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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건?
신작로 오른쪽 해안가 절벽아래 우리가 걷는 길바닥의 색깔을 닮은 한 무더기의 원추리이다.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 또는 지성이란다. 깊은 산속 절벽아래를 내려다보며 풀숲 속에 몸을 숨기고 지성스럽게 피어 있는 꽃, 길게 고개를 내밀고 누굴 그렇게 기다리는가? 연락한다고만 해놓고 아직도 연락이 없는 애인이라도 기다리는 건가?
작년 7월 지리산에 갔을 때 노고단의 안개 속에 부끄럽게 피어있던 그 꽃이네!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는데,...? 쳐다보고 있으면 근심걱정이 없어진다 하니 쳐다보고 또 쳐~다보리! |
너무 오래 쳐다보았나?
옆의 일행이 보이질 않는다.
큰 발짝으로 내 달린다. 큰 발짝이래야 나의 세 발짝이면 우리 무하대장 한 발짝에 견줄 만할까?
빠른 걸음으로 길을 오르다 구름포해변전망대는 올려다만 보고, 다시 구름포해변을 내려다본다.
이름 못지않게 아름다운 해변이다.
<사진8> 구름포 해변
구름포는 모래해변과 좌우의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란디 내려가보지도 못하고 이러고 서있다.
지형이 반달처럼 둥글게 구부러진 그 아랫부분을 구름이라고 부르는 데서 연유하여 구름언덕 끝자락이라는 뜻의 ‘구름미雲山尾’라 불린 지역이다.
이후 ‘운산雲山’은 ‘운포雲浦’로,... 다시 1996년 ‘구름포구’로 불리어진다고,...
<사진9> 시성 이태백의 오언시
조선조에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이곳에 와서는 빼어난 절경에 취해 여러 날을 지내다가 해안가 육중한 바위에 붓으로 시를 적으니 그 후부터 주변일대를 태배라 불리어 오게 되었다고,...
先生何日去 선생하일거 선생은 어느날에 다녀갔는지
後輩探景還 후배탐경환 문생이 절경을 찾아 돌아오니
三月鵑花笑 삼월견화소 삼월의 진달래꽃 활짝 피우고
春風滿雲山 춘풍만운산 춘풍은 운산에 가득하구나
춘삼월은 이미 지난 지 오래이나 이 시를 읽고 답을 아니 할 수 없지!
진달래꽃 피는 춘삼월 그 꽃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여름 햇볕 내리쬐는 지금에야 소식 듣고 달려왔다네
뙤약볕 등에 지고 갯가 곰솔 밭을 가는 이 발걸음 무거워도
갯바람의 시원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그만 아닌가?
아~! 시원허이!
그런데
시詩는 시고, 아이고오~ 여보시오 숨이 컥컥 막혀 나 지금 어떻게 될랑갑소!
그대 다녀간 춘삼월에 못 온 것이 후회막급이오, 후회막급이야!
어 참! 이태백의 오언시 마지막 운산雲山이 조금 전의 구름포해변의 구름미雲山尾의 그 운산雲山이 아닌감?
맞네 그려 이 아름다운 곳을 다 둘러보고 지은 시인갑네~에!
이제 쬐꼼 알 것 같으니 힘이 나요 힘이 나!
출발지점인 의항항의 남쪽 의항해변에 다다른다.
화영섬이 반긴다.
<사진10> 화영섬과의 첫 만남
화영섬은 의항해변을 감싸고 의연하게 서풍을 막아주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조선시대 안흥항安興港으로 들어오려던 사신이 풍랑으로 표류하다 이 섬에 상륙하였다. 사신들을 환영歡迎하였다는 뜻으로 환영섬이라 하다가 세월이 지난 지금 화영섬이라 부르고 있다한다.
또랑섬이라 병기가 되었는디 설명이 없네 그려!
더 정겨운 이름인디,....
또랑은 도랑의 지방 사투리?
의항리 쪽으로 가면서 길 위에서 찍은 또랑섬이다.
또랑섬 주위는 온통 작은 바윗돌들이 널려 있다. 이 돌들을 주워 모아 독살을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일 듯하다.
<사진11> 해변길 위에서 본 또랑섬
썰물이어서 물이 나간 또랑섬 가까이 내려간다.
그 옆에 예전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독살이 보이고 그 독살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잡고 있다.
아니 고기랑 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12> 독살과 또랑섬
신너루 해변을 제외하고는 멀리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하다가 의항해변에 직접 들어가서 갯가를 가로질러 가는 느낌은 아주 특별하다.
망산고개를 오르는 해변의 끝에서 의항해변을 돌아본다.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사진13> 돌아본 의항해변
수망산의 망산고개를 오르면서부터는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그 시각이 오후 2시경이라 하루 중 제일 덥다 그리고 남은 거리가 7km 정도로 먼 길이다. 왜 이렇게 게으름을 피웠지?
망산고개에 오른다.
소원면 의항리 수망산140m에 위치한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곳이 어디지?
<사진14> 망산고개에서 내려다본 의항항 앞바다
자세히 보니 처음 출발한 소원면 의항리의 의항항과 건너편 원북면 신두리 사이의 넓은 만灣이다.
소원면 의항리를 해변을 따라 한 바퀴 돈 후 망산고개에 이른 것이다.
망산고개를 내려 천리포 수목원의 울타리 철조망 사이를 지나 백리포와 천리포해변으로 가는 길을 피해 만리포해변으로 바로 가는 길을 간다.
더위를 너무 얕본 걸까?
이제는 아무리 좋은 해변이라도 그 해변이 그 해변 같기만 하다.
이때 우리 무하대장님, 시원한 캔맥주로 갈증을 풀어주니 힘을 얻을 수밖에,... 고맙고 고맙다.
오후 4시 조금 넘은 시각 만리포해변에 도착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길의 마지막이어서 더 그런가 보다.
그만큼 무더위에 많이 지쳤다.
<사진15> 만리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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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번저 안내표지판이 반긴다.
만리포는 옛날 명나라의 사신을 환송할 때 수중만리水中萬里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리포萬里浦로 부른다는,...
해수욕장은 젊음의 장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때를 놓친 해당화 몇 송이가 피어있는 곰솔 방풍림을 지나 만리포사랑 노래비 앞에 선다.
그런데 노래비 오른쪽에 정서진, 대한민국서쪽땅끝이란 표지석을 보고 궁금해 하고 있는데,...
방랑자님 정성스럽게 설명을 거든다.
<사진16> 만리포사랑 노래비 옆의 정서진 표지석
정서진正西津이라 주장하는 곳은 많다.
정서진이라는 말은 처음 강화도의 낙조대의 별칭으로 쓰이다가
2011년 인천시 서구에서
정서진正西津은 강원도 강릉에 있는 정동진正東津의 대칭 개념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일직선으로 본토가 끝나는 지점인 서구 세어도 부근을 정서진으로 선포한다.
그런데 충남 태안군은 정서진이라는 개념을 대한민국 전체 영토의 서쪽 맨 끝으로 재해석하여
이미 2005년에 이곳 만리포 지역을 정서진으로 지정한 터라
인천 서구가 정서진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자 급히
'제1회 만리포 정서진 선포식 및 기념축제'를 열어 정서진의 위치가 만리포임을 주장하였단다.
여하튼 서로 경쟁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관광자원화 하여 앞 다투어 개발하고,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면야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무더위에 지쳐 망산고개를 내려오면서 본 밤송이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사진17> 가을을 기다리는 밤송이
이 무더위에 탐스럽게 영글어 알밤이 되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 같아서다.
그 기다림에 희망이 있기를,....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이 기다림으로 채워지는 것을,...
※ 걷기 코스
의항항←2.2km(→신너루해변←km)→태배전망대←1.9km→구름포해변←1.1km→화영섬, 의항해변←1.2km→망산고개←1.7km→백리포해변←1.0km→(천리포해변←1.4km→국사봉전망대)←2.3km→만리포해변 약13Km
※ ( )안은 생략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