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산 의 사 계 절
곽수택
아침 공기는 아직도 봄을 시샘하듯 겨울을 못내 아쉬워하며 쌀쌀한 찬바람이지만 봄의 느낌은 옷깃을 파고든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산은 시기 마다 완전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각 계절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특징이 대자연은 우리에게 위대함을 안겨 준다.
나는 오늘도 앞산 산행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몸과 마음을 예열하는 워밍업을 충분히 한다. 매월 주말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앞산 산행을 한 달 세 번 내지 네 번은 산행한다. 산뜻한 봄기운은 산행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고산골에서 시작하여 능선길을 가다 보면 중간에 두 번의 휴식 장소가 있다. 휴식 장소에서 간식을 먹으면 여기저기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간식을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산행 때 배낭에는 도시락 외 막걸리 한 병은 단골 메뉴이다. 남자들은 주로 술을 가지고 오지만 여자들은 다양한 간식 많이 준비해 온다. 각박한 세상인심이지만 산행 중의 인심만큼은 넉넉하다. 누구도 산행 중에 간식을 나누어 먹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주말 산행에 만난 소중한 인연이 우린 가까운 친구가 수 명이나 되었다. 인연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한 귀한 자산이었다.
봄 산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며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시기다. 앞산에도 진달래가 많은 편이다 산성산 정상 부근에 수령이 제법 오래된 버들강아지 몇 그루가 있다. 정상에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겨우내 형성된 봉오리가 앞산 봄의 전령이다. 나는 사진에 담아 봄을 알리기도 한다. 야생화의 개화 시기라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진달래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산에서 보는 기본종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른다,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 구절초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 산 아래부터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피기 시작해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간다. 신록이 되기 전 산 전체가 연홍빛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봄 산은 생명력이 꿈틀대는 역동적인 변화의 공간이다. 겨울의 정적을 깨고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인 만큼 다른 계절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다.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으로 꽃이 피어 올라 가는 단풍의 역방향 흐름이다. 낙엽 사이를 뚫고 피어나는 강인한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정상인 산성산은 해발 650m 이다. 등산로의 경사도가 제법 있기에 정상까지 도착하면 자신의 체력의 반 정도 소진 된다. 여기서 다시 청룡산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험하지 않다 그러나 오르막 내리막 반복되는 경사가 많아 체력 소모가 많은 편이다 고산골 입구에서 시작된 산행 시간은 청룡산까지 돌아오면 약 8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앞산 산행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누구나 도전하기 쉬운 산행코스가 아니다.
여름 앞산은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절 가장 생명력이 넘치며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산 캉스로도 좋은 편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대부분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산의 저지대는 소나무가 다수이다. 올라 갈수록 떡갈나무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떡갈나무 굴참나무는 잎이 크고 무성해서 시원한 그늘을 마음 껏 약속한다. 숲의 밀도가 가장 높고 풍부한 강수량으로 계곡 물이 불어나 시원한 물줄기와 작은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등산로 오 부 능선 쯤에 칡나무 싸리나무 등 잡나무 풀이 우거진 구간을 지날 때면 산들바람만 불어도 산 더덕 향기로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으로 주위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산삼과 산 더덕이 자기 주위에 있어도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는 속설이 있다. 여름내 산행하면서 그곳을 지날 때면 변함 없이 더덕 냄새가 풍긴다. 나는 매년 더덕을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주위를 곰곰이 살펴봐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수년 동안 냄새만 맡고 지나친다. 아마도 더덕의 위치는 앞산 산신은 알고 있다.. 얼마전 범물동 황지봉 가는 등산로 인근에서 30년 된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수많은 등산객 눈에 30년 동안 숨겨져 있었던 비밀도 산신은 알고 있겠지. 계곡물에는 가제가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등산객으로 인한 환경오염 탓인지 멸종이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 다 나는 산행시 시간이 나면 조용한 장소 또한 산속에는 지열이 없기에 쉰다. 바로 그늘의 아래는 아주 시원하기 때문이다.. 그늘 아래에서는 머리도 맑아지고 잡념도 생기지 않아 준비해 간 책을 읽으면서 일몰 시간까지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는 한다.
가울 앞산은 등산로 따라 싸리꽃 냄새와 억새의 풀 내음이 제일 먼저 가을의 풍미를 물씬 풍기며 가슴에 스며든다. 화려한 변신과 수확의 풍경 가을은 등산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로 산의 색채가 가장 화려해지는 때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엽록소가 파괴되어 붉고 노란 단풍이 산 전체를 물들인다. 억새와 싸리꽃 산능선을 따라 은빛 억새가 파도치는 풍경은 가을 산행의 또 다른 묘미이다. 오 부 능선의 위쪽으로는 떡갈나무. 굴참나무. 산 오동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잎이 크고 노란색으로 단장한 영롱한 단풍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잣나무 군락지가 있다. 잣이 익어 갈 무렵이라 다람쥐 등이 겨우 내 양식 준비에 분주하다. 잣송이는 송진 냄새와 잣 냄새가 아주 향기롭고 집에 두면 모든 냄새 제거와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겨을 앞산은 고적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눈이 조금이라도 오면 아이젠 없이는 산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상 부근에는 눈이 한번 오면 잘 녹지 않고 얼어서 등산로가 아주 미끄럽다. 몇 차례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하였다. 나는 정상에서 매번 점심 먹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지 항상 비어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도시락을 펴치면 벌써 주위에는 동절기에 먹이를 구하지 못한 까마귀. 까치. 이름 모를 산새들이 모여 들어 먹이를 좀 달라는 뜻으로 소란을 피운다. 사람이 점심 먹는 모습을 까마귀가 철저히 감시 하고 있다. 먹이를 좀 던져주어도 사람이 있는 한 절대 먹이에 접근을 안 한다. 새들은 시야가 밝고 넓기 때문에 먹이의 위치까지 정확히 보고 있다. 밥을 좀 남겨서 잘게 나눈다. 그리고 넒게 뿌려 놓는다. 새들은 사람이 떠나기 전에는 아예 먹이에 접근을 안 한다. 겁이 아주 많다. 빨리 떠나기를 재촉 이라도 하듯 저들끼리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다. 사람이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나면 벌떼처럼 모여든다. 얼마 되지 않는 먹이는 절대 부족이 되고 만다.. 그러나 등산객 누구도 새들의 먹이를 준비해 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름이나. 가을에는 먹이가 충분하기에 점심을 먹어도 새들을 아예 구경도 안한다. 요놈들 야속하기 짝이 없다, 다시는 먹이는 없다. "라는 생각이 든다. 순백의 정적과 눈꽃의 신비 겨울 산행은 혹독하지만 그만큼 고요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나무에 얼어붙은 상고대는 마치 산호초 같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탁 트인 조망에는 잎이 다 떨어진 덕분에 여름에는 가려졌던 산의 골격과 지형이 뚜렷하게 보인다. 시야가 넓어져 쓸쓸함이 깊어지는 겨울 산은 또다시 생동의 봄을 기약 한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