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66) -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자
며칠 전에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나더니 오늘(11월 28일)은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노모가 잇몸이 아파 한 달 넘게 사흘걸이로 치과에 모시고 가는데 휠체어로 오가려니 추위가 맘에 걸린다.
치과에 가려면 그 건물 1층의 커피 점을 지나게 된다. 커피 점에 들어서면 상냥하고 센스 있는 커피 점 여주인이 그때마다 문을 열어주며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이틀 전에는 아내가 구운 고구마 몇 개를 치과에 가는 길에 커피 점 주인에게 전해주었다. 밝은 표정으로 이를 받아든 여주인은 ‘아버님, 아메리카노 커피를 따끈하게 한잔 준비할 테니 가시는 길에 드세요.’라고 말하더니 어떻게 될지 몰라 그랬다며 치과의 4층까지 뜨거운 커피를 직접 가져다주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마셨다. 어머니는 한두 번 마시다가 뜨겁다며 물리치시고.
이날따라 치과에서 잇몸 치료를 하는 직원이 어머니의 잇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양치질 등 관리를 잘 한 모양이라고 덕담을 하여 병원에서 열심히 치료한 공이 더 크다고 치하하였다. 워낙 노령이라 의치를 억지로 뺄 수도 없고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아서 병원에서도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 하였는데 추위를 무릅쓰고 열심히 다니면서 치료한 덕에 상태가 호전되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북쪽에서는 무슨 심보인지 연평도에 날벼락 같은 대포세례를 퍼부어 무고한 민간인과 생떼 같은 젊은 군인들(그 중 한 명은 내가 살고 있는 광주 진월동이 고향집으로 우리 아파트 건너편 육교에는 ‘조국의 영토를 지키다 산화한 남구의 아들 고 서정우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이 졸지에 생명을 잃어 온 국민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등 가뜩이나 스산한 겨울을 맞이하는 때에 이렇게 작은 친절과 따뜻한 마음이 온 몸을 훈훈하게 해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더불어 지난 24일 저녁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수천 명이 두 시간 넘게 함께한 가수 장사익과 그 일행의 청아하면서도 화끈한 공연도 따뜻한 겨울맞이에 한 몫을 차지하였고.
오늘 오후에 광저우 아세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선수단이 온 국민에게 훈훈한 바람을 안겨주며 귀국하였다. 우리선수들은 어제 폐막되기까지 보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76번이나 태극기를 휘날리는 감격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였고 역대 최고의 아시안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빼어난 성적을 냈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76, 은메달 65, 동메달 91개로 합계 232개의 메달을 따내며 방콕 아세안게임 이후 4연속 종합 2위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중국은 금메달 199, 은메달 119, 동메달 98 합계 416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하였고 아시안게임마다 대한민국과 2위 경쟁을 펼쳤던 일본은 금메달 48, 은메달 74, 동메달 94 합계 216개로 종합 3위에 머물렀다.
때에 맞게 아내가 메일로 보내준 ‘작은 도시락 하나’라는 글에서 훈훈함을 맛보며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고 예고된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자.
작은 도시락 하나
이국땅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이와 같은 좋은 분들이 앞 다투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기에 올라타서 내 자리를 찾아 짐을 머리 위 짐칸에 올려놓고 앉았습니다.
한참을 날아가야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책을 한 권 갖고 오기를 잘 했지! 책 읽다가 한숨 자야겠다."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 군인들 여럿이 일렬로 서서 복도를 걸어오더니 내 주위 빈자리에 모두들 앉았습니다. 군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로들 가시나?"
바로 내 근처에 앉은 군인 한 명에게 물었습니다.
"페타와와란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2주간 특수훈련을 받은 후,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배치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날랐을까, 기내 스피커에서 점심 박스를 하나에 5불씩에 판다는 안내 메세시지가 들렸습니다. 동쪽 해안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에, 시간도 보낼 겸 점심 박스를 하나 사기로 맘먹었습니다.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찾는데, 근처에 앉아있던 군인 한명이 친구에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점심 박스가 5불이라니 너무 비싸다.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참고 가야겠다."
다른 군인도 동의하면서 점심을 안 사먹겠다고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군인들 중 아무도 점심 박스를 사 먹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비행기 뒤편으로 걸어가서 승무원 아주머니에게 50불짜리 돈을 건네주곤 "저기 군인들에게 모두 점심 박스를 하나씩 나누어 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감싸 잡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제 아들도 이라크에 가서 싸웠습니다. 손님께서는 내 아들에게 점심을 사주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승무원 아주머니는 점심 박스를 열 개 집어 들고, 군인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가서 점심 박스를 한 개 한 개 나누어줬습니다. 그리곤 내 자리에 오더니, "손님은 어떤 걸 드실래요. 쇠고기, 아니면 닭고기?" 이 아주머니가 왜 이러시나, 의아하면서도, 나는 닭고기를 먹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비행기 앞쪽으로 걸어가더니 일등칸에서 나오는 저녁식사 쟁반을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으로 손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를 가려고 비행기 뒤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떤 남자가 저를 막았습니다.
"좀 전에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 저도 돕고 싶으니 이것을 받으시지요."
그 사람은 저에게 25불을 쥐어주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기장이 좌석번호를 둘러보면서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기장은 바로 내 자리 앞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기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님과 악수하고 싶습니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서서 기장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기장은 큰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전에는 군인으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오래 전, 어떤 분이 저에게 점심을 사주셨는데, 그때 고마웠던 기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이구, 이를 어쩌나" 하면서 쑥스러워하고 있는데 기내 모든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더 날라 가고, 나는 다리를 좀 움직이려고 비행기 앞쪽으로 갔습니다. 앞에서 6번째 줄인가, 앉아있던 승객이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더니, 나에게 또 25불을 건넸습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꺼내고 비행기 문으로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내 셔츠 주머니에 무언가를 쑤셔놓고 부지런히 걸어 가버렸습니다. "이런! 또 25불이네!
비행기에서 내려서 터미널에 들어가니까, 아까 그 군인들이 한 곳에 모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걸어가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75불을 전했습니다.
"당신들 기지까지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이 돈으로 샌드위치나 사들 먹어요.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가호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군인 열 명이, 비행기에 동승했던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느끼며 떠났습니다. 나는 내 자동차로 걸어가면서 이 군인들을 위하여 무사히 귀환하라고 기도했습니다.
이 군인들은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점심 박스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합니까! 작아도 너무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현역군인이나 재향군인이나, 그분들 모두가 사는 동안 언젠가, 나라에다 "미합중국 受取"(받으시오)라고 적은 수표를 바친 사람들입니다. 수표의 금액란에는 "내 모든 것! 내 목숨까지라도!" 적어서 말입니다. 이것은 비할 데 없는 영광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추신,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북쪽의 무자비한 도발에 대하여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관용과 진심으로 어루만져도 고개를 갸웃할 남녘 동포들에게 걸핏하면 처참한 살육도 마다하지 않는 북쪽 지도자들의 동포를 껴안을 복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통치자로 여겨지는 솔로몬의 잠언에서 올바른 위정자들의 길을 찾아본다.
‘포학한 자를 부러워하지 말며 그 아무 행위든지 좇지 말라 대저 패역한 자는 여호와의 미워하심을 입거니와 정직한 자에게는 그의 교통하심이 있으며 악인의 집에는 여호와의 저주가 있거니와 의인의 집에는 복이 있느니라.’(잠언 3장 31-33절)
‘왕은 인자와 진리로 스스로 보호하고 그 위도 인자함으로 말미암아 견고하니라.’(잠언 20장 28절)
만기제대 한 달을 앞두고 참변을 당한 서정우 하사와 입대 3개월 만에 화를 입은 문광욱 일병, 건축공사장에서 사흘간 일하고 돌아갈 마지막 날에 비통한 최후를 맞은 민간인 김치백, 배복철씨에게 하늘의 위로와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악인은 그 환난에 엎드려져도 의인은 그 죽음에도 소망이 있느니라.’(잠언 14장 3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