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제주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라는 기내방송과 함께 잠시후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듯 싶다. 그리고는 브레이크 잡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몇번 쏠리더니 멈춘다.
대낮같이 불밝힌 트랩을 내려 공항청사로 들어섰다.
'제주'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렇게 우리의 수학여행이 시작되었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니 거의가 여성이다.
이 여인들과 앞으로 3박4일 한솥밥 먹고, 같은 호텔에서 자고, 진종일 버스에서 분냄세 맡겠구나 싶다.
빈자리 찾아 뒷쪽으로 들어가며 매의 눈으로 훌터보니(?) 그래도 몇몇이 눈에띤다.
54년전 수학여행 마지막코스였던 부산시내를 거닐며 여고생들 눈팅하던생각이나서 씨익 웃음이 났다. 정작 경주며 통도사에서는 뭘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리는 호텔 6층으로 방배정을 받았다. 내일 아침 6시반에 식사집합이니 연세를 생각해서 조신하게 주무세요 하며 호텔키를 나누어주었다.
방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자리에 누우니 웬지 쉽게 잠이 들것 같지않다.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달달한 너트안주를 사왔다. '잠못이루는 그대를 위하여'하며 톡에 올렸더니, 두방 4명은 벌써 호텔을 빠져나갔고, 두명은 치킨을 튀겨 오겠단다. 잠시후 '인맥보다 치맥'하며 고소한 냄세나는 봉투를 들고 두명이 들어온다.
그 옛날 몰래 여관을 빠져나가 한잔하고 돌아오다 선생님한테 심히 혼나던 기억이 나서 피식웃음이 났다.
오늘은 침대에 걸터앉아 여유있게 마시는 맥주맛이 그만이다.
이렇게 반백년의 시간여행을 하며 첫날밤이 깊어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가이드왈 학교 동창모임도 쉽지 않은데 반친구가 10명이나 오다니, 가이드30년 동안 이런 그룹처음 본단다.
이렇게 어울리며 오가는 눈인사로 며칠을 지나다보니 어떤 여자팀에서 커피마신다고 우리반 누구 누구를 콕찍어서 빌려 달란다.
여행이 주는 해방감, 편안함, 자유로움 뭐 그런게아닐까싶다.
수년전 제주도로 내려온 두명의 급우들이 우리의 여행동선을 따라와서 반갑게 재회했다.
지방에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은데 앞으로는 동서남북 수학여행을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날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식당으로 예약했다.
어선들이 불 밝히며 은빛칼치를 잡아올리는 모습이 환상이다.
'우리반 죽는날까지 모여보자' 하는 건배의 외침이 밤바다에 고백이라도 하는듯 싶다.
이러다 정말 내년에는 진짜로 일본여행 가게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파하고 나오는데 누군가 오만원짜리 두장을 내손에 건네며, 아빠친구분들과 커피한잔 하세요라고 아들이 줬단다.
받아든순간 가슴이 따듯해지고 짠한 느낌까지들었다.
이렇게 3박4일의(11월7일~10일) 수학여행은 또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이길우, 유형우, 한도상,
임기욱, 장인기, 남욱현,
이원목, 여인수, 박하규,
노상운, 양순재(제주),
김유원(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