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이 서울대교구 사목국과 공동으로 주관한 '제2회 하루 한 장 성경읽기 체험수기 공모' 응모작 가운데 우수작에 선정된 세 편을 싣습니다. '하루 한 장 성경읽기'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한 이들의 진솔한 신앙 고백은 신자들에게 말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합니다. '하루 한 장 성경읽기'에 관심을 갖고 수기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우리가 지은 죄 힘겹도록 무거우나.. 강건(예비신자, 충북 청주시)
'빛'으로 다가온 그 말씀
1년 전부터 평화신문 하루 한 장 성경읽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그동안은 성실히 하느님 말씀을 되새기며 지내온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화신문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꼭 어렸을 때 소풍가는 날을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과 비슷함을 느낍니다.
평화신문을 받는 날이면 여기에서는 미사가 있는 날입니다. 미사를 보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신문을 펴고 '하루 한 장 성경읽기'부터 읽은 지가 어느새 1년이 됐습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내 자신에 변화가 많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잘 쓰지 못하는 글을 쓰게 된 것도 모두 주님의 은총이 있음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사람답게 살지 못한 수치심에 글을 쓸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심사숙고를 한 끝에 미흡하나마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를 어둠 속에 두지 아니하시고 이런 기회를 다시 주신 주님.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길 갈망하며 비록 늦은 나이지만 교리공부를 하고 있으며 곧 세례를 받게될 예비신자입니다.
하늘의 뜻에 대해 조금 안다는 지천명인 오십이 넘어서 이제서야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 '지금 알던 것을 그때 알았다면'처럼 부족하고 모자람 속에 살아온 지난 세월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늦게나마 이 죄인의 손을 잡아주신 주님은 무수한 세월 속에 찌들고 오염된 제 영혼을 말씀으로 깨끗이 정화시켜주고 계십니다. 남은 인생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 모든 소중한 밑거름이 된 하루 한 장 성경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청송이라는 곳에 있을 때부터입니다.
그곳은 열악한 환경 탓에 종교서적 등을 접하기 어렵다보니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그러던 중 평화신문을 읽다가 하루 한 장 성경읽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왕기 하권부터 스크랩을 해가며 읽었습니다.
처음 2~3개월은 빈칸에 들어갈 정답만 찾느라 말씀의 의미와 뜻도 모른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주일은 평화신문을 구하지 못해 허탈감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성경 속에서 하느님 뜻을 하나하나 찾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4월 초, 시편을 읽으면서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구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님을 찬양하는 다윗의 노래가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감명깊은 구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필사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지은 죄 힘겹도록 무거우나 당신은 그것을 씻어주십니다'는 구절은 죄만 짓고 살아온 저에게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안겨줬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 안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늦게나마 사랑의 주님을 만났기에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며,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마음으로 새기며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처럼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모든 형제ㆍ자매님들이 평화신문 하루 한 장 성경읽기가 사랑이신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느림의 지혜와 여유를 주는 성경읽기 김선희(가타리나, 서울시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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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편식' 고쳤어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평생에 성경을 몇 번 완독 한다든가 아니면 한 번 이라도 끝까지 읽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 10분이라도 성경 읽기에 시간을 낸다면 그리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10분을 매일 꾸준히 이어간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내일로 미루려는 유혹에 가장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성경읽기다. 하루이틀 잠깐 미뤘다가 '한꺼번에 읽어야지'하는 생각이 종국에는 처음 결심했던 것과는 다르게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또 다른 스스로의 위안은 '어차피 차례대로 읽나 거꾸로 읽나 읽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며 그중 좋아하는, 왠지 읽기 쉬운 말씀먼저 찾아 읽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읽다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곳은 자꾸 미루다 결국 읽지 못하게 된다.
내 경우가 꼭 그랬다. 이상한 성경읽기 버릇 때문에 레위기와 신명기를 건너뛰고 좋아하는 바오로 서간만 읽었다. 본당에서 성경 읽기를 1년에 마치면 신부님께서 금반지를 선물로 준 적도 있다.
나는 멋대로 읽는 습관 때문에 남들이 반지를 탈 때 부러운 시선만 보냈다. 그런데 이 습관을 고쳐준 것이 평화신문과 길잡이의 '하루 한 장 성경읽기'다. 하루 한 장 읽기는 '성경을 많이 읽어야만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진 자라고 내놓고 얘기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고정관념도 깨뜨려줬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이 그저 이끌어 주는 대로 천천히 한 장을 읽고 빈칸에 답을 채워넣는 재미는 정답을 맞혀 선생님께 칭찬받기를 바라는 어린이 같은 즐거움과 귀여움을 준다.
빈칸에 정답 넣기는 집에서는 자녀들과, 주일학교에서는 교리시간에 아이들에게 말씀찾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꾸준함과 느림의 여유로 읽는 성경은 읽기에만 급급했던 예전의 성경읽기를 말씀묵상을 충분히 하는 읽기로 바꿔줬고 생활 속에 녹아날 수 있는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하루 한 장 성경읽기'는 마치 느리게 흘러가는 큰 강에서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나를 떠올리는 편안함을 줬다. 지난 8월 누군가의 억측과 시비로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때마침 배달된 평화신문에 게재된 시편을 보는 순간, 혼자 소리 내 웃으며 "맞아 바로 이거야"를 열 번은 더 외쳤다.
게재된 시편은 141~142장 '저들이 쳐 놓은 덫에서, 나쁜 짓을 하는 자들의 올가미에서 저를 지키소서', '제 울부짖음을 귀여겨 들으소서. 저는 너무나 허약하게 되었습니다'였다.
이 구절은 내 상실감을 모두 날아가게 했고, 내 눈에 빛이 비춰지는 것을 체험했다. 처음엔 '누가 봐도 내 정당함에 주님도 편들어 주시는구나'하며 혼자 독차지한 사랑에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후엔 상대방도 자기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밉던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최초의 순간도 함께 경험했다.
느리게, 나와 너를 돌아볼 수 있는 '하루 한 장 성경 읽기'는 느림보인 내게 친구이자 스승으로 자리 매김을 했다. 성경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그때 8월의 감동의 구절을 신문에서 오려 성경에 끼워 넣고 지금도 가끔 꺼내보며 웃음을 짓는다.
말씀의 성찬 김한나(한나, 경기도 가평군)
말씀의 밥상 '맛있게'
'귀뚜르르~ 귀뚜르르르~'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새벽 찬바람에 이불을 추켜세우는 저의 귓가에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맴돕니다. 언제 들어왔는지 여치 한 마리도 함께 방안을 훌쩍훌쩍 뛰어다니며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지 가을의 운치를 북돋우고, 저는 또 그런 흥겨운 그들의 향연에 잠에서 깨어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그러면서 순간 제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 이런 모습 하느님 보시기에 어떠실까…. 눈을 부비며 살며시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평화신문을 펼칩니다. 제일 먼저 '하루 한 장 성경읽기'를 펼쳐 빈칸을 채우고 잠시 그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나오는 알리사가 사랑하는 사촌 제롬을 두고 기도하던 구절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내게는 그의 사랑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저는 하느님을 가슴속에 모시기에 평화신문의 인도가 더욱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햇수로 2년째인 것 같습니다. 설렘으로 평화신문을 기다리기 시작한 지 말입니다.
'코헬렛~아가'서까지 머릿속에 각인되는 말씀들을 잊지 않으려고 올해 초부터 하기 시작한 성경쓰기는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미사 중에 신부님이 하시는 복음 말씀이 귀에 익습니다.
누군가 성경 안내자가 돼 길라잡이를 해준다는 것은 이 또한 하느님의 주재하심과 신문사의 넓은 배려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됐지요.
집필하시는 분들이 차려주신 말씀의 식탁에 놓인 성찬을 받아먹는 것밖에 없는 저로서는 성찬에 초대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이로 인해 영적 성장과 지혜의 샘이 깊어짐을 피부로 느낍니다.
어느 베스트셀러 저자는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가운데 성경 완독을 손꼽았다고 합니다. 그것을 저는 30대 초반에야 실천에 옮길 수 있었고, 그 과정은 이제 중반을 치닫고 있습니다.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성경을 끝마칠 날이 오겠지요. 그러면 저는 누구보다도 성경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해주신 '하루 한 장 성경읽기'에 감사드릴 것입니다.
하루 한 장 속에 담긴 잠언들을 무심결에도 반복하고 잠들기 전까지도 되뇌이며, 그 말씀이 세세대대에 영원하리라는 믿음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생활의 지침이 되어줌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진실입니다.
이런 성경 공부가 반석이 돼 언젠가는 단단하게 굳어 내 일부가 되고, 지혜의 초석이 될 것임을 주위 사람에게 자랑하며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권해봅니다.
'하루 한 장 성경읽기'에 빠져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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