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시즌, 품앗이로 김장축제
우리 동네는 김장시즌입니다. 원래 김장시즌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였습니다. 그래야 땅에 묻은 항아리에 김장김치를 넣어도 쉽사리 시어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김장시즌을 한 달 앞당겼습니다. 이젠 춥지않을 때 김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좋은.... (면도 많아진) 세상입니다^^;;
동네 김장은 함께 합니다. 품앗이입니다.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입니다. 그 다음날은 길 건너집 차례인데 서울간다는 사람이 많네요. 그래서 그 다음날로 미뤄서 했습니다^^
배추 100여 포기 김장하고 나면 허리 끊어집니다.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쉽게 할 방법을 강구합니다. 데크에 미리 작업장을 설치합니다. 시골에서는 트럭 짐칸에 비닐만 깔면 완벽한 배추속넣기작업장입니다. 물론 가장자리 차벽은 내려야지요.
또 다른 집 김장하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한 손 보탰다고 표정이 해맑습니다^^
배추 겉절이를 만드는 중입니다. 여럿이 먹어야 하니 양이 많습니다. 식구 작은 집 1년 김장 양입니다. 김장품앗이 하이라이트. 수육 삶아 배추겉절이에 함께 먹기. 거기에 각자 집에 돌아갈 때 한 봉지씩 들고가라고 많이 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니 손도 큽니다.
게다가 김장배추까지 얻어왔습니다. 요즘은 매일 하루 세 끼 반찬은 겉절이 하나입니다. 고춧가루 많이 넣기 경쟁을 하는지 집집마다 김치가 빨갛습니다. 하지만 녹광같은 안맵고 달달한 고추라 속이 대리지(사투리지만 표준어에 적절한 표현 없습니다)는 않습니다.
동네에 배추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늘 넉넉하게 심는 편인데 올해는 배추가 물크러지거나 속이 안차거나 했답니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농사전문가들도 그럽니다. 매년 다들 남아 나눠주기 바빴는데 올해는 서로 남는 거 없냐고 묻기 바쁩니다. 무, 배추 값이 비쌀 만 합니다.
김장은 힘든 일인데 함께 하니 축제 분위기가 납니다. 힘이야 들어도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함께 해야 삶이 훈훈합니다. 옛날 도시 아파트에 살 때는 앞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더 팍팍했을까요? 김장시즌이 김장축제같이 느껴지다니. 올해 처음 겪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