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어느 지인과 주고받은 멧세지에서 생일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4월 15일이었다. 문득 그날이 누구의 생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더라...아! 윗동네, 그 국민 100%의 존경을 받던 분과 같은 날이었구나! 기억하기 좋은날이었다.
옛날 어린시절엔 형제들이 많았다. 여드집 할것없이 대여섯명은 기본이고, 딸부자집은 아들 낳는다며 여나믄명을 넘게 채웠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그 많은 자식들과 시부모, 시형제들의 생일을 다 기억하고 계신다. 생일뿐이랴! 많은 집은 제사도 열개 가까이 되었다. 그 많은걸 어머니들은 알고 계신다는게 참 신기했다.
연필 종이를 이용해서 기록해 두시는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다. 그걸 아버지들은 몰라도 어머니들은 아시는 것이었다.
나는 객지생활을 하면서부터 생일을 잊으려 노력(?)했다. 바쁜 일상에 번잡스레 그걸 찾아서 뭐하느냐는 심산이었다.
나의 그 생일이란게 음력 유월이니, 양력으로는 7~8월이었다. 그 싯점이면 쌀이 모두 떨어지고, 보리 수확으로 연명하던 시절이기에 생일이랍시고, 제삿때에나 쓸 귀한 쌀을 소비한다는게 조금은 겸연쩍은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는 양력으로 일상을 살아가는게 참편리했다. 현대 사회에선 해마다 가족의 음력 생일을 양력으로 환산 기억하는게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일은 음력으로는 어머니의 생일 뒤 4일째에 있었다. 철(?)들고 나서부터 어머니의 생신날을 챙겼으니 나의 생일은 나만이 기억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었다.
애 엄마가 그래도 내가 가장이랍시고 잊혀져가는 나의 생일을 들추어 내려 애썼지만, 나는 솔직히 그것도 불편했다. 언젠가 꼭 그렇다면 음력을 당시의 양력 날자로 환산해서 기억해볼까 하여 어디엔가 기록해 두었다가 이젠 그 행방을 알지 못한다.
지난 설무렵, 서울에 사는 아들네가 다녀갔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들과의 대화도중 칠순에 관한 단어가 나왔다.
어라! 그러고보니 애 엄마의 생일이 1월달 이었으니 칠순이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나의 잘못은 뒤로하고, 애들에게 책임이 전가 되었다.
전화를 걸어 나 자신이야 스스로를 감추는 삶을 살려 한다지만, 너희들까지 그래서는 안된다며 나무랐다. 사실 다른집들도 비슷한 성향이겠으나 우리들이 살아올 때와는 달리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냥 쿨하게 넘어가 버리는게 일상이다.
뒤에 알고보니 아들내외가 설에 왔을때 칠순 이야기를 하더라고 하니, 그냥 없던일로 하기로 하였다.
생일의 기념은 어떠한 개념에서 유래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예전 질병과 기아로 평균수명이 짧아 생존의 고귀함을 느끼고, 명분삼아 일가친척, 이웃모아 식사 한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다면 나처럼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축하받고, 함께 즐거워해야 할 일인 것이다. 참! 티비에서 본 할머니들의 대화, '생일때 미역국은 엄마들이 먹어야 하는디...' 백번 공감가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가난하면서도 유교적 풍습이 남아 그런지 챙겨먹는 건수도 많고, 나이에 따른 생일의 호칭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나이별 생일 명칭은 주로 한자어를 바탕으로 한 60세 이상의 수연례(壽宴禮,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 명칭이 유명하다.
환갑(60세), 진갑(61세), 고희(70세), 희수(77세), 미수(88세), 졸수(90세), 백수(99세) 등이 대표적이며, 30대(이립), 40대(불혹), 50대(지천명) 등 연령대별 호칭도 존재한다. 그런데 나이를 따지는 기준은 환갑은 만 나이를 하고, 나머지는 세는 나이로 한단다.
주요 연령별 생일 및 초칭은 다음과 같다.
> 15세 : 지학(志學) -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
> 20세 : 약관(弱冠) - 남자 20세를 이르는 말(관례를 행함)
> 30세 : 이립(而立) -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는 나이
> 40세 : 불혹(不惑) -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 50세 : 지천명(知天命) -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 60세 : 육순(六順)/이순(耳順) - 귀가 순해져 이해하는 나이
> 61세 : 환갑(還甲)/회갑(回甲) - 태어난 해의 간지로 돌아옴
> 62세 : 진갑(進甲) - 환갑 다음 해, 새로운 60갑자가 진입함
> 70세 : 고희(古稀) - 70세는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
> 77세 : 희수(喜壽) - '喜'자를 초서로 쓰면 七十七처럼 보임
> 80세 : 팔순(八旬)/산수(傘壽) - 80세 생일
> 88세 : 미수(米壽) - '米'를 파자하면 八十八이 됨
> 90세 : 졸수(卒壽) - '卒'의 약자가 九十인 데서 유래
> 99세 : 백수(白壽) - 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이 된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그 5000년 유구한 역사 운운하던 고유한 정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출산율 꼴지에 자살율 1위의 금자탑을 세웠다.
빈부의 양극화로 갈등이 커져간다. 아침 뉴스에 밥값만 수천만원인데 결혼식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내용이 있었다.
결혼식 부폐식사 한끼에 5만원이 기본이니 도대체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가난한 사람은 결혼식도 못올리고, 출산은 꿈도 못꾸는게 우리의 비정한 사회이다. 좀 고쳐 바르게 살면 좋지 않을까? 문득 신경림님의 시가 생각났다.
[가난한 사랑노래/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