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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김수진 사회복지사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사자 스스로 느끼고 직접 실천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일이라고 이야기 하는 김수진 선생님은 2007년에 제 39회 새내기 사회복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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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성장하는 공동체
성산복지관에는 2002년 10월에 입사했다.
재가복지팀, 지역복지팀 등 여러 팀을 두루 경험했고
지금은 총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 코넷에서 교육받은 경험이 있는데,
주민조직이라는 것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팀이 맡아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사들 모두가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게 돕고
주선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함을 배웠다.
한 부모 가정의 어머니들을 도울 때에 단순한 필요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어머니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듣고
사람들을 조직하고 그렇게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실제로 어머니들이 지역공동체 방송 '마포FM'에 고정프로를 맡고 있는데
이것도 같은 이유에서 진행한 것이다.
(*마포지역공동체 라디오, 소출력 FM방송. 마포FM 홈페이지, mapofm.net)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냈는데
이 역시 어머니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강점을 찾을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게 도왔던 방식이다.
(*‘우리 그래도 괜찮아 - 씩씩한 싱글맘들의 고군분투기’, 여성신문사, 2008)
이렇게 사회복지사는 당사자 스스로 잘 하실 수 있게 돕는 사람인 것이다.
복지관은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곳이다.
그러나 복지관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삶에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공동체 이야기가 나왔기에 질문을 드렸습니다.
얼마 전 월간 복지동향을 보았는데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바람이 수급비 지원과 관련된 업무는 일반 행정직이 맡게 하고
그렇게 확보된 많은 시간은 가정방문과 상담 등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며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어려운 이웃 그 당사자에게도 유익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복지관은 더욱 더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김수진 선생님의 생각을 여쭸습니다.)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그렇다. 실제로 현장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구는 예전과 달리 지자체(구청, 주민센터)에서
이제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돌아다니고 있다.
가정방문도 많이 하면서 직접 사례관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의 복지관의 일을 지자체에서 감당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복지관에는 복합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만을 맡아 주길 원하는 듯하다.
복지관은 어떨까?
복지관의 업무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살펴야 하는 어려운 이웃은 늘고 그분들이 처한 문제 상황도 복잡해 졌다.
때문에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일에 대한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줘야하는데 그런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지자체와의 관계 속에서 맡겨지는 일이 많아지니 새로운 시도가 부담스러워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지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예산 없이 일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 무리하게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곳으로 복지관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자체가 그렇게 일한다고 해서 복지관의 일과 중복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포구 안에는 ‘사례관리 위원회’가 이미 조직되어 잘 운영되고 있어
담당자들이 서로 잘 협력하고 있다.
오히려 지자체의 이런 생각과 변화는
어려운 이웃이 소외되지 않게 되는 좋은 조건일 수 있으며
지자체와 복지기관이 서로 더 잘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이 있다.
지자체는 객관적 정보획득 등과 같은 나름의 강점이 있다.
복지관에 오면 지자체와는 달리 편안함이나 친밀한 느낌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렇기에 복지관은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결국 두 지점에서의 협력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복지관은 건강한 공동체를 일궈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복지관만이 공동체를 일궈야 한다거나
그 일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동체를 이루는 일도 해야 하지만 사례관리 처럼 기존의 해 오던 일도 중요하다.
주민에게 힘 실어 드리기
예전에 한 어머니가 화가 나서 복지관에 오신 적이 있다.
등굣길에 모 단체에서 중산층 아파트 단지 앞에서만 교통지도를 하는데,
이는 우리 단지가 임대 아파트단지이기 때문에 소외받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오히려 우리 단지 앞의 차로가 크고 넓은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제안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신 어머니부터 직접 무엇인가를 해보자, 사람들을 모아보자.
그렇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과
동네 환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모여서 ‘성산마을 봉사단’이 만들어졌고
그 분들이 우리 단지 앞의 등굣길 교통지도를 직접 진행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알려지면서 지자체로부터 상도 받았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커지면서 동네 학교에서도 지원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공식적으로 그 학교의 녹색어머니로 활동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교통지도가 잘 이뤄지면서 이후 지자체에서는 이 일을
사회적 일자리로 전환하여 동네 장애인들이 담당하게 하였고
그렇게 되면서 어머니들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복지관은 다시 이 어머니들의 역량을 모다 또 다른 지역의 일을 만들어갔다.
장애인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맡기는 것이 근로빈곤층을 고착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경우는 이 일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존감도 올라가고
당사자들 역시 역할을 인정받아 기뻐하셨다.
물론 직접 노력하여 얻은 수입도 생기셨다.
비록 사회적 일자리로써 진행한 교통지도였지만
그 길을 지나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이 분들에게 매우 감사해 하셨다.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고맙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그 길을 건널 때 마다 고맙다고 인사드린다.
이 일 덕에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처럼 이런 일들이 한 순간에 바뀌거나 치밀하게 계획되어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우리 동네 복지라는 것은 작은 일들이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주민들의 입장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진행하면 된다.
일방적인 수혜가 아닌 당사자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게 하고
다른 분들과 서로 공유한 뒤 함께 한 사람들,
그 안에서 직접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연구보고서
지금 맡고 있는 일 중, 기관방문을 오면 안내하고 소개 하는 일이 있다.
기관 방문 오게 되면 종종 관련 사업의 자료집 등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다.
연구팀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우리 복지관의 연구팀은 TF팀으로 구성된다.
상황에 따라 각 팀에서 담당자들이 협력하여 팀을 꾸리는 것이다.
그 연구팀에서 자료집도 여러 권 만들었는데, 이는 모두 판매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먼저 우리 스스로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을 받고 판매하기에 더욱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도 생기게 된다.
비용을 받고 판매하니 우리 스스로도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렇게 열심히 실천했는지 성찰하게 되더라.
사실 무료로 배포하면 사람들은 열심히 읽지 않는다.
오히려 비용을 주고 판매하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사서 열심히 읽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수익은 모두 연구 사업비로 들어와 다른 연구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이는 평소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사업을
현장연구물로 출판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실천하니
자연스레 맡은 사업을 성실히 실천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저도 두 권을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 중 ‘강점관점을 활용한 가족통합 사례관리’보고서 14쪽에
강점관점 통합사례관리를 설명하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수동적/병리적 개념으로 사용되던 대상자, 클라이언트라는 개념을
‘사례주민’으로 지칭하고 관리의 의미보다는 ‘관계 맺기’의 의미로 전환하고자 한다.”)
* 이화여자대학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현장보고서 목록
http://www.sungsan21.org/gboard/bbs/board.php?bo_table=business5_1
어르신의 관계망 만들기
어르신들은 외롭다는 말씀 많이 하신다.
또 홀로 돌아가실까 두려워하신다.
실제로 그렇게 혼자 계시다 돌아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외로움의 해결을
복지관의 이런 저런 서비스로만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집에 계신 어르신과 가까이 지내고 자주 왕래하면 어떨지 고민했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는 든든한 고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계획한 것이 어르신 다섯 분을 주선하여 작은 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섯 분 중 한 가정에 가까이에 사시는 다른 네 분의 어르신을 초대하게 주선하고
사회복지사가 직접 그 어르신 댁에 찾아가
자기회상 프로그램,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 등
서로 친해지고 의지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했다.
(기존에 복지관 건물 안에서 진행하는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보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어르신들이 이웃집에 마실 가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의 효과도 있을뿐더러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 서로 친해질 수 있겠군요.
다과, 식사 등을 복지관이 따로 준비할 것 없이 어르신께 부탁드려도 좋고,
비용이 부담이면 비용을 지원해드려 직접 준비하시게 거들어도 좋겠습니다.
기존 사업 속에서 당사자의 관계를 살리기 위해 적용하기 좋은 방법이군요.)
지역공동체..
공동체의 복원이란 것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복원이라는 것이
기존의 사회체계를 부정하고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자고 하는 것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하천은 자기정화능력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심하게 망가져 있다면 자기정화능력만을 믿을 수는 없지 않을까?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약품 등 외부의 개입으로
자기정화능력을 회복하게 도와야 하고
그런 뒤에야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의도적 개입이란 것이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 속에서는 어느 정도는 개입하여 일정 수준까지는 올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역사회 스스로 지역주민을 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복지관이 계획하고 개입해야 한다.
이처럼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복지관이 존재하면서 지역사회의 자정능력을 키워내는 시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장기근속
지역사회와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라면,
되도록 한 기관에 오래 머물면서 지켜봐야 한다.
2~3년마다 옮기면서 어떻게 지역사회와 관계하겠다는 것인가?
오랜만에 다른 기관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성산복지관에서 근무하나?’하고 물어본다.
왜 이런 질문이 나오는가?
안타까운 우리 현장의 모습이다.
오래 근무해야 지역사회를 알게 되고 주민들의 신뢰를 받게 된다.
한 기관에서 부서를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수시로 이곳저곳 지역사회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나는 우리 복지관에 오래 근무하게 된 이유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도 있으나
성산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매력도 크다.
나를 크게 성장시킨 소중한 곳이다.
맺음말
끝으로 사회복지사는 윤리적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사회복지 윤리경영에 대해 요즘 많이 공감하고 있다.
윤리경영이 도입되면서 의식적으로 모든 활동, 모든 생각이 과연 윤리적인가,
당사자의 입장이 반영되었는가를 되묻고 살피게 된다.
10년 전에 사회복지정보화캠프와 복지순례에 참여했는데,
그때 복지관 분과에 속하여 여러 오빠들과 밤새워 토론했던 때가 눈에 선하다.
그때 나눈 이야기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 시절의 그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도 그 마음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댓글 수진이가 잘하고 있구나. 수진이가 이 글을 볼까?
'관리'의 의미보다 '관계맺기'의 의미로 바라보려 한다는 글에 감동합니다. 공동체 회복에 대한 김수진 선생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지역복지관이 주체가 되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안되겠지만, '주선'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겠지요. 선배로서 본을 보여주시는 김수진 선생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해주신 김세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관계 주선사.. 늘 먼저 읽어주고 조언해주어 고마워요. 요즘 병광 선생님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이 큽니다.
관계 맺기가 하고 싶은데 자꾸 관리로만 무언가를 평가하려고 하는 현재 시점에서 사실 좀 괴롭네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 김세진 선생님과 다른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 순간에 관점이 변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사업을 하면서 '변화'라는 것이 천천히 온다는걸 깨달았지요.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주변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말'과 '글'로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해서 주변에서도 공감하고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새롭게 하거나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하면 어떨까요? 내 마음만 앞서 조급해하면 쉽게 지치고 주변에서도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직원이나 기관의 관점도 존중하면서 '때'에 따라 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계맺기'를 중요시하고 실천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래간만에 들어왔더니 글이 있네요. 이번 25일에 있을 대담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김세진, 오순희, 이호상선생님 등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중간에.. 중산층 아파트 앞에서 활동하던 '모 단체'는 그 학교 녹색어머니회였습니다. 처음에 어머니가 직접 녹색어머니회에 건의했을 때 저소득층 아파트로 가는 대로에서는 활동을 못한다고 입장을 표했었는데, 그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임을 구성해 활동을 하고 상도 받고 하니까 학교에서 함께 하자는 연락을 해서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