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시월 보름이 금년에는 토요일. 투명한 황금빛의 대기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올해는 윗대선영이 있는 농소 가대의 묘제에 참석하기로 몇달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묘사떡 실컷 먹어 보는 것이 어린날 나의 소박하고 절실한 소망이었는데, 어느 해 묘사음식상곽을 메고 큰아버님과 20리 기차역으로 출발하시려는 아부지께 기어이 말씀을 드렸다. 나도 따라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뜻밖에도 안된다는 것이었다.여덟 군데 이상을 산 속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아이는 갈 수 없다는 것. 거기는 하도 산골짝이라 떡 얻으러 오는 아이도 없는가 보다 하면서 아쉽지만 포기했다.
여섯 분 중 이웃해 사시면서 묘사 차리기는 당연히 농사하는 자신들의 몫으로 여기시는 두 형제분은 성묘에 이어 묘사도 한번도 빠지는 법이 없었다. 이제는 묘소 앞앞이가 아니고 단을 쌓아 한 번에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두 분께서 해마다 겪으신 그 행사날, 음력 시월 보름날의 하늘과 기온, 산야의 풍경을 몸소 체험해 보아야 한다는 의무감같은 것이 몇해 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나를 압박해 왔다. 또한 서울에서는 장손인 종형께서 혼자 내려 가시는 것을 알고도 가만 있다는 건 도리가 아니고, 아버님이시라면 종형과 같이 묘제 참여하라고 당신의 장남에게는 일르셨으리란 생각도 늘 있었다.
서생 동생네에 계시는 어머님도 이참에 뵙고, 좋아하실 고노와다도 구해 드릴 겸해서 새벽에 길을 떠났다. 통영을 거쳐 가대윗대선영묘제 참석, 그리고 어머님 뵙기의 순서로 하였다.

통영시의 어느 주유소. '증말로 수건을 가져 갑니까?' '을매나 많이 가져 가면 저렇게꺼정
하겠어요?'. 묻는 사람, 답하는 사람, 둘 다 웃음을 터뜨린다.

고도와다 주문을 하고 아침을 떼우려 새터시장을 들어서는데 오전 7시 경인데도
어시장은 어시장.기운 빠진 사람은 새벽 아침 공항이나 어항으로 가라. 분명히
팔팔해져 돌아올 것이다.

웬 어시장 뒷편에 대장간이? 어 작업 중이네. 어구와 농기구를 아직도 풀무질하여 두들겨 만들고
있구나.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밥집. 가마솥 시락국 지역에 복국집이 여럿 있다. 위오른쪽이 전어밤젓이
라는데 올 가을에 담아 지금 맛이 최고라 한다. 참으로 밤같이 맛이 고소하다. 별미다.

팔촌 이내들이다. 큰일에 한 번씩은 보암직한 얼굴들. 햇볕이 따스하고 기가 어우러지는
명당이다.
일종의 분지 지역인데 앞이 틔어 있고 바람을 조용히 품은 곳이다. 9대조부모시니 270년
전에 사셨던 분들이시다. 우리의 알음이 생겨날 예정조차 전혀 없을 그 때에 이 동네 또는
근린에서 하나님 주신 생을 사신 할아버지 할머님들이시다.
서울서 내려 왔다고 첨잔을 하고 독축하는 영광을 받았다. 제주인 종형께서 자꾸 나의 낯을
내어 주시려고 그러신다.
천지 이전의 우리 하늘님 큰 은혜가 더 새롭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음해 또 보자는 인사들이 그저 그저 정겹다.

어머님집 가기 전에 나오는 용주사. 그 사찰의 동편 뜰에 귀하게 귀하게 맺힌 낙상홍들.
붉은 빛이 어찌 이리 선명한지.
어머님께선 같은 질문을 새롭게 또 새롭게 하신다. 그때마다 새로운 둣 대답을 해 드린다. 동생 부부의 봉양으로 건강하시고 총기는 더 밝아진 듯하시다.
고노와다. 이것도 금년 가을에 담았다는데 오양수산에 납품을 한다는 것. 바닷맛이 송두리째 뭉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짜지 않고 싱싱하다. 어머님은 입에 맞으시는지 숟가락으로 떠 자신다. 동생과는 다음날 통화가 되었다. 귀한 것 어머님과 식구끼리 잘 먹겠노라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름답고 상서로운 시월상달의 한가운뎃날이었다. 어머님께 작별을 고하는데 시월 보름달이 환하였다.
첫댓글 보리야 겸사겸사 고향쪽 같다 왔구먼 온산공단 조성어로 살람은 사라지고 엄써..ㅋ 선영 산소가 농소 쪽인가 보네 나이먹어면 어쩔수없서 마음이그쪽어로 끌려서 같다와야 마음이 편하지...
윗대선영은 농소 가대이고, 아부지대부터는 장안 명례다.
내 나고 처음 묘사에 가게 된 것이었제.
통영 졸복국이 일품이더라. 그 쪽으로 가면 겨울철 별미로
찾아 볼 만 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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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 약간 절인 해상창자젓을 흔히 일본말로 고노와다,
산지 통영에서는 그냥 와다라고도 한다.
맛은 멍게젓의 검은 부분과 같은 계통으로 짭쪼름하고 뒷
맛이 매우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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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해삼입니다. 이제 손가락이 곱았나 봐요,ㅎㅎㅎ.
일본인들은 고노와다, 운딴이라 카머 마~ 꺼뻑 넘어 간다 카는데...
이몸은 성게알 운딴은 무씬 화학약품 겉애 갖고 파이더라구요.
그래갖고 와다가 이몸의 '식도락품목1번'입니다.
동안거에 든 사람에게 비리진 젓갈 얘기 더 하믄 벌 받겄다.
안거 후에 함 기회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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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감 31년 전이었응께 어언 마흔해가 넘었구랴~.
그렇지 첫사랑의 처자들 모다 그 때에 만난 게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