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해안 ‘쌍굴’을 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식동굴
어쩌다 보니 요즘은 섬 여행 중 일반인들이 잘 가지않는 특이한 비경이나 무인도들을 일부러 찾아다니곤 한다.
수우도 해골바위해안, 소청도 분바위해안, 영흥도 적벽해안,
금당도 해벽, 보길도 동천석실, 서해 최북단 말도(唜島), 노인부부 1가구 만 사는 섬 내초도 등과,
무인도인 격렬비열도, 갈도, 십이동파도, 백도, 납도,
바다의 신기루인 모래섬 풀등, 파도가 워낙 사나워서 자살도라는 별명이 붙은 좌사리도, 세월호 침몰지점 인근 병풍도 등이 그것이다.
섬은 아니지만 가로림만에 인접한 서산 황금산 해벽 동굴도 정말 특이하고 신기한 비경이다.
어제(5/5)는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섬인 장봉도를 찾았다. 등산을 위해 여러번 다녀온 섬이지만 타이밍이 맞지않아 간조 때만 볼 수 있는 해안동굴을 아직 가보지못했기 때문이다.
장봉도를 갈려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매시간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40분 정도. 이 배는 삼형제섬이라고도 불리워지는 신도시도모도 선착장을 들러 장봉도로 간다.
삼목선착장은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에는 공항고속도로를 이용, 약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은 공항철도를 이용, 운서역에서 하차하여 건너편 정류장에서 307번 버스, 또는 204번 버스를 타면 된다.
307번의 경우 33-46분, 204번 버스는 55-70분 단위로 다니기 때문에 기다리기가 지루할 경우에는 택시를 타면 10분 내에 삼목항에 도착하며, 요금은 7500원 정도이다.
드디어 여객선이 장봉도에 접근한다. 선착장 부근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작은 멀곳' 구름다리와 바위섬이다.
이 다리는 길이가 221m로, 장봉도에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명소이다.
장봉도에서는 이곳 구름다리 부근에서 출발, 상산봉-국사봉-봉수대-가막머리전망대에 이르는 총 11.4km, 약 5시간 전후의 종주산행 코스와, 윤옥골-가막머리전망대로 이어지는 편도 2.1km의 해안기암절벽 트레킹 코스가 특히 유명하다.
장봉도 옹암선착장에 내리면 도내공영버스가 기다린다. 이 버스를 타고 옹암해수욕장-장봉2리-장봉3리-장봉4리를 거쳐 종점인 건어장해변에서 내린다. 버스를 타면 선착장에서 건어장해변 종점까지 20분이 채 걸리지않는다. 장봉도에는 택시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져가지않을 경우에는 이 방법 밖에 없다. 버스는 여객선 도착시간에 맞춰 매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전동스쿠터(1-2인용)나 패밀리바이크(3-4인용)를 빌려 직접 자신이 원하는 곳 만 돌아다닐수도 있기는 하다. 전동스쿠터 렌탈비는 시간당 15,000원, 패밀리바이크는 시간당 30,000원이다(032-746-0375).
버스 종점에서 내려 해안 끝까지 가면 ‘노을그려진바다풍경(010-4105-0701)’이라는 펜션을 만난다.
펜션 앞에서 바로 해안가로 내려가 10분 정도 돌해안을 걸으면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암벽 코너에 해식동굴이 있다. 건어장 해변에서 멀리 돌출암벽 코너가 보인다.
장봉도 해식동굴을 갈려면 반드시 물때를 봐야 한다. 물때는 '바다타임'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조 시에만 해안을 걸어 해식동굴까지 갈 수 있다. 필자가 장봉도를 찾은 5월 5일의 경우 간조시간은 13시 44분. 집에서 늦게 출발해서 건어장 해변에 도착한 시간은 15시 19분. 이미 바닷물이 들어와서 오늘은 해식동굴까지 못가는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곳은 물 들어오는 게 늦은 편이다. 16시 36분에 해식동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바닷물은 한참 아래에서 들어오고 있다.
장봉도 해식동굴이 특이한 건 다른 곳에서 보기가 힘든 ‘쌍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식동굴은 동굴 하나가 독립적으로 있는데 반해 이곳 해식동굴은 동굴 안이 하나로 열려 있어 내부에서 동굴 밖을 쌍안경처럼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다. 또, 쌍굴의 형태도 두 개가 수직으로 나란히 있는게 아니라 안에서 볼 때 좌측동굴은 수직, 우측동굴은 수평 형태로 파여져 있어 더욱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적지않은 섬들을 돌아다녀봤지만 썰물 때 직접 가볼 수 있는 해안동굴로서 이곳 장봉도 해식동굴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쌍굴’은 아직 본 적이 없다. 감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식동굴이라 부를 만 하다.
쌍굴 만 보고 무심코 지나칠 수가 있는데, 쌍굴 바로 옆에는 또, 수직으로 좁게 뚤려진 수직쌍굴도 있다.
이 동굴안으로 들어가면 아래동굴 위에 다시 하늘 만 보이는 이중동굴이 있다. 참으로 신기한 형태라 아니할 수 없다. 마치 하늘로 가는 ‘통천문’ 같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비금도 그림산 정상 아래 하늘로 뚫린 동굴인 해산굴, 홍천 팔봉산 해산굴, 관악산 팔봉능선 해산굴, 북한산 숨은벽능선 해산굴 등을 만난 적이 있지만, 바닷가 해안의 해식동굴에 하늘로 뚫린 통천문이 있는 건 매우 드믄 경우이다.
장봉도 해식동굴이 이처럼 특이하고 아름다운 데도 장봉도 관광안내나 등산트레킹 안내자료 어디에도 해식동굴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나 소개자료가 없다. 영흥도 적벽해안처럼 말이다. 물 빠진 간조 때 만 들어갈 수 있고 바위와 돌들이 깔려 있는 암석해안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관광지로 소개하기에는 위험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쌍굴에서는 누군가 모델로 양쪽에 서주면 사진이 더욱 멋있는데 필자 혼자 갔을 뿐 아니라 현장에 가보니 필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진이 너무 단조로울 것 같아 5분 거리의 가까운 해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한 가족에게 필자가 사진작가라는 신분을 밝히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모델을 서 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해봤다. 다행히 어린이와 젊은 할아버지가 흔쾌히 응해줘 몇컷 찍게 됐다. 실루엣 사진이라 인물의 상세한 면면은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했지만 어쨋튼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싶다.
해식동굴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가족 캠핑해안 바로 옆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고갯길이 보인다. 캠핑가족에게 이 길로 가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물으니 장봉2리로 넘어간다고 알려준다.
인터넷 몇군데에서 해식동굴 찾아가는 방법을 봤는데 바로 이 길이었구나. 직접 걸어가 보니 논길을 지나 장봉2리 초등학교 분교 옆 버스정류장까지 그리 멀지가 않다.
굳이 건어장 종점에서 내려 찾아가는 것 보다 이 코스가 해식동굴을 찾아가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게 됐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건 기쁨이다. 도전과 모험은 이처럼 내게 아직 살아가는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오늘도 배낭을 메고 무작정 길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글, 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