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문의 「술 취해 오십년」은 반세기에 걸친 자신의 음주 생활을 숨김없이 풀어낸 자전적 수필이다. 글은 담배에 얽힌 젊은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공무원 생활과 함께 시작된 음주, 결혼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던 거짓말, 결혼 후 다시 술을 마시게 된 사연, 수석을 찾아다니다 막걸리에 취해 논에 빠졌던 일화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어진다.
특히 자신의 허물과 실수를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내놓는 솔직함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술의 노예가 되어버린’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심각하고 무거운 고백에 머물지 않고 익살과 해학으로 삶을 되돌아본다. 논에 빠진 사건을 두고 훗날 사람들이 “지금도 논 메고 다니지 않느냐”고 놀리고, 자신은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와 더 이상 논을 멜 수가 없다”고 받아치는 대목에서는 글쓴이 특유의 유머 감각과 낙천적인 성품이 잘 드러난다.
이처럼 「술 취해 오십년」은 잘 다듬어진 삶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넘어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인생 풍경을 꾸밈없이 펼쳐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밑바닥에는 웃음만으로 넘길 수 없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흐르고 있다. 술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과 피해를 주었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하여, 결국 “아내여 미안하다. 술취한 나를 이해해 주어서 더욱 미안하다”는 고백에 이르는 과정은 이 수필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오랫동안 술을 마셔온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글쓴이가 마지막에 돌아보는 것은 술 자체가 아니라 그런 자신을 곁에서 견디고 받아준 사람이다. 그래서 제목 ‘술 취해 오십년’에서 말하는 오십 년은 단순한 음주 경력이 아니라 결혼생활과 직장생활, 취미와 실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켜켜이 쌓인 인생의 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의 “술 취해 80년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다”는 표현 역시 글쓴이 특유의 과장과 해학으로 읽히며 작품 전체의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다. 자신의 부족함조차 삶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웃음과 고백으로 풀어내는 이 작품은, 평범한 개인의 체험도 솔직한 자기성찰과 인간적인 유머를 만날 때 충분히 따뜻하고 개성 있는 수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첫댓글 이승훈 사장님! 수필 평을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더 좋은 일들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 임재문올림.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