과제, 2016년 도 헌법 및 헌법재판 발전연구위원회 조사연구결과보고서(헌법재판소, 2016), 8 쪽 참조. 7) 포괄적으로 과거사 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 본법’(아래 “과거사정리법”으로 줄임)조차 한시법이며, 개별 사건을 다루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에 관한 특별법’ 등 특별법이 모두 한시법이다. 이들 특별법은 제정 또는 개정 시기에 따라 그 내용에서도 편차가 있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33 이행기 정의의 첫 번째 단추인 진상규명 또한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 국가범죄를 저지른 국가기관들이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진 상규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국가가 과거의 인권침해를 은폐 하거나 왜곡하는 등 2차 가해의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과거청산 기 구가 진상규명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이행기 정의를 왜곡하는 일마저 있다.8) 사후에 정의를 회복하는 문제다 보니 전통적인 법리인 소급입법 금지 의 원칙 또는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등이 과거청산의 걸림돌로 작용하 기도 한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의 경우 4·3사건법이 예외적으 로 보상금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포괄적으로 배상 또는 보 상을 정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9)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여 개별적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하거나 재심을 받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국가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더욱 충분치 않다. 가해자에 대한 문책은 인적 청산과 아울러 공직자에 대한 재발 방지의 교육적 효 과가 있는데, 이러한 과정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거나 재발 방지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과거청산이 불완전한 채 세월이 흐르다 보니 가해자 문 책이 더욱 어려워져 공직사회는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순응주의 경향 이 강하다. 과거청산 기구에서는 법·제도적인 재발 방지 관련 의견을 내 기는 하지만, 권고 내용이 추상적이고 권고에 구속력도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충분한 제도적 개선에 이르지 못한 까닭도 있다. 국가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의 입법이 핵심적인데, 국회의 입법을 유인하거나 강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과거청산의 일차적 심판 대상인 8)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과거사정리위원회”로 줄임) 전 위 원장 김광동은 위원장일 때, ‘6·25 전쟁 같은 전시하에서는 재판 등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적색분자와 빨갱이를 (재판없이) 군인과 경찰이 죽일 수도 있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겨레 2023. 10. 29, ; 임재성, ““전시엔 재판 없이 죽일 수 도”… 무지하고 자격 없는 김광동 위원장”, 한겨레 2023. 11. 1, ; 한겨레 2024. 6. 3, , 검색일: 2024. 11. 11. 9) 포괄적 배상방안에 관한 논의는 이재승, “국가범죄에 대한 포괄적 배상방안”, 민주법학 제30호(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06), 99-101쪽 참조. 234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국가범죄에 따른 개별 사건에 머무르다 보니 재발 방지 입법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예를 들면, 계엄법은 1981년 4월 17일 전부개정 이후 87년 헌법 체제에서는 개정한 바 없다. 1995년 12월 21일 제정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또한 일부 범죄에 대한 공소시 효 적용 배제와 재정신청에 관한 특례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국가범죄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재발 방지 입법은 개별 법률 차원이 아니라 관련 법률을 망라하여 국가체제의 심층적인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10) 국 가기관의 작동 체계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채 봉합되거나 관여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제한되어 공무 수행의 관행이 바뀌는 동력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승은 이행기 정의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주에 딱 들어맞지 않 는 보통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를 강조한다.11) 국가범죄를 청산하는 일은 10)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은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내걸었지만,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제대로 청산하지도 재발 방지 법제도 마 련하지 못했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확인 결정을 받고(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았다(대법원 2020. 1. 30. 2018도2236). 그러나 관련 위원회 설치는 법률 아닌 행정규칙(‘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근거했 고,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등 관련 국가기관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문화예 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2(문화체육관광부, 2019), 332-333쪽 참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을 2021. 9. 24. 제정했지만, 예술인보호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인 점에서(법률 제27조제1항) 그 독립성에 한계가 있다. 바람직한 방법은 문화기본법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관련 법률들을 개정함 으로써 문화예술 지원 구조・체계・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분석・평가하여 개혁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당연 한 결과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차원에서 헌법과 문화예술 관련 법률들 개선 논의는 오동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 2018, 26-31쪽 참조. 윤석 열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사례로는 원승환, “유인촌 말과 달랐다…새로운 블랙리 스트 도구 등장”, 오마이뉴스 2024. 10. 23, , 검색일: 2025. 2. 28. 11) 이재승,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 사회와역사 101(한국사회사학회,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35 공공의 개혁 과제를 끌어내어 일반 시민들이 개혁의 주체로 각성하도록 하고 부정의를 일삼은 국가를 혁신하는 개혁에 나서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재승은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물질적 배상 또는 보상으로 만족하는 옅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폭력을 작동하게 한 구조와 사고방식을 혁신하는 두터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12) 그것 은 처벌과 배상을 넘어서 사회구성원의 정신적 쇄신과 구조의 혁신을 정면으로 추구하는 변혁적 정의(transformative justice)다.13) 이행기 정의는 일정한 과도기이거나 하나의 국면이 아니라 지속적 과 정이다. 변혁적 정의에서 과거청산 문제는 신영복의 말처럼 ‘과거・현 재・미래가 하나의 통일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14) 즉, 과거 국 가권력의 부정의를 현재에 바로잡음으로써 현재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 여 사회정의를 세우고, 미래까지 더 나은 정의를 지속해서 추동함으로써 소외되는 사람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15) 이행기 정의의 구현 정도는 헌 법 규범과 헌법현실의 위치 관계를 보여주는 좌표로서 헌법 체제의 평가 잣대다. 새로운 헌법 체제는 과거의 헌법 체제와 연속선상에 있지만, 다른 한 편 정치체제의 격변이 있는 경우 과거와 단절을 지속해서 시도한다. 예를 들면, 긴급조치는 유신헌법 체제를 독재로 규정하는 근거로서 자의성・반 인권성・반민주성을 보여주는 ‘체제 전형적인 악법’이다.16) 긴급조치에 따라 유신헌법 체제 또한 그 불법성을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 유신헌법 체제에서 특수한 악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신헌법 아래에서의 처벌 법규는 대부분 유신헌법 체제의 독소 2014), 185쪽. 12) 이재승,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 Karl Jaspers, 이재승 옮김, 죄의 문제 (앨피, 201), 229쪽. 13) Erin Daly, “Transformative Justice: Charting a Path to Reconciliation”, International Legal Perspectives 12(2002. 3), pp.73-183; 이재승,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 사회와역사 101, 185쪽 참조. 14) 김동춘, “해방 60년, 지연된 정의와 한국의 과거청산”, 시민과세계 8(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2006. 2), 206쪽 참조. 15) 위와 같음. 16) 이재승,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 Karl Jaspers, 앞의 책, 253쪽. 236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에 오염되어 있으므로 억압적인 유신체제의 구성 부분이다.17) 유신헌법 체제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거나 교정할 수는 없지만, 민주화 의 과제는 유신헌법 체제에서 파생된 반인권적 또는 반민주적 요소들을 지속해서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87년 헌법 체제는 유신헌법 체제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고 단절될 수 없다. 87년 헌법 체제의 문제점을 지 적하는 성찰은 87년 헌법 체제 자체의 부정이 아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유신헌법 체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혁하는 과정이야말로 한국 헌정사 에서 민주화의 헌법 체제로 87년 헌법 체제를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12·3 내란은 윤석열과 몇몇 추종자들이 저지른 국가범죄에 그치는 것 이 아니라 이행기 정의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의 누적에 따른 국가체 제의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다. 계엄 선포일에 여당인 국민의힘 대다수 의 원의 행태, 윤석열의 체포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의 사적 권력화, 그리고 헌법 제도를 향한 폭력적 공격 등에 현행 헌법 체제는 속수무책이다. 국 민의힘 서천호 의원이 2025년 3월 1일의 집회에서 “불법과 파행을 자행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모두 때려 부숴 야 한다. 쳐부수자.”라고 말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이 자리에는 김기 현・나경원・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 37명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 관과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원외 인사들이 참석했다.18) 12·3 내란에서 과거 비상계엄과 내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은 면 에서는 87년 헌법 체제가 민주화 헌법 체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이행기 정의의 헌법으로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전자의 측면을 강조하고 이제까지의 이행기 정의 관점을 유지한다면, 12·3 내란을 이행기 정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이행기 정 의에서의 전형적인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면에서도 그렇다. 굳이 이행 기 정의 관점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진상규명, 내란 관여자 처벌,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행기 정의 라는 체제 변혁의 관점으로 포섭되지 않는다면, 국가체제의 지속적인 혁 신이라는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7) 위와 같음. 18) 한겨레 2025. 3. 3, , 검색일: 2025. 3. 6.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37
Ⅲ. 이행기 정의의 대상으로서 12·3 내란
1. 국가범죄로서 내란 클린턴 로씨터(Clinton Rossiter)는 비상대권이 필요한 국가 위기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전쟁, 내란, 경제 침체가 그것이다. 그는 내란을, 수많 은 시민이 입헌정부의 법 집행에 대하여 격렬한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정 부의 권위에 공공연하게 저항할 때 또는 정권을 비합법적으로 탈취하려 한다든지 정부를 파괴하려 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19) 로씨터의 설명은 형법 제87조 내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내란’으로서 기존 지배체제를 향한다. 내 란을 처벌하는 일은 민주공화국 체제를 방어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지배체제가 정당성이 없는 경우의 내란은 저항권의 행사 또는 ‘실패한 혁명’일 수 있다. 지배체제에 변화가 없거나 선거 등 합법의 방 법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면, 이러한 저항 또는 혁명 활동은 체제 변동을 향해 지속될 것이다. 민주화가 성공한다면 이러한 ‘내란’은 정당 한 항쟁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지배 세력의 정당성 부재와 연관해서 또 하나의 ‘내란’은 국가의 조작 으로 덧씌워진 경우다. 실제 ‘폭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서 대개 내란죄보다는 내란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처벌을 받는다. 80년 전두 환・노태우 등 내란 세력이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을 내란음모의 죄로 몰아가 사형을 선고하게 한 예가 대표적이다. 국가범죄로서 이행기 정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다른 면에서는 정부 수립 과정에서의 ‘내란’의 문제다. 지배 권력을 향 한 정당성을 다투는 과정이어서 정당성 자체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내 란’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민주공화국 체제는 정치이념과 정치활 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지배 권력은 진보세력에 대해 반공이데올로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 상황을 매개로 19) Clinton Rossiter, 김정길 옮김, 현대대권정치론(창진사, 1975), 17쪽. 238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여 폭력적인 탄압을 지속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 을 배제하기 위해 지배 질서를 위협할 물리력 또는 세력을 갖추지 않은 경우까지 무리하게 내란음모 또는 내란선전의 죄로 처벌했다. 최근 보수 의 폭력성은 민주화로 억눌린 폭력성의 표출이다. 이행기 정의를 수용하 지 못한 채 인권과 민주주의를 적대시한다. 그런데 형법 제87조 내란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국헌문란의 목적인 데, 이때 국헌문란의 목적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형법 제91 조).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 또는 ‘강압’은 관련 권한 또는 수단을 전제하는 면에서 이른바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흔히 말 하는 ‘쿠데타’는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내란이 가장 위험한 까닭은 폭력 을 독점한 국가가 사적(私的) 폭력으로 돌변하는데도 이를 제어할 물리력 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20) 평시든 전시든 국가권력에 대한 법적·민주적· 정치적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헌정사에 이승만은 3·15 부정 선거를 통해, 군인 박정희는 5·16 군사 반란을 통해, 대통령 박정희는 72년 유신 내란을 통해, 전두환·노태 우는 12·12 군사 반란과 5·17 내란을 통해 이러한 내란을 일으켰다. 이 승만은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고, 군인 박정희와 대통령 박정희는 동일인으 로서 아무런 심판도 받지 않은 채 살해당했으며, 전두환・노태우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저지른 국가범죄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 한 진실 규명과 피해자 구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21) 20) 1950년 12월 1일 제정한 사형금지법은 전시임에도 민주공화국에서 공권력이 무엇인지를 적확하게 구현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 사형(私刑)은 역도 또는 부역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이유로 법률이 정함에 따른 절차 또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 타인의 생명, 신체, 자유, 재산에 침해를 가하는 것이다(법 제2조). 군사 또는 치안의 임무를 수행하는 자가 비상사태를 빙자하여 사형(私刑)을 감행하거나 사형(私刑)을 명령 또는 용인한 때는, 살인의 경우 사형(死刑) 또는 무기 징역, 감금·고문 또는 타인 재물 약탈 파괴의 경우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 에 처한다(법 제3조). 이때 군사 또는 치안의 임무를 수행하는 자는 군인・경 찰관은 물론 청년방위대원・자위대원 등 군사와 치안의 임무에 종사하는 일체 인원을 말한다(법 제3조). 21)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1945년 8월 15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39 12·3 내란은 한국 헌정사에서 군사 반란과 내란 중 현직 대통령의 내 란 행위인 점에서 박정희의 10월 내란과 닮았고, 내란의 방식에서는 5·17 내란을 닮았다. 박정희의 10월 내란은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국 무회의가 국회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헌정 파괴의 국가범죄였다. 2. 국가범죄로서 ‘대통령의 내란’ 1971년 12월 6일 대통령 박정희는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회의를 거 쳐 특별담화 형식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때의 비상사태는 학생운동 의 저항에 직면한 박정희가 그 민주주의적 저항을 무너뜨리려는 것이었 다. ‘비상사태 선언’에 따르면 국제정세와 북한의 양상을 예의주시한 결 과 국가안전보장이 사실상 중대한 위기에 이르렀고 정부와 국민은 이 비상사태를 극복할 결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전형적인 외부 의 적으로서 북한을 비상사태의 원인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12·3 내란에서는 노골적으로 의회의 다수파인 야당을 겨냥하여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내란의 반국가세력’으로 규 정했다. 체제 전복의 사유로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발의, 장관과 검사 등 10명의 탄핵 추진, 국회의 예산 삭감 등이 ‘입법 독재’라는 것이 다. 윤석열도 뜬금없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을 언급하기는 했다. 외부 의 적을 상정해야 군대를 동원하는 비상계엄의 근거로 삼을 수 있기 때 문일 것이다. 헌법이 인정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문제 삼아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대통령의 견제 있는 입법 독재’에서 ‘국회의 견제 없는 대통령 독재’를 공언했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는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10월 유신’ 의 비상조치를 선포했다. 그 내용 중에서는 1972년 10월 17일 19시를 기 하여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의 정치활동을 중지시키는 등 헌법의 일부 조 항의 효력을 정지시킨다.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었음에 도 국회를 해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 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 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 권침해 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을 다룬다. 240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12·3 내란에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국회 해산을 언급함이 없 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국회와 정당의 활동 금지’를 제일 먼저 내세 웠다. 표현의 자유 제한과 계엄사의 언론・출판 통제, 노동권 행사금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 등의 내용이 뒤따랐다. 가장 핵심적인 국회의 기능 정지를 위해 국회에, 그리고 비상계엄의 빌미를 위해 선거관 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다. 일부 정치 또는 사회 영역의 인사들에 대한 체포도 시도했다. 국회를 대신할 불법 입법기구의 구성을 모색한 의혹도 강하다. 72년 유신 내란은 1979년 박정희의 사망으로 충분한 청산 없이 막을 내렸다. 유신 내란의 결과물인 유신헌법에 따라 발령된 긴급조치는 대법 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효로 선언되고, 적지 않은 긴급조치 피해자들 은 재심과 국가 배상을 통해 명예 회복과 구제를 받았다. 다만, 포괄적 구제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아직도 개별적인 소송 등의 방법 을 통해 재심과 국가 배상 청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신 권위주의 체제의 잔재다. 예를 들면, 입헌 민주주의 의 예외 영역으로서 군의 특수성, 비밀정보기관의 비대하고 은밀한 권력, 행정부 중심의 법 운용에서 드러난 ‘시행령 통치’의 폐해 등의 문제를 해 결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분단 상황을 이유로 하여 오히려 이 러한 잔재를 정당화함으로써 개혁 과제에 대해 충분히 응하지 못했다. 입 법적 해결이 필요했는데, 국회는 개혁의 입법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3. 국가범죄로서 ‘비상계엄을 이용한 내란’ 윤석열은 비상계엄과 내란을 통한 독재정권의 수립엔 실패했지만(실패 한 쿠데타), 12·3 내란 범죄는 실행했다. 쿠데타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것은 내란이기에 대통령 탄핵은 물론 형사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일단 대법원이 전두환・노태우 등의 군사 반란과 내란 사건 관련 1997년 4월 17일에 선고한 96도3376 판결이 사법적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첫째, 대법원은 헌법 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 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 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도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41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가장 핵심적인 헌법기관인데, 윤석열은 포고령 과 함께 군을 국회에 투입했다.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다. 둘째, 대법원은 헌법에 따라 설치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 에서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그 기관을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의 원들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국회의사당에 집결할 수 없었다. 셋째, 대법원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으로 해석한다. 이것은 이를 준비하거나 보 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다. 이때 위력은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인데,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필연적 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이라고 본다. 비 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라고 인정했 다. 12·3 계엄포고령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국민의 기 본권을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22)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 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로서, 다수가 결합하여 위와 같은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 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다수가 한 지방의 평 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을 하였을 때 이미 내란의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 족된다고 할 것이어서 상태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마지막 부분이다. 형사적인 판단이 별도로 필요하지만, 비상계 엄 해제 후 탄핵 심판 과정과 내란 혐의 체포・수사・재판 과정에서 내 22) 헌법 제77조 제3항에서 허용한 기본권 제한은 ‘특별한 조치’이므로 일반적 효 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범위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 비상계엄 아래 에서 발령하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포고령’은 헌법 또는 계엄법에 근거 하지 않은 위헌적인 것이다[이승택, ““12·3 비상계엄에 나타난 계엄제도의 헌법 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문”, 인권 현안 세미나(전남대 법학연구소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2025), 17쪽]. 242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란 행위를 옹호하거나 그 대응에 소홀하거나 그 심판 또는 처벌을 방해 또는 지연하는 행위가 있었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반란에 가담한 자들이 개별적으로 인식 또는 용인했는지 관 계없이 하나의 반란행위로 묶어 함께 처벌하는 데에 그 특질이 있는 집 단적 범죄라고 반란죄의 성격을 규정한다. 반란에 가담한 자는 반란에 대 한 포괄적인 인식과 공동 실행의 의사만 있으면 반란을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용인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반 란을 구성하는 행위 전부에 대하여 반란죄의 정범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내란 가담자들이 일련의 폭동 행위 전부에 대하여 모의하거나 관 여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체로서의 내란에 포함되는 개개 행위에 대 하여 부분적으로라도 모의에 참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복무했다면 내 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내란의 집단범죄 성격은 이번 12·3 내란범의 획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 미가 있다. 상당수의 국가기관과 관련 공직자들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 다. 그 주요 대상만 대강 꼽는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를 비롯 한 국무위원들,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군 지휘관들과 실제 작전에 참여 한 군인들, 국회에서 군의 진입을 허용한 경찰, 군이 투입되었던 중앙선 거관리위원회, 비상계엄 선포 전후 공무원 파견 등 관련 사실을 알고도 국민에게 보고하지 않은 대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형법 중 내란의 죄에 관한 정보를 수집・작성・배포(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1호 다목) 해야 할 국가정보원, 계엄 선포 후 내란의 범죄행위를 인지하여 바로 수사에 착수 하지 않은 경찰 또는 검찰 또는 공수처 등이다. 대한민국의 헌법기관 또는 국가기관의 관련 공무원들은 주권자인 국민 이 헌법에 따라 부여한 권한 행사를 통한 저항은 고사하고 내란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을 향한 어떠한 보고 또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대법원판 결에 따르면,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 상관의 명 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 대 통령이 내란을 일으켰음에도 그 권력을 통제하는 민주공화국의 헌법 체 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12·3 내란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논의할 때 매 우 중요한 고려 요소다.23) 이행기 정의는 법적 책임보다 더 폭넓은 책임 과 개혁 과제를 묻기 때문이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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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12·3 내란에서 이행기 정의의 필요조건
12·3 내란에 대처하는 이행기 정의의 필요충분조건은 쉽게 답할 수 있 는 문제는 아니다. 이행기 정의가 변혁적 정의로서 지속적 과제라면, 필 요조건을 넓히고 깊게 하며 지속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헌법재 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 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로 서의 대통령 윤석열 처벌과 관련자들의 처벌, 계엄법 등 군 관련 법률의 개정 등이 떠오른다. 이 장에서는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서 체제 변혁의 과제를 화두로 삼았으므로, 몇 가지 법제를 중심으로 필요조건의 필요조 건을 제시한다. 1. 군 관련 대통령 권한의 통제 문제 비상사태 시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체계가 제 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 점에서 이행기 정의 문제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12·3 내란이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놓칠 우려가 있다. 12·3 사태를 내란으로 보지 않거나 탄핵 사유로 인정 하지 않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행 기 정의 관점에서 이 사안을 성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이 이행기 정의에서 매우 핵심 적인 사안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비상사태 법제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의 도그마 해체, 국제 인권 규범 체계에 가입, 헌 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인권 옹호의 법 해석론 발전 등이 다.24) 이재승은 비상사태 법제의 문제점으로 국가보안법체제, 테러방지법, 군사법체계, 계엄법, 군인의 시대정신과 인도법의 문제를 꼽는다.25) 거의 23) 오동석,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상과 헌법적 문제점”,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 연대 기획 및 엮음, 2024 시민국방백서(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2025), 296-304 쪽 참조. 24) 이재승, “5·18 광주학살 이후, 비상사태 하에서의 인권보호체제는 구축되었는 가?”, 인권법평론 제1권(전남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2007), 16-17쪽. 244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20년 전 논의이지만, 12·3 내란에서 드러난 개혁 과제를 여전히 포함하 고 있다. 다른 한편 계엄 제도를 중심으로 그 개혁 과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 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의 작동 방식이 인권과 헌법 그리고 민주주의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사항이기 때문이다. 계엄법의 개정이 우선적인 필요조건이 될 것은 자명하다. 국회의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12·3 내란 사태 이후 59건의 계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되었다. 주요 내용은, 계엄 해제 시 국무회의 심의 배제, 대통령이 계엄의 국회 통고와 집회 요구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시 계엄 선포의 무효화, 전시 아닌 경우 국회의 사전동의 또는 24시간 내 동의요건 추가, 국무회의의 계엄 선포 의결정족수 요건 강화, 계엄 선포 시 국회 기능을 정지할 수 없게 하는 조항 신설 또는 국회의원의 정치활 동 금지를 할 수 없게 하는 조항 신설, 계엄 선포의 이력이 있으면 임기 내 계엄 선포 금지, 합동참모의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규정,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집회 방해에 대한 벌칙 조항 신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 재판소에 대한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 배제, 계엄 선포 요건 축소26) 등이다.27) 그러나 이러한 입법은 즉자적인 사후약방문으로서 매우 단편적이다. 25) 이재승, “5·18 광주학살 이후, 비상사태 하에서의 인권보호체제는 구축되었는 가?”, 17-24쪽 참조. 26) 예를 들어 2024. 12. 24. 양문석 의원 등 11인의 개정안은 계엄법 제2조 제2항 중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에”를 “~ 곤란하며, 무력이 수반된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개정하여 무력 수반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계엄 선포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한편, 2025. 1. 24. 박상혁 의원 등 12인의 개정안은 계엄법 제2조 제2항 중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를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군경에 준하는 무장력이 수반된 소요나 반란에 대응하여”로 개정하는 안이다. 그런데 이것은 추가되는 요건을 ‘따르거 나’로 연결하여 전자의 요건을 제약하기보다는 후자의 요건을 새로 규정함으로 써 오히려 계엄 선포 요건을 확장하는 결과가 된다. 27) 박선원 의원의 대표 발의로 2024. 11. 4.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사전동의와 사 후인준의 이중절차를 규정하는 계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안되기는 했다. 그 렇지만 이 발의안 제안 이유에서 언급하듯, 국회는 2017년 계엄령 문건 사건 직후에 계엄법 개정과 함께 군의 개혁을 추진해야 했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45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은 계엄선포권에만 있지 않다. 군과 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안 권력에 있다. 법문(法文)만으로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면 12·3 내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 통 제에 입법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입법 방식만으로는 아무리 태산 같은 입법을 한다 한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28) 국가긴급권의 일종으로서 계엄은 전시 등의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일시적으로 최소한 범위에서 군 대의 물리력을 내치에 동원하는 것이다. 12·3 내란에서 드러나듯 헌법의 문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헌법 체제에서 매우 중요한 잣대다. 헌법 제 77조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할 수 있다’라고 끝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권한을 의미하기도 하고,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대통 령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량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시라고 해서 계엄 선포가 필수적이지 않다. 제77조의 일정한 요건의 밑바탕에는 정말 불가 피한 경우에 엄격하게 해석하고 신중하게 행사하라는 규범이 존재한다.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전시보다 넓게 규정하고 있지만, 군사상 필요는 전시에 한정함이 타당하다.29) 헌법은 만약을 대비 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공공의 안녕질 서는 헌법의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경찰의 몫이므로, 전시 외의 경우에 군대를 동원할 필요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군대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헌법 제5조 제2항). 더욱이 헌법 제77조 제3항에 따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 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 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 의 재량 판단을 더욱 제한해야 한다.30) 28) 오동석, “정치 없는 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단면: 계엄 제도를 중심으로”, 정치 없는 민주주의의 과거·현재·미래: 내란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국회의원 정 준호, 공정과평화 주최, 2025), 49쪽. 29) 이승택, ““12·3 비상계엄에 나타난 계엄제도의 헌법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문”, 18쪽 참조. 30) 오동석, “정치 없는 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단면: 계엄 제도를 중심으로”, 50쪽. 246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그런데 현행 헌법은 ‘계엄 헌법’이라고 부를 만큼 군사독재 시절의 헌 법 조항을 고치지 않은 채 그냥 두었다.31) 간략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면, 헌법의 핵심적 규범 내용을 관철할 군사 법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 문이다. 전시에 군이 어떻게 작동할지 군의 권한과 그 조치 사항이 법적 으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권이 어떤 처 지에 놓일지 알 수 없다. 헌법이 군사주의적으로 오염된 것은 군사쿠데타 직후 개헌을 통해서다. ① 헌법은 일반 국민의 일정한 범죄에 대해 또는 비상계엄 선포 시에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② 비상계엄 시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③ 국회가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관여할 수 없고, 국회가 대통 령에게 계엄의 해제를 사후에 요구하는 경우 헌법은 국회에 ‘재적의원 과반수’라는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요구한다. 즉 국회의 통제 권한이 약하 다. ④ 헌법은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두면서 ‘재판관의 자격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 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 계엄령의 잔재인 동시에 한국전쟁 시는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인권침해의 대표적 도구였던 단심제를 헌법이 명시적으로 승인한 점에서 문제다.32) 한국전쟁 시 민간인 학살의 과정 또는 과거 군사 반란과 내란에서 군 대의 역할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어디에 문제점이 소재하는지 찾아야 한다. 그 조사 결과를 통해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 지 않는 이유와 구체적인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이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 다. 이행기 정의의 사건에 대한 특별법적 대응과 함께 이행기 정의의 시 스템을 일반법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참에 계엄 헌법의 오명을 벗으려면, 입법자의 결단으로 전시 아닌 평시에 정치권력의 자의 31) 오동석, “한국전쟁과 계엄법제”, 민주법학 제43호(2010), 64쪽; 오동석, “대한민 국헌법이 ‘계엄 헌법’인 까닭”, 한겨레21 제1225호(2018), , 검색일: 2025. 2. 10. 32) 오동석,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상과 헌법적 문제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 대 기획 및 엮음, 2024 시민국방백서(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2025), 303쪽. 상세한 것은 오동석, “한국전쟁과 계엄법제”, 63쪽 아래 참조.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47 적 활용 수단이었던 계엄 제도를 법률로써 폐지해야 한다.33) 헌법은 기 본권 보장에서 법률의 하향 또는 역진(逆進)을 막아 세울 뿐 상향 또는 전진(前進)을 방해하지는 않는다.34) 전시 또는 비상계엄 시 군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전반적인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전시에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최소한으로 활 동하도록 관련 법제를 개정해야 한다. 이번에는 평시의 군에 대한 개혁도 꼭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군의 평시 동원, 해외파병, 인권침해 등 다양 한 문제가 거듭해서 일어났다. 군은 형식적 개선으로 상황을 모면하면서 국가 안보를 빌미로 굳건히 현상 유지를 외칠 뿐 개혁을 거부했다.35) 군은 각종 법제와 관행에서 아직도 ‘치외법권’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라는 말부터 문제다(헌법 제74조 제1항 참조). ‘통 수권’이란 용어는 프로이센에서는 의회의 통제, 군국주의 일본에서는 내 각의 통제 없는 군 지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36) 이러한 헌법의 문 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야말로 군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군에서도 지위가 높고 권한이 큰 지휘관일수 록 더 엄격한 군기(軍紀)가 필요함에도, 지나치게 ‘계급 권력’이 작동하여 군기가 없는 군기의 감시자로만 존재한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진급 심사 에서 인권과 헌법 교육과 관련된 심사가 매우 중요하다. 2. 평상시 재량 권력 통제의 문제 12·3 내란 관련 정치인 또는 공직자의 태도는 평상시 재량 권력의 문 제와 연관이 있다. 법이 허용하는 재량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법 집행 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익의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를 확보하기 위함이 다. 이러한 재량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고 법적 통제를 받음으로써 33) 오동석, “12·3 비상계엄에 나타난 계엄제도의 헌법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 11쪽; 오동석, “정치 없는 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단면: 계엄 제도를 중심으로”, 55쪽. 34) 오동석, “한국전쟁과 계엄법제”, 66-67쪽. 35) 군대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후 그 방지책으로 2021년 9월 24일 군사법원 법을 개정하긴 했지만, 즉자적으로 성폭력 관련 범죄에 한정하여 일반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할 뿐이다(법 제2조 제2항). 36) 오동석, “한국전쟁과 계엄법제”, 65-66쪽. 248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자의적인 권한 행사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러한 구별을 하지 못한다. 그가 내란을 부정하는 근거는 계엄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므로 대통령 재량에 속한다는 주장이 다. 얼핏 보기에도 양자는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초법적’인 반면 후자는 ‘법치 내’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한덕수 나 최상목 같은 이들도 재량의 전제조건인 헌법 또는 법률의 구속력 있 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평상 시의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의 원인은 권력분립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민주공 화국 헌법 체제에서는 재량행위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다른 헌법기관의 통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입법・행정・사법의 권력은 권력분립 의 의미를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권력 나누기’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적 지 않다. 인권 또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다른 권력을 향해 적극적으로 견 제하지 않고, 서로의 권력 나눔을 권력끼리 인정함으로써 국민의 관점에 서 보면 권력끼리 짬짜미하는 결과가 된다. 예를 들면, 헌법재판소가 입 법재량의 명목으로 위헌 법률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 경우다. 에른스트 프랑켈(Ernst Fraenkel)에 따르면, 대권(大權) 국가는 법적 보장으로써 견제되지 않는 무제한의 전제(專制)와 폭력을 행사하는 통치시 스템이다. 반면, 규범 국가는 법치에 따라 입법・사법・행정이 이뤄지는 정치체제다.37) 한국에서 비상계엄을 활용한 내란과 독재를 비롯하여 초헌 법적인 국가보안법 통치 체제, 반공이데올로기를 이용한 민간 학살의 국 가폭력, 시민사회까지 지배한 유신독재의 긴급조치 체제 등은 대권 국가 의 통치임이 드러난다. 87년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국가보안법은 헌법재 판소에 의해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안으로 편입되고,38) 군・경 찰・검찰・비밀정보기관 등의 폭력은 약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헌법 재판소가 인정한 군의 특수성은 군을 여전히 인권과 입헌주의의 예외 공 간으로 만든다.39)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재량권으로 이름으로 성립하 37) Ernst Fraenkel, Der Doppelstaat(Europäische Verlagsanstalt, 1974), p.ⅸ. 38) 국순옥,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인가”, 민주법학 제8호(민주주의법학연구 회, 1994), 127쪽.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49 고, 헌법재판소가 입법재량 또는 지휘관 재량을 인정한 결과다. 헌정사상 유례 없이 많은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도 대통령의 재량에 따른 결과다. 또 다른 예로, 군의 해외 파병은 국방부훈령인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따른 것이었고, 대테러활동도 대통령훈령 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나중에 이러한 훈령들은 각각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 한 테러방지법’으로 법률화했다. 이 과정에서 파병에 관한 국회의 동의권 또는 인권침해의 가능성 등이 헌법적 관점에서 제대로 걸러졌는지는 의 문이다. 두 법률 다 시민사회의 오랜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이 되었다. 테 러방지법의 경우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까지 했으나, 막상 여당이면서 다수당이 된 후 폐지는커녕 개정 노력도 하지 않았다. 헌법의 구체화 권한과 책무를 일차적으로 지는 국회는 오랫동안 군사 독재 체제 아래에서 입법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서인지 민주화 이후에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을 등한시한 채 그저 입법재량의 권력을 누 릴 뿐이다. 이런 법체제 아래에서 인권 또는 권리에 기반을 두고 접근한 다고 해도 그것을 제도화하는 법화 과정에서 인권 또는 권리가 법을 이 끄는 게 아니라 인권 또는 권리는 법 속에 갇힌다. 예를 들면, 전염병의 팬데믹 상황에서는 보건당국의 재량권이 기본권 보다 우위에서 작동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보건당국의 재량권을 헌법 의 이름으로 용인한다. 헌법재판소는 2020헌마1028 결정 사건에서 코로 나19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독려하기 위해 기 지국 접속자 정보를 수집하여 이용한 행위와 그 근거가 된 법률에 관한 재량 문제를 판시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재량, 특히 행정기관의 재 량에 대한 헌법적 통제 기준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행정기관, 특히 보건당국의 재량 권력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면이 강하다.40) 그것은 39) 평시에도 군사법원에서는 현역 군인이 재판관이 되고 지휘관이 형을 감면하며 (헌재 1996. 10. 31. 93헌바25 결정 참조), 군인들은 영내에서 이른바 ‘불온서 적’을 읽을 수 없으며(헌재 2010. 10. 28. 2008헌마638 결정 참조), 군에서는 남성 간에만 추행을 인정한다(헌재 2023. 10. 26. 2017헌가16등 결정 참조). 40) 헌법재판소 관련 비판적 글은 국순옥, “법치국가의 신화와 현실: 본기본법체제 아래의 법치국가이데올로기”, 민주법학 제18호(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00), 97- 118쪽 참조. 250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다른 한편 법적 통제가 미치지 않는 광범위한 국가권력이 현대사회에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의회 민주주의 또는 법치주의가 축소하고 재량으로 무장한 행정 권력이 확장 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행정 권력의 재량 아래에서 시민의 기본권은 축소되고 불안정해지며 포괄적으로 제한될 것이다. 법치주의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장치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권 보호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예외적 상황’은 긴 급하고 신속한 대응을 요청하는 면이 있어서 법으로 모두 규정하기 어려 운 면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논리에 매몰되어 법적 규율이 행정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하는 것으로 법치 안에 자 리를 잡는다면, ‘예외적 상황의 항상화’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사회에서 87년 민주화 이후에 법치주 의가 ‘법에 의한 통치’ 경향을 보이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또한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비상대권에 따른 행정 권력의 강화와 연결되면 서도 현재 체제에서 행정 권력의 새로운 확장성과 법치적 치장의 위험성 이 높아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법의 안과 밖이라는 2차원 면이 아니라 3차원의 입체 공간에서 독재 체제의 비상대권은 법의 영역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이는 재량 권력과 하 나의 공간에 존재하게 된다. 법치의 수면 아래 잠긴 행정기관의 훈령 등 행정규칙이 사법심사를 피해 재량의 권력을 누리며 시민들의 인권을 제 한한다. 인권 보장을 위해 설치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존재의의를 상실 한 채 오히려 반인권적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데도, 법적으로 대처할 방안 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하여 각 기관의 정보 부서가 활 개를 친다. 2017년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서를 작성했던 국군기무사령부는 국군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뒤 12·3 내란에서도 중 요한 역할을 했다. 재량 권력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를 위해서는 법적 통제 외의 추가적 이고 핵심적인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진실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적정한 법적 책임 외에도 징계벌 또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발견할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 국가기관의 그 물망과 그 작동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생태계를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51 조성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제도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 민주공화국 회복을 위한 헌법 체제 개혁의 문제 87년 헌법이 문제인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헌법 문언만으로 보면, 12·3 내란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 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찰, 대법원, 국가정보원 등의 국가체제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실행을 막지 못했다. 헌 법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체제가 문제다. 이러한 국가체제의 문제점은 헌정사에서 드러났던 국가범죄의 원인인 동시에 민 주화에도 이행기 정의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12·3 내란 대 응 과정에서 이행기 정의의 관점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87년 민주화의 취약점을 보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2·3 내란 이후 아직 내란이 진행 중임에도 7공화국 헌법을 향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었다. 일찍이 국순옥은 노태우 정권이 떠받치고 있는 제6공 화국의 헌정사적 위상을 유신체제 제3기로 규정했다. 전두환 정권이 유신 체제의 유언집행인이라면, 그것을 승계한 노태우 정권은 유신체제의 유산 관리인이라는 것이다.41) 지배 권력의 내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려면, 과거청산의 관점에 서 내란 과정에서 국회 입법권을 찬탈하여 행사한 국가재건최고회의・비 상국무회의・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불법적 입법기구의 입법 활동을 바 로잡아야 한다.42) 경찰・군대・비밀정보기관 등 권력 기구의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며, 공무원 등 관련자에 대한 형사 처벌 등 입법 정비를 통해 각종 책임을 추궁하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배 권력의 내란은 필연적으로 국가기구를 41) 국순옥, “권두언”, 민주법학 제4호(민주주의법학연구회, 1990), 4쪽. 공화국의 순 차에 관한 글로는 국순옥, “공화국의 정치적 상품화와 순차 결정의 과학적 기준: 공화국 구분을 위한 과학적 기준”, 한국공법학회 제34회 학술발표회 논문집 (1993), 29-40쪽; 국순옥, 민주주의 헌법론(아카넷, 2015), 483-499쪽 재수록 참조. 42) 불법적 입법기구의 법률 제정 또는 개정 관련 내용은 오동석, “유사입법기구 제·개정 법률 예비조사 보고”, 유린당한 국회, 시민과 함께 일어서다(유신50년 군사독재청산위원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 2022), 21-46쪽 참조. 252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동원한 점에서 국가조직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촘촘하게 개혁 해야 한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은 제한적이었고,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반란’에 준하는 위헌적 행위가 있었 음에도 문재인 정권에서의 대응은 취약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국회에 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혁신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12·3 내란의 해결 과정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압도적 다수를 차 지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시점이 유동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 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배출한다면, 12·3 내란 이후의 대처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짧은 시간에 12·3 내란을 수습하기는 어렵지만, 장 기적인 계획을 세워 사회적 소수자·약자를 중심으로 시민에게 길을 물어 가며 차근차근 개혁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12·3 내란 이후 개혁 과제는 쉽게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 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을 과제가 국가정보원 개혁일 듯하 다. 국가정보원 1차장 홍장원의 행동이 국가정보원의 문제점을 오히려 드 러내지 않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내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역할 을 해야 할 기관이 국가정보원이다. 국가정보원은 형법 중 내란의 죄에 관한 정보를 수집・작성・배포(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1호 다목) 해야 할 법적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인지하고 각 국가기관에 그 정보를 배포하여 대응했어야 한다. 불법이 확인되지 않은 대통령의 명령이기 때 문에 쉽게 판단・행동할 수 없었다는 건 변명이 되지 못한다. 정보기관은 그 어떤 국가기관보다 국민의 안위를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으며, 대통령의 불법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앞장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도 국가정보원의 개혁은 매우 중요하다.43) 국가 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군사 반란 및 내란으로 집권한 박정희 독 재의 통치 수단으로 생긴 데서 초헌법적 국가기구가 낳은 비극의 역사가 43) 국가정보원 관련하여 아래의 내용은 오동석, “[토론문] 헌법적 범죄로서 국정원 주도 노조파괴 공작”, 국가기관에 의한 노조파괴를 고발한다(제6회 노동법률가 대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외 4개 단체 주최, 2021. 6. 11.), 26-34쪽 참조.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53 시작했다. 그 전력을 따른 전두환・노태우는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만 바 꿨을 뿐이다.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정보기관은 공안정국의 조성에서 공 공연하게 이름을 걸고 전면에 나섰다. 비밀정보기관이야말로 칼 슈미트의 적과 동지 개념에 기대고 있는 존재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약보 다는 독이 되었던 전력이 많은 국가기관이다. 민주화에 따라 비밀정보기 관에 대해서는 매우 세밀하고 복합적인 제도적 구성과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의 성과를 이룬 나라라고 자타가 평 가하는 한국에서 비밀정보기관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국가정보원 개혁 생색내기로 폐지했던 대공 수사권이 살아날 조짐마저 보인다. 민주화 이후 노골적인 고문 등 비밀정보기관의 폭력적 불법이 드러나 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저지른 불법은 나중에 그 일부를 드 러냈다. 국가정보원이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사회계・종교계・학계・언론계 등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담 긴 문서에서 ‘청와대 요청’으로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수 석, 대통령실장・국무총리실장 등에게 배포한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44)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하여 “이명박(MB) 정 부 때는 정권 차원에서 지시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지시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대 중 정부 때는 정권 차원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직원들의 개인적 일 탈로 이런 관행이 이뤄졌다”라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45)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고용노동부 등이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176건 의 노조파괴 문건을 주고받았다.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 자료를 보내면, 국가정보원이 이를 토대로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는 식이었다.46) 44) 연합뉴스 2021. 3. 15. , 검색일: 2025. 2. 10.; 한겨레 2021. 3. 16. ““MB국정원, 4대강 반대 불법사찰…박형준 청 홍보기획관 관여””. 45) 연합뉴스 2021. 3. 15. 46) 참세상 2020. 5. 12., “MB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노조 조 직률 상승 억제 계획도 세워”, , 검색일: 2025. 2. 10.; 참세상 2020. 6. 1., “MB정부-국정원 254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국가정보원,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산하 공공 기관 등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 건을 통해 전체주의적인 검열과 배제의 국가범죄를 저질렀다.47) 역사 교 과서 국정화 사건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교육부 그리고 산하 공공기관 등의 합작품이다. 비밀정보기관 입법 역사의 극히 일부분만 들여다보더라도 국회의 이행 기 정의 과제에 따른 불법적 입법 청산의 의식과 의사 그리고 의지가 전 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입법부로서 치욕과 헌정사적 불법의 과거를 그대로 끌어안는다. 그러니 국가정보원의 이름을 바꾸고, 직접 수 사권을 폐지하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의 개혁이 이뤄질 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인력 규모와 예산 그리고 정보업무 범위의 축소다. 기 관 분리를 통해 정보 업무 기능을 분산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밀정보기관의 속성상 인력과 예산 축소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비율을 감축했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한꺼번에 할 수 없다면 일정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계획 을 공개해야 한다. 헌법 체제의 개혁에서 국가정보원 문제를 따로 길게 서술한 것은 국가 의 개혁에서 가장 깊숙이 숨겨져 있는 비밀 권력을 가시화하여 개혁할 때 비로소 개혁 또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재승이 지적했듯이, 국가정보원은 개혁 정부 아래에서 인권침해 사건 관련 진상 조사보고서까지 발간하고 국민에게 사죄했지만, 그 이후에는 시민사회를 향한 적대적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사이버전을 전개하는 등 대중들의 공개적인 토론과 소통의 공간을 침탈했기 때문이다.48) 국가정보원 개혁이 지지부진한 만큼 12·3 내란에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어떤 일을 하고 있 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의 개혁은 단순히 법문상의 권한 의 ‘노조파괴’ 수사기록 보고서: 2009-2011년 이어진 노조파괴 전말…검찰 수사 기록 입수”, , 검색일: 2025. 2. 10. 참조. 47)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 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3, 문화체육관광부(2019), 27-29쪽 참조. 48) 이재승, “국가범죄와 야스퍼스의 책임론”, 사회와역사 제101호, 185쪽.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55 축소가 아니라 규율적인 국가권력의 실질적인 물리력 총량, 즉 예산과 인 력 등을 줄이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국가작용의 과제로서 돌봄 작용의 총량을 늘릴 수 있기도 하다. 시민사회에서 벌어지는 12·3 내란을 둘러싼 ‘내전’ 같은 상황은 민주 화 이후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높아지기보다는 행정 체제에 종속된 면이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의 비판적 공론자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국가 행정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시민사회 또는 지역에 분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과거사정리위원 회처럼 사회적 약자・소수자 또는 인권침해의 피해자를 대변해야 할 기 관들의 구성은 형식적이고 중립적인 구성 방안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 권 활동가처럼 해당 제도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 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시민적 탄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자꾸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헌법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개헌의 과제다.49)
Ⅴ. 맺음말
12·3 내란은 비록 피해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권력자에 의한 국가범죄의 재범이라는 측면에서 이행기 정의의 사안이며, 그 해결 원칙 중 진실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적 개혁이 중요한 사안이다. 이후 대 처 방안에서 사법적 해결도 중요하지만, 입법을 통한 대응이 더 중요하 다. 특히 개헌의 방안과 입법 개혁의 방안 또는 양자의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포괄적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87년 헌법 체제의 민주화가 가지는 긍정적 면을 인정하면서도, 미처 개혁하지 못한 부정적 면이 있지 않은지 적극적으로 논할 시점이다. 그것 은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유지냐 교체냐 하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어느 부분을 강화하고 어느 부분을 억제하느냐 하는 지양의 문제다. 다 만, 변혁적 정의의 관점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방향 49) 오동석,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상과 헌법적 문제점”, 302쪽. 256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범죄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범죄의 주체인 경우다. 동시에 그 국가는 무엇이 범죄이고 형벌인지 정하 고, 범죄자를 수사・기소하며, 범죄 여부와 형벌 여하를 판단・결정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강력한 존재다. 그런데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고 여 타의 국가기관이 동조 또는 방조했다면, 이러한 국가 기제는 무능력할 수 밖에 없다.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12·3 내란을 겪으며 얻을 교훈은 지배 자의 교체 또는 국가체제의 변혁 없이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헌법이 제대 로 작동할 리 없다는 것이다. 헌법 체제의 개혁은 헌법 자체까지도 개혁 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야 한다. 개헌은 헌법 문언의 수정을 통해 기본적 인권 보장의 강화와 입법・행 정・사법 체계의 개선 근거와 추동력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그 이후 필수 적인 매개체는 의회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 입법이다. 이러한 입 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물론 행정적 관행까지 통제할 뿐 아니라 법적 통제를 넘어 인권적 또는 민주주의적 통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헌법 체제를 개혁한다는 말은 이러한 과정까지 이행기 정의를 구현해야 함을 의미한다. 입법의 주체는 국회인데, 독재 시대 행정부의 ‘국회 멸시’를 극복하는 입법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12·3 내란 이후 계엄법 개정안들을 보면, 체제 개혁에 대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며 그 의지조차 의심스럽다. 헌법 의 문언 개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헌법의 문언이 곧바로 구체적 입 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개헌은 체제 개혁에서 입법 개혁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민주주의 법치국가가 작동하는 헌법 체제 개혁은 우선 인권적인 민주 주의 입법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의 시작은 국회의 법률 제정・개정권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자제 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동’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국회의 입법 훈련은 사회적 사건 발생 이후에 개별 법률 또는 짜깁기 입법 또는 문구 수정에 그치는 입법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헌법 체제를 밑그림으로 놓고 관련 법률 모두를 개정하는 입법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 이행기 정의 관점에서 본 12·3 내란 / 오동석 257 이어야 한다. 입법은 인민의 일반의사를 구체화하는 것이고, 그것을 축적 하면서 민주공화국의 기본적인 방향과 원칙을 조정하는 일이 개헌이다. 그때 비로소 헌법은 헌법 체제를 이끄는 최고규범의 자리에 오른다. 인민의 민주주의적 결정은 의회를 통한 방법 외에도 때로는 유권자 범 주를 넘어서는 인민의 직접 의사결정을 통해 또는 지역에 터 잡은 주민 들의 직・간접적 의사결정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의사 결정 구조의 재배치야말로 개헌 사항이다. 이러한 개헌은 인민의 민주주 의 정치가 살아나야 가능하다. 인민의 의사가 대표를 통해 입법으로 구체 화해야 한다. 그것은 국회 의원회관 쪽방에서 흡사 ‘입법 로비스트 또는 입법 청부 방식’이 아니라 ‘공론의 광장에서 인민의 의사 조성과 대표 조 련 방식’을 단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누가 87년 헌법이 문제라고 말한다면, 그 헌법이 가로막아 입법하지 못한 법률이 무엇이냐고 되물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한통속이기에 누가 국민을 대변하는지는 그가 말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통해 옥석을 가 릴 수 있다. 개헌이라는 추상적인 답은 국회의원을 위한 것이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이 헌법 문언의 개정을 말한다면, 그것을 어떤 입법 작업을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취할 것인지까지 답변을 받 아내야 한다. 주권자는 그 구체적인 답을 내고 사회적 약자에서 출발하여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는 사람이 정치 지도자로서 인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들어야 한다.50) 인민의 일반의사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과거 국가범죄를 들여다보고 현재에도 남아 있는 부정의를 바로 잡으며 미래로 이어질 변혁적 정의를 추구함으로써 이어지는 역사적 존재다. 50) 오동석,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상과 헌법적 문제점”, 304쪽. 258 민주법학 제87호 (202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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