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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 제주의 새해는 동백으로부터 오고, 동백의 낙화가 끝나면 봄도 끝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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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노란 유채꽃 흐드러진 4월을 맞이합니다. 사십대를 시작하던 해부터 6년 여, 제주에 삶의 터전을 삼고 살면서 제주도민으로 살았던 이력이 있기에 4월을 그냥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들으며 4월을 엽니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 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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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동산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하는 동백, 4.3항쟁으로 죽어간 이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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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이후에 유채를 심기기 시작했다고 하니 시인의 상상력으로 제주 4.3항쟁을 노래한 것입니다. 유채가 그때도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는 논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1980년대 엄혹한 시절에 제주 4.3항쟁을 노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75년 전인 1948년 4월, 그맘때는 가장 아름다울 때 맨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붉은 동백이 더 많이 피었을 겁니다. 그리고 학살된 자들의 피가 스며든 5월 즈음에는 제주 동북부지역 중산간에 뿌리가 핏빛처럼 붉은 피뿌리풀이 피었났겠지요.
제주는 여전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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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 동백의 붉은 빛은 붉은 피를 연상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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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부터 유난히도 동백을 많이 그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울 때 낙화하는 꽃 동백과 4월의 희생자들과 기독교절기로 사순절기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젊고 아름다울 시기에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의 이미지와 4.3희생자들과 4.19혁명의 과정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들 모두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한 동백'의 이미지로 다가왔기에 동백을 많이 그린 것 같습니다.
어느새 제주 4.3항쟁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고 10년째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의 4월은 아프고 시리기만 합니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이 자행되던 곳에서는 피해자가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빨갱이'로 불렸고, 최근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은 4.3항쟁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되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분단의 세월을 살아오며 각인된 분단 이데올로기는 우리 안에 '빨갱이'라는 단어를 너무 깊게 새겨 놓았나 봅니다. 4.3항쟁을 폄훼하고 싶은 이들은 이런 근거도 없는 말에 기대어 또다시 못질을 하고 싶어 합니다. 과연 언제 골 깊게 새겨진 분단 이데올로기가 죽음을 고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반목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세월은 집권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국가는 필요에 따라 간첩과 용공의 올가미만 씌우면 자신의 뜻을 쉽게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집권자들도 이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를 이용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바라기 목사들은 너도나도 줄을 서서 주술적인 축복기도를 해주고, 권력에 아부합니다. 사이비들도 이참에 한 몫을 얻을 생각에 그들과 한 편이 되어줍니다. 광화문 태극기부대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를 여당 최고위원이 칭송하고 옹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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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 앞에서 동백 앞에 서면 늘 숙연해진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하는 동백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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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항쟁엔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인들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영락교회 청년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장 잔혹하게 제주도민들을 학살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7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개신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제주 4.3항쟁 75주기를 맞이하는 2023년 대한민국, 여전히 분단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역사인식이 부재한 이들은 정치를 해서도 안 되고,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서도 안 됩니다.
제주 4.3항쟁을 추모하며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결과로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현실에 '오호 애재라!' 통곡합니다.
첫댓글 아픈 4월...
아픈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