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빌 어거스트(Bille August)감독의 영화세계
1948년생 덴마크 출신의 거장 감독 빌 어거스트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기독교 촬영스쿨과 덴마크 영화학교를 거치며 영화 수업을
마쳤다. 촬영감독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에 대한 공부와 경력을 쌓아가면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정복자 펠레 Pelle the
Conqueror.1987>가 1988년 4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하였다. 이 영화는
초기자본주의 시대에 스웨덴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덴마크로 노동이민 해와 겪었던 불평등하고 고통스런 삶을 유년시절의 시선으로
담아낸 명작이다.
이어 스웨덴의 거장 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이 각본을 쓰고 빌 어거스트가 감독한 영화 <최선의 의도 The Best Intentions.1992>
가 1992년 45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빌 어거스트감독은 덴마크가 나은 세계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
영화는 성장 배경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 가면서 겪는 갈등을 통해 소중한 것을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관객들에게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강하게 질문을 던지는 수작이다.
이 영화에서 열연한 페닐라 어거스트는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빌 어거스트의 부인이 되었다. 이 두편의 영화는 꼭
감상 해 볼만 하다.
이후 빌 어거스트는 헐리우드로 진출하였고, 여러 편의 대작들을 연출하였다. <마틴을 위한 노래 A Song for Martin.2001>가
2001년 트로야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고, <굿바이 만델라 Goodbye Bafana.2007>로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평화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1993년 당대에 걸출한 헐리우드의 초호화 스타 제레미 아이언스, 메릴 스트립, 글렌 클로즈, 위노나 라이더,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출연하여 열연을 펼쳐 화제를 모았던 영화 <영혼의 집 The House Of Spirits.1993>은 작품의 완성도 미흡으로
흥행에 실패하였다. 그 외에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Smila’s Sense of Snow. 1997>과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1998>
등 대서사를 다룬 영화 여러 편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Night Train to
Lisbon.2013>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갔던 영화이며, <사일런트 하트 Silent Heart.2014>도 입소문을
통해 나름 팬층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빌 어거스트의 영화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이 묻어난다. 촬영전문가에 걸맞게 영화속의 영상은 눈이 시리게 아름답고
슬프다. 너무나 수려하다. 그 속에 사는 인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갈등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가지만, 희망이 있고 따뜻함이 있다.
빌 어거스트는 기꺼이 팔을 뻗어 영화속 인간들을 안아주고 위로해 준다. 그의 영화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빌 어거스트의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다.
수려한 영상과 진한 철학적 물음.
(리스본행 야간 열차. 빌 어거스트. 2013)
진행_최영순 전북영화비평포럼
JB영화감상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오후 7시
JB카페라운지2. 리스본행 야간 열차(Night Train to Lisbon. 2013)
<리스본행 야간 열차>는 독일의 언어철학자 페터 비에리(필명. 파스칼 메르시어)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 원작을 각색한 영화이다.
소설이 출판되고 나서 3년 연속 독일의 아마존 top10에 오르고,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되어 출간 되었으며, 유럽문학의
현대고전으로 불리울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로맨틱하면서도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매력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 영화는 특히, 우리나라 관객들의 마음을 한 동안 사로 잡았으니,
한국인들이 영화에 푹 빠질만한 매혹적인 요소가 많았나 보다.
빌 어거스트감독은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서 영화속 현재의 주인공인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분)가 이끌어가는
서사 속에 과거의 주인공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분)의 삶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액자식구조의 영상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수려한 영상속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시적영상미를 추구하고 있다.
영화는 스위스의 베른에 사는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분)가 심한 불면증을 가지고 있고, 체스를 즐기는 사람임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자기 일을 누구보다 잘하는 존경받는 고전문헌학 교사인 초로의 그레고리우스는 고지식하리만큼 계획적이고
정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느날 출근길에 다리위에서 자살하려는 빨간코트의 젊은 여인을 구하면서부터 평생동안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끌림을 경험한다.
수업하다말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홀연히 교실에서 뛰쳐나온다. 그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놓고간 빨간코트 속의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 한권, 그리고 리스본행 열차 티켓.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 태생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인생일대의 대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이렇게 인생은 우연적인 어떤 사건에 의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 해 준다. 불면증 환자 그레고리우스가 책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저자 프라두가 던지는 수 많은 철학적 질문에 직면한다. 프라두가 리스본 태생이니, 내 기어이 그를 만나보리라.
그와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눠보리라. 프라두를 찾아 나선 여정이 시작되었다.
리스본의 바다와 거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프라두네 파란대문집으로 곧장 달려가 보지만, 인생이 그렇게 계획대로 척척 진행 되는
일이 얼마나 있던가? 리스본의 아름다운 골목길 위로 슬픈 파두의 음악이 흐를뿐이다.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프라두의 무덤으로 찾아간 그는 포루투갈 현대사에서 중요한 핵을 그었던 40년 독재의 저항운동과 카네이션 혁명의 역사를
마주한다.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이다.“ 귀족의 자재로 태어난 천재 언어연금술사 프라두는 의사이자 철학자이며
혁명가였다.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에 머물며 프라두의 보석같은 언어 유희에 심취하고, 그의 삶의 궤적을 좇아 프라두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의문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나간다. 퍼즐이 완성되어 감에 따라 불운했던 과거의 그들은 점차 생기를 되찾고, 미소를 회복한다.
그들의 삶은 너무나 치열하고 강렬했으며 활력이 넘쳤으리라. 불운한 천재 언어 연금술사는 잠 못 이루는 밤거리를 얼마나 많이
헤매었을까? 그레고리우스는 그들의 삶 속에서 문득 자신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내 삶에도 이렇게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던가?“ ”며칠을 제외하고 그동안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걸까요?“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삶이 여정이라면 나는 그 여정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진한 물음을 던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선택은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3. 관람 포인트 그리고 생각해 보기
가. 영화속 명대사 음미해 보기
나. 현재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와 과거 속 주인공 프라두의 인물 비교해 보기
다. 주요 등장 인물들의 독재정권에 대항한 저항운동 엿보기
라. 영화에서 기차와 안경이 은유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