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화흥행 제7계명/내게 스타를 보여줘
스타와 영화는 불가분의 밀월관계다. 대부분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하
는 것은 포스터에, 홍보물에 찍혀나오는 스타의 이름과 얼굴인 것이다.
포스터에 얼굴이 보여야 관객이 잘 든다는 흥행속설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관객은 스타를 따라 움직이고, 스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간다. 굳이 50년대 할리우드 스타시스템이 아니라도, 가장 쉽게 성
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서 스타시스템은 영화산업계의 주요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적어도 지금, "스타"라고 하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먼저 떠오르는 얼굴
이 아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일 것. '길버트 그레이프' 때만 해도 그저
연기 잘 하는 신예였던 그는 96년 '토탈 이클립스'를 거쳐 97년 초 '로미
오와 줄리엣' 이후 최고의 관객동원력을 자랑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디카
프리오란 이름 하나로 '마빈스 룸'은 밑지는 장사를 면했고, '타이타닉'
은 스펙터클만으로 끌어들이지 못했을 관객층까지 몰이했다. 그 밖에 해
외스타들 중 톰 크루즈, 톰 행크스, 브루스 윌리스, 브래드 피트, 해리슨
포드, 멕 라이언 등은 꾸준하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이름값을 하는 톱
스타들.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 뛰어난 연기력으로 고정팬을 확보
한 중량급 스타들도 안정적인 관객동원력을 인정받는다. '여인의 향기'는
알 파치노 덕분에 20만명이 좀 넘는 관객을 동원한 대표적인 예.
하지만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과 관객동원력을 가지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스타"는 많지만 확실한 관객동원력이 있는 스타로 꼽을 만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톱스타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한 제작자는 "우리나
라엔 스타가 없다"고 말한다. 스타라는 게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
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어떤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관
객이 10만씩 움직이는 그런 배우는 없다는 분석이다. 60년대 김정훈이 나
온 꼬마신랑 시리즈나 신성일.엄앵란이 나오는 영화처럼, 관객들이 스타
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닥터 봉'
으로 데뷔한 이래 혁혁한 성공을 구가하면서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로 작품과 흥행에서 다 호평받으며 최전성기를 맞이한 한석규도 관객동원
력 면에서는 변수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는 영화와 자신
의 이미지를 잘 조화시키며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한석규라는 이름만으로 흡족한 수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란
얘기. 비교적 일정한 관객을 끌어들이는 스타로 박중훈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역시 '인연'의 흥행부진 등 변수가 없진 않다.
그렇다하더라도 스타가 있는 영화가 없는 영화보다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 영화세상의 안동규 사장은 "반드시 스타가 나와야 흥행이 된다. 스타
없이 흥행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스
타 기용론자. 한가지 예외로 신인배우를 공모해 찍었음에도 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장군의 아들'을 보면서 통쾌했던 기억이 있지만 신인들로
만 영화를 찍는 게 어렵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88년에서 95년까지 서울
시내 개봉관 상영영화의 흥행과 여기에 출연한 주연급 남녀배우 50명의
영향력 관계를 조사한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영화스타의 스타파워 분
석"에 따르면, 한국영화산업에서 스타의 영향력은 3만명을 약간 넘는 관
객을 추가 동원하는 정도로, 감독이나 작품성 등 다른 요소들보다 흥행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가 있느냐 없느냐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관객이 스타에게 원하는 이
미지와 영화 속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
어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경우 관객이 바라는 액션스타로서의 이미지와 맞
지 않는 코미디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트윈스' '유치원에 간
사나이' '솔드 아웃'의 흥행은 다 기대에 못미쳤다. 역시 근육질의 액션
스타로 인식된 실베스터 스탤론의 경우도 마찬가지. '오스카'처럼 연기변
신을 시도한 코미디류는 흥행이 부진했다. 결국 영화 속 역할과 스타의
이미지, 장르와 스타의 궁합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장르와 무관한 이미지의 스타도 있지만 그건 여러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춘 소수의 스타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스타는 배우만이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감독 중에서도 그 자체로 훌륭한
카피이자, 스타이자, 포스터인 사람이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부연설명 없이 "스필버그 영화"란 한마디로 엄청난
관객을 끌어들이는 스타 감독이다. 그래선지 스필버그 영화에는 스타가
따로 필요없다. 우리나라 감독으로는 임권택과 장선우 정도가 감독의 이
름만으로 관객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다. 작년 개봉작인 '
창'이나 '나쁜 영화'의 흥행 호조는 두 감독의 이름값이 주는 후광을 무
시할 수 없는 결과다. 결국 배우든, 감독이든 스타는 영화의 성공을 보장
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임에 분명하다.
황혜림 기자
카페 게시글
은막의 여신들
영화흥행 제7계명/내게 스타를 보여줘 (펌)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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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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