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61) 조조의 출병
한편, 도겸의 수하 장수 장개에 의해 부친이 무참하게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연주의 조조는,
"아버님 ~!..."
"괘씸하다, 괘씸해! 아흐흑...! "
"내, 이 놈들을! 아흐흑 ...!"
조조는 괴성을 고래고래 질러대며 슬픔의 통곡을 하였다.
그 바람에 수하의 장수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조조의 앞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한 장수가 조조에게 말한다.
"이왕 벌어진 일 이제 그만 고정하십시오."
"명을 내려 주십시오! 소장에게 삼천 병력을 주시면 닷새안에 오봉산으로 달려가 도망친 장개의 목을 가져와 ,주공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장수는,
"소장이 당장 장개의 목을 베어와 조공의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하고, 다짐 하듯이 말한다.
그러자 그때 막 들어온 조조의 책사 순욱이 여러 장수들을 번갈아 둘러보며 냉정한 어조로 말한다.
"아니! 오봉산은 왜 토벌하겠다는거요? 조공을 살해한 사람은 장개라는 도적이나, 원흉은 그가 아니라 서주에 있는 도겸이오!... 주공께서 큰일을 당해 지금은 상심이 너무 크시니 모두들 물러들 가시오. 주공께서 좀 쉬시게 말이오."
그러자 모든 장수들이 어중어중 거리면서 물러나갔다.
장수들이 물러가자, 순욱은 말없이 이런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 조조의 앞으로 손을 모으고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소관, 주공의 슬픔을 위로하고 또한 감축을 드리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눈을 매섭게 치켜뜨면서,
"순욱? 웬 헛소리야? 가친께서 별세하셨는데, 감축이라니?"
하고,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따지듯이 반문했다.
그러자 순욱이 허리를 굽히며,
"복(福)중 화(禍)가 있고, 화중 복이 있으니, 복과 화가 어우러져 큰 일이 기대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조는 눈을 깜빡이며 순욱에게 물었다.
"지금 말한 화중 복이란 뭘 의미하는 것인가?"
"알고 계시면서, 어찌 소관에게 물으십니까?...
주공께서 거병(擧兵)하신지 2년여 동안 파죽지세로 위엄을 떨쳤으나, 그 속에는 말 못할 고충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십만 대군이라는 군사를 가지고도 연주 한구석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주공께서 대업을 이루시려면, 우선 중원을 제패해야 하며, 중원의 노른자위는 바로 서주 육군(徐州 六郡)입니다.
아마도 주공께서는 서주에 염두를 두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공의 통곡 속에 어찌 그런 살기가 느껴지겠습니까?"
"음... 제대로 맞췄소, 나는 저들이 내 비통한 심정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소문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도겸이 내 아버지를 죽여, 조조의 슬픔이 극에 달했다고!"
"지금쯤이면 그 소식이 백리 밖까지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허나 주공, 서주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순욱이 말을 그치려 하자, 조조가 채근한다.
"계속하시오."
...
"서주를 취함에 있어서 문제는 딱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 서주 태수 도겸은 천제께서 임명했으며, 인의를 바탕으로 다스려왔기 때문에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데다가, 관계에(官界)에서도 평가가 아주 좋아서 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번째, 기주의 원소, 남양의 원술, 평원의 공손찬과 심지어 형주의 유표까지도 모두 서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저 바라만 보고 나서지 않는 것은 민심의 분노를 사고, 제후들의 적이 될까 봐서 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서주를 취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순욱의 말에 턱을 괴고 듣던 조조는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진지한 어조로 순욱에게 물었다.
"그러면 내가 서주를 쳐야 한다고보오?"
순욱이 대답한다.
"지금, 도겸이 부하를 시켜 선친을 살해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수를 갚지 않게 되면, 이치에 어긋나게 됩니다.
그리고, 도겸은 세상물정이 어두운 데 다가 늙고 병약한 몸이니, 그런 사람이 어찌 서주 자사에 어울리겠습니까?...
서주는 중원의 요충지로 황하가 흐르고 태산이 보이며, 남북을 아우룰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늘이 주공께 서주를 주시는 것은 큰 깃발, 광풍을 몰아 주고, 보검에 검집을 주는 셈인데, 주공은 뭘 더 기다리시는 겁니까?"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몸을 고쳐 앉으며 눈을 들어 말한다.
"순욱! 당신 말을 들으니 좋은 술을 마시고 취한 기분이 드는구려,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군! 으하하핫!"
조조는 기분 좋은 호탕한 웃음을 웃었다. 그러자 순욱은 다시,
"주공, 이렇게 하십시오. 즉시 조정에 상소를 올려, 도겸의 죄를 밝히시고, 한편으로 원소와 원술, 공손찬에게 부고해서 전 제후들에게 도겸이 부친을 살해한 것을 알리는 겁니다.
그래서 소식이 전해지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바로 그 순간에 군사를 몰고 서주로 진격하게 되면, 이는 천명에 따른 것이 되니, 하늘의 뜻과 민심과 공의(公義)에 모두 부합됩니다.
그러면 서주는 주공차지가 될 것입니다."
순욱이 말을 마치자 이제까지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던 조조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순욱을 보고,
"나는 지금 슬픔이 과 해, 붓을 못 잡겠소. 그러니 당신이 부고를 써서, 조정에 상주하는 동시에 제후들에게 전령을 보내서, 부친을 살해한 원수를 어쩔 수 없이 친다고 전하시오."
그러자 순욱이 미리 가져온 죽간서를 꺼내어 두 손으로 받들어 조조에게 보이며 말한다.
"부고는 이미 써 놨습니다. 주공께서 내용을 살펴 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조조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됐어 ~!... 당신이 썼다면 내 뜻과 구구절절이 일치 하겠지! 삼군에 명하시오. 내일 진시를 기해서 서주를 친다고."
"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