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가 지은 연시조(聯時調). 작자가 65세 되던 해인 1651년(효종 2) 가을 벼슬을 버리고 보길도(甫吉島)의 부용동(芙蓉洞)에 들어가 한적한 나날을 보내면서 지은 노래이다. 봄 노래(春詞)·여름 노래(夏詞)·가을 노래(秋詞)·겨울 노래(冬詞)로 나뉘어 각각 10수씩 모두 40수로 되었다. 고려 때부터 전하던 《어부가(漁父歌)》를 이현보(李賢輔)가 9장으로 고쳐 지었고, 다시 윤선도가 시조의 형식에 여음만 넣어 완성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사(漁父詞)》에서 시상(詩想)을 얻었다 하나, 그 한시구(漢詩句)의 어의(語意)나 어음(語音)에 상응하는 우리말로 전혀 새로운 자신의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하여 속계를 벗어나 물외(物外)에 서서 자연에 합치한 어부의 생활을 아름답게 나타내었다. 고산의 작품 가운데서도 《오우가(五友歌)》와 아울러 으뜸이라 할 이 작품은 《고산유고》에 실려 전한다.
작자 : 윤선도 ◁ 출전 : <고산유고>
종류 : 단가 ◁ 성격 : 한정가(閑情歌)
제재 : 어부(漁父)의 생활
주제 : 강호의 한정(閑情). 철따라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와 어부(漁父) 생활의 흥취
春詞
압鏡에 안诡 것고 鞕 뫼에 폡비다 [1]
밤 물은 거의 지고 낫 물이 미러온다
江村(강촌)에 온갓 곳이 먼 빗치 더옥 조홰라
東風(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3]
東湖(동호)를 도라보며 西湖(서호)로 가쟈스라
두어라 압 뫼히 지나가고 뒷 뫼히 나아온다
우鏅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4]
漁村(어촌) 두 어집이 鏵속의 날낙들낙
말가한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鏁다
芳草(방초)를 ꟁ라보며 蘭芷도 더보쟈 [7]
一葉扁舟(일엽 편주)에 시른거시 무스것고
두어라 갈제鏅 내이오 올제鏅 韉 이로다
전문 풀이
[1] 앞 개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는 해가 비친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썰물은 거의 나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3 ]봄바람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어야차!>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東湖)를 바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난다.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노를저어라, 노를저어라.
(배가 쏜살같이 나아가니)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맑고도 깊은 소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7]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 보자,
<배를 세워라, 배를 세워라. >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무엇인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갈 때에는 안개뿐이고(분이었는데), 올 때에는 밝은 달빛이도다.
해설
[1] 봄철을 노래한 춘사의 첫째 수로, 봄날아침 배 띄울 때의 강촌의 정경을 묘사했다.
[3] 춘사의 셋째 수로, 봄바람에 돛을 달고 출범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4] 어부사시사 가운데 봄철을 노래한 춘사의 네째 수로, 출범(出帆) 후 멀리 보이는 강촌(江村)의 아름다운 춘경 (春景)과 깊은 소에 고기가 뛰노는 모양을 그렸다.
[7] 춘사(春詞)의 일곱 번째 수로, 자연 속에 묻혀 물외 한정(物外閑情)의 유유 자적(悠悠自適)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감상
[1] 썰물과 더불어 한밤이 지나고 밀물과 함께 새 날이 밝아 오는 봄날에, 만경 창파에 배를 띄워 어부의 하루의 생활이 시작됨을 서곡으로, 이 어부사시사가 시작이 된다. 때는 바야흐로 봄, 온갖 꽃이 만발한 경치도 좋거니와 안개 걷힌 강마을의 원경은 더욱 좋다. 어부의 낙이 고기잡이에만 있겠느냐. 원수 화경(遠峀花景 : 멀리 보이는 산과 꽃의 경치)이 어부의 생활에 더욱 흥취를 자아내게 한다. 초장과 중장은 각각 대구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압개'와 '鞕뫼' '밤물'과 '낟물'은 서로 대조적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3] 순풍에 돛을 달고 완도 보길도 근처의 바다를 미끄러지듯이 경쾌하게 배가 나아가는 장면은 한 폭 의 산수화다. 강호(江湖)의 한정(閑情)을 즐기는 풍류객으로서 유유 자적(悠悠自適)하는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순풍에 돛을 달고 바람 부는 대로 배를 내 맡겨 둔다. 바람이 자면 노를 저어 나타나는 주위의 경치를 보면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동풍과 여음(餘音)이 잘 호응되고, 중·종장은 대구법을 썼다. 종장은 서서히 경쾌하게 그려 생동감이 넘치게 하였다.
[4] 어부사시사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노래는, 순수 국어 사용으로 언어의 조탁이 참신하며, 표현면에서도 다양한 기교를 나타내어 수작(秀作)으로 일컬어진다. 버들숲은 흐드러지게 춘색을 자랑하는데, 뻐꾸기도 춘흥(春興)에 겨워 노래한다는 초장은 대구로 깊어 가는 봄 정경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이 부분은 '우鏅 거시 벅구기가'의 청각적이면서 동적(動的) 표현에, '프른 거시 버들숩가'의 시각적이면서 정적(靜的) 표현이 조화를 이루어 시적 감흥을 더해 주고 있다. 중장에서 강호연파(江湖煙波)의 강촌의 원경과 종장에서의 맑은 강의 뛰노는 고기도 표현의 미를 이루고 있다. 강촌의 춘경을 '벅구기, 버들숩, 鏡'와 같은 평범한 소재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 놓았다. 이와 같이 윤선도는 평이한 소재들을 가지고 고유어의 묘미를 살려 시심(詩心)을 승화시켰던 것이다.
[7] 물외 한정(物外閑情)을 읊은 노래로 탈속의 경지를 나타내었다. 본디 '漁父'란 '漁夫(고기잡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와는 달리, 세월을 낚고, 자연을 낚으며 인생을 낚는 풍류객이므로 번거로운 세속에 쫓김이 없이 유유 자적(悠悠自適)하게 자연을 벗할 뿐이다. 춘정(春情)에 못 이겨 배를 세우고 꽃다운 풀도 밟아 보고, 난초와 지초를 뜯어 향기도 맡아 보며, 한 조각 거룻배에는 출범할 때 가득 실었던 안개가 걷히고, 돌아오는 길에는 청강(淸江)에 쏟아지듯 비치는 달빛을 한아름 싣고서 돌아온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인 주객 일체, 물심 일여(物心一如)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어부사시사의 전형적인 표현 수법인 대구법(초장과 종장)과, 환경 변화와 시간의 추이(推移)에 따른 시상 전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재 및 주제
제재 : [1] 봄날 강촌(江村) [3] 동풍, 물결 [4] 뻐꾸기, 버들숲, 안개 [7] 달
주제 : [1] 봄날 아침 출범하는 광경 [3] 출범하여 달리는 흥취
[4] 출항 후 멀리 보이는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
[7] 고기잡이를 끝내고 귀향하는 흥취
[夏詞]
구즌비 머저 가고 시邈물이 ꏊ아온다 [1]
낫韡를 두러메니 기픈 興(흥) 禁(금) 못 평다
두어라 煙江疊濵(연강셳장)은 뉘라셔 그려 낸고
蓮(연)닙폡 밥 돁 두고 반찬으란 장만 마라 [2]
靑蒻笠(청약립)은 써 잇노라 絲蓑衣(녹사의)를 가져오냐
엇더타 無心(무심)한 白眴(백구)鏅 내 좃鏅가 제 좃鏅가
믈결이 흐리거든 발을 싯다 엇더폁리 [4]
吳江(오강)의 가쟈 폁니 千年怒濤(천년노도) 슬플노다
두어라 楚江(초강)의 가자폁니 魚腹忠魂(어복 충혼) 낟글셰라
전문 풀이
[1] 궂은비가 멈추어 가고 흐르는 시냇물도 맑아 온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벌써부터 솟구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흥겨움을 참을 길이 없겠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둘러선 묏부리는 누가 그림으로 그려냈는가?
[2] 연 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 왔느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따르는가? 제가 나를 따르는가?
[4] 물결이 흐리다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오강을 찾아가려 하니 천 년에 걸쳐 굽이치는 오자서의 원한에 찬 노도가 슬프겠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초강으로 가자 하니 혹시나 고기 뱃속에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屈原)의 넋을 낚을까 두렵다.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여름을 노래한 하사(夏詞) 의 첫째수로, 여름비 갠 뒤 고기 낚으러 떠날 때의 넘치는 흥과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했다.
[4] 어부사시사 하사(夏詞)의 넷째 수로, 푸른 강물에 배를 띄우고 오자서(伍子胥)의 원혼(泻魂)과 굴원 (屈原)의 충혼(忠魂)을 생각하면서 연군(戀君)에 젖는 정경이다.
감상
[1] 지리하던 여름 장마가 개고 시냇물은 점차 맑아 오는데, 어찌 풍류객인 작자로 하여금 방안에서 헛되이 지낼 수 있으랴. 낚싯대를 둘러메니 마음속에서는 벌써 흥(興)부터 일어난다. 안개 걷힌 강과 첩첩이 둘러 있는 산봉우리는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비온 뒤에 더욱 아름답다. 초장은 대구법으로 이루어졌고, 종장의 '연강첩장(煙江疊濵)'은 왕진경의 '연강첩장도(煙江疊濵圖)'를 연상한 말이다.
[4] 창파(滄波)에 배를 띄운 후에 느끼는 심회를 나타내었다. 오자서의 시체를 강물에 던졌을 때 일었다는 노도(怒濤)에서 지은이의 우국 일념(憂國一念)을 읽을 수 있으며, 어복충혼(魚腹忠魂)이 되고자 돌을 안고 강물에 뛰어 든 굴원(屈原)에 대한 추모(追慕)에서는 지은이의 충정(忠情)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연과 더불어 유유 자적의 풍류 생활에 젖어 있으면서도 우국 충정(憂國 忠情)을 잊지 않은 것은 당시의 유학자(儒學者)들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초장과 중장은 대구법에 암인법(暗引法)을 곁들였으며, 종장은 내용상 역설적 표현이다.
핵심 정리
제재 : [1] 시냇물, 낚시대, 안개 긴 산봉우리 [4] 천년노도, 어복충혼
주제 : [1] 비 갠 뒤 출범(出帆)의 흥취 [4] 배 위에서 느끼는 우국 충정
[秋詞]
物外(물외)에 조흔 일이 漁父生涯(어부생애) 아니런가 [1]
漁翁을 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럿더라
두어라 四時佳興이 한가지나 秋江이 읏듬이라
水國(수국)이 证을이드니 고기마다 꿉져있다 [2]
萬頃澄波(만경딩파)의 슬쟁지 容與폁쟈
술쌡코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욱죠타
그려기 떳鏅 밧긔 못 보던 뫼 뵈鏅고야 [4]
낙시질도 폁려니와 취한 거시 이 흥이라
두어라 석양이 ꟁ럡니 天山(천산)이 錦繡(금수)螡로다
옷 우희 셔리 오되 치운 줄 몰올노다 [9]
釣舡(조강) 좃다 폁나 浮世(부세)와 엇더폁니
두어라 내일도 이러폁고 모鿡도 이러폁리라
전문 풀이
[1] 속세를 벗어난 데서 깨끗한 일로 소일함이 고기잡이의 생환이 아니더냐.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
늙은 고기잡이라고 웃지를 말라, 그림마다 어옹이 그려져 있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네 계절의 흥이 한가지로 비슷하나 그 중에서도 가을철의 강물이 자아내는 흥이 으뜸이라.
[2] 바다에 둘러싸인 곳에 가을이 찾아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아득히 넓고 맑은 바닷물결에 맘껏 흡족하게 노닐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 속세를 뒤돌아보니 멀리 떨어질수록 더욱 좋다.
[4] 기러기가 날아가는 저 멀리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산이 새삼스레 드러나 보이는구나.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낚시질도 즐기려니와 자연에 마음 쏠리는 바는 이 흥이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게 빛나니 단풍으로 수놓은 모든 산이 수놓은 비단같이 아름답도다.
[9] 옷 위에 서리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
낚싯배가 좁다 하나 딴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자.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가을철을 노래한 '추사(秋詞)'의 첫째 수로, 추강(秋江)에서의 물외 한정(物外閑情)인 어부 생활(漁父生活)의 흥취를 노래했다.
[4] '추사(秋詞)' 가운데 넷째 수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배 위에서 바라보는 먼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렸다.
[9] '추사(秋詞)'의 아흡 번째 수로, 가을 서리를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를 노래했다.
감상
[1] 번거로운 속세를 벗어나 몸도 마음도 청빈(淸貧)한 생활이 어부(漁父)의 생애가 아니겠느냐. 그런데도, 세속 인심은 그 뜻을 몰라 비웃기도 하고 손가락질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예로부터 전해 오는 동양화의 그림마다 낚싯대를 든 늙은이의 그림이 많지 않던가. 세속에 물든 인심이야 명리(名利)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겨를조차 잊었겠지만, 이 대자연이야말로 영원함이며 그것이 곧 진리로 통하는 길이 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우리 선인들이 즐겨 찾으려 했던 어옹(漁翁)의 인생관을 왜 모른다는 것인가. 초, 중장은 마치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의 첫머리인 '紅塵에 뭇친 분네 이 내 生涯 엇더한고∼' 하는 서사(序詞) 부분을 연상케 한다. 대자연의 주인으로서, 추강(秋江)에서 맛보는 홍취를 여 실히 나타내고 있다 .
[4] 한 폭의 운산첩장도(雲山疊濵圖)이다. 배에서 멀리 바라보는 먼 산의 금수 가경(錦繡佳景)을 능숙하게 묘사했다. 가을 하늘은 특별히 맑아 원경을 조망하기에 더욱 좋다. 하늘에 기러기가 떠 있다는 표현은 계절이 가을임을 말해 주며, '못 보던 뫼 뵈鏅고야'는 높고 맑게 갠 가을 하늘 때문이다. 중장의 '이 興'은 못 보던 산 구경과 금수 강산을 구경하는 홍을 말하며, 종장은 석양빛을 받아 모든 산의 단풍이 아름답게 빛남을 표현한 것이다.
'기러기, 낚시질, 석양(夕陽)'을 연결하는 이미지는 대체로 외로움, 고적감 등을 나타내고 있으나, 윤선도는 이를 연결하여 가을의 홍취를 더욱 실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시상의 기발함을 보여 주고 있다.
[9] 강바람을 실은 서리가 왜 춥지 않겠는가마는 자연과 한 덩어리가 된 물아 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서 어찌 추위가 느껴지랴. 좁은 낚싯배이지만 마음만은 이 대자연을 품에 안고 있어, 번거로운 욕심에 마음 빼앗기는 세상과 어찌 비교하랴. 윤선도의 인생을 관조한 듯한 풍모를 발견할 수 있는 노래로, 번거롭던 세상에서 떠나 자연과 더불어 유유 자적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 정리
제재 : [1] 어부 생애, 추강 [4] 기러기, 천산 [9] 서리
주제 : [1] 추강에 배를 띄우는 흥취 [4] 배에서 바라본 원산(遠山)의 가경(佳景)
[9] 찬 서리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
[冬詞]
구름이 거든 後(후)에 폵빗치 둑겁거다 [1]
天地閉塞(천지 폐색)폁되 바다흔 依舊(의구)폁다
证업고 证업쓴 물이 깁편는듯 폁여라
엿튼 袈 고기 들면 먼 소폡 다 갇鏁니 [3]
져근덛 날 됴흔 제 바탕에 나가 보쟈
밋기 곳다오면 굴근 고기 문다 한다
간밤의 눈该 後(후)에 景物(물경)이 달낫고야 [4]
압희鏅 萬頃琉璃(만경유리) 뒤희鏅 千疊玉山(천첩옥산)
이거시 仙界 佛界(선계 불계)螥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전문 풀이
[1] 구름이 걷히고 나니 햇볕이 두텁게 내리쬐인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천지가 온통 얼음으로 덮혀 생기를 잃었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이 없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3]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소로 몰려갔으니(겨울이라 수온이 낮아 깊은 곳으로 갔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일터(어장)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
낚싯밥이 좋으면 큰 고기가 물린다 한다.
[4] 간 밤에 눈 갠 뒤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 체는 유리처럼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이로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아, 여기는 신선이 사는 선경인가? 부처가 사는 정토인가? 인간 속세는 아니로다.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겨울을 노래한 '동사(冬詞)'의 첫째 수로, 눈 갠 겨울 바다에 배를 띄우는 정경을 노래했다.
[3] '동사(冬詞)'의 셋째 수로, 겨울날의 고기잡이의 요도(要道)가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감상
[1] 겨울철 눈이 갠 날 아침의 강촌(江村)의 경물은 한마디로 선경(仙景)이다. 산야(山野)는 온통 은백색으로 물들었는가 하면, 바다는 한결 더 푸르다. 고운 비단을 한없이 펼쳐 놓은 듯한 끝없이 넓은 바다 를 바라보며 풍류객인 지은이로서 어찌 가만히 앉아 있으랴. 겨울철 어부(漁父)로서의 풍류는 눈[雪]과 더불어 그 진미를 더해 줄 것이다. 은백의 설경은 마음속까지 후련히 씻어 주는 청량감을 만끽하게 하는데, 눈이 내린 후 두텁게 내리 쬐이는 햇볕을 받으며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배를 띄우는 운치 있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초장은 눈 갠 후 눈부시게 내리쬐이는 햇볕을 묘사하면서 '두터운 햇빛'이란 표현으로 시어의 참신성을 느낄 수 있으며, 중장은 '天地閉塞'과 '바다는 의구(依舊)하다'가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3]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고기는 따뜻한 깊은 소[淵]로 들어갔다가 날씨가 따뜻하면 수면(水面) 가까이 올라오기 때문에, 어부는 어장에 나가 가을 동안에 자란 굵고 살찐 고기를 잡자는 어부의 생황이 잘 그려진 사실적(寫實的)인 표현이 한충 돋보인다. 종장에서의 '밋기 곧다오면'과 같은 시어의 조탁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휘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윤선도 자신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직접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은 경험에서 쓴 글인지는 확언하기 곤란하나, 아마도 고기잡이 요도(要道)를 보고 듣고 하여 잘 파악한 듯하며, 또한 국어로 이만큼 엮어서 이만한 어부 생활의 진미를 나타낸 능숙한 기교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 정리
◁ 제재 : [1] 겨울 바다 [3] 고기
◁ 주제 : [1] 눈 갠 겨울 바다의 배 띄우는 정경 [3] 겨울날의 고기잡이
어부사시사 40수 전문
[봄노래]
[1]
앞바다에 안개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띄워라 배띄워라
썰물은 물러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그렁 찌그렁 어사와
강촌 온갖 고지 먼 빛이 더욱 좋다.
[2]
날이 덥도다 물위에 고기떳다
닻들어라 닻들어라
갈매기 둘씩둘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그렁 찌그렁 어사와
낚시대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3]
동풍이 건듯부니 물결이 곱게닌다
돛달아라 돛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구나
찌그렁 찌그렁 어사와
앞산이 지나가고 뒤산이 나아온다.
[4]
우는 것이 뻐꾸이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저어라 배저어라
어촌 두어집이 안개속에 들락날락
찌그렁 찌그덩 어사와
마알간 깊으늪에 온갖고기 뛰노나다.
[5]
고은볕이 쬐였는데 물결이 기름같다
저어라 저어라
그물을 내려놓아랴 낚시를 놓을일일까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어부가에 홍이나니 고기도 잊겠노라.
[6]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여 돌아가자
돛내려라 돛내려라
안류정화는 구비구비 새롭구나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정승을 부러할까 만사를 생각하랴.
[7]
방초를 밟아보며 난지도 뜯어보자
배세워라 배세워라
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무엇인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갈때는 안개뿐이요 올 때는 달이로다.
[8]
취하여 누었다가 여울아래 내리겠다.
배매어라 배매어라
낙홍이 흘러오니 도원이 가깝도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인세홍진(人世紅塵)이 얼마나 가렸느냐.
[9]
낚시줄 걷어놓고 봉창( 窓)의 달을보자.
닻내려라 닻내려라
하마 밤들거냐 자규소리 맑게난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길을 잊었도다.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잠깐새리
배붙여라 배붙여라
낚대로 막대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어부생애는 이럭저럭 지낼래라.
[여름노래]
[1]
궂은비 멎어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띄워라 배띄워라
낚대를 둘러매니 깊은홍을 금하지 못하겠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연간첩장은 뉘라서 그려낸고.(烟江疊 )
[2]
연잎에 밥싸두고 반찬을링 장만마라
닻들어라 닻들어라
푸른삿갓 쓰고 있다 비옷은 가져오냐
찌그덩찌그덩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가쫓는가 제가쫓는가.
[3]
마름잎에 바람나니 봉창이 서늘하네
돛달아라 돛달아라
여름바람 정할소냐 가는대로 배시켜라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북포남강이 어디아니 좋을소냐
[4]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씻다 어떠하리
저어라 저어라
吳江(오강)에 가자히니 千年怒濤(천년노도) 슬프도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楚江(초강)에 가자하니 魚腹忠魂(어복충혼) 낚을세라
[5]
만류녹음 버린곳에 일편태기(一片苔磯) 기특하다
저어라 저어라
다리에 이르거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물어라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학발노옹(鶴髮老翁) 만나거든 뇌택양거(雷澤讓居) 본을받자
[6]
긴날이 저무는줄 흥에미쳐 모르도다
돛내려라 돛내려라
돛대를 두드리고 수조가를 불러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뱃노래 가운데 만고심(萬古心)을 그누가알까.
[7]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도다
배세워라 배세워라
바위위에 굽은길 솔아래 비껴있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푸른나무 꾀꼬리소리 곳곳에서 들려온다.
[8]
모래위에 그물넣고 벼랑아래 누어쉬자
배매어라 배매어라
모기를 밉다하랴 쇠파리와 어떠하니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다만한 근심은 상대부 들을세라.
(桑大夫 : 상대부는 소인을 지칭)
[9]
밤사이 풍랑을 미리어이 짐작하랴
닻내려라 닻내려라
야도횡주(野渡橫舟)를 그누가 일럿는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간변유초(澗邊幽草)도 진실로 어엿쁘다.
[10]
와실(澈室)을 바라보니 백운이 들러있다
배붙여라 배붙여라
부들부채 가로쥐고 돌밭길로 올라가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어옹이 한가터냐 이것이 구실이라.
[가을노래]
[1]
물외(物外)에 깨끗한일 어부생애 아니더냐
배띄워라 배띄워라
어옹을 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사시흥이 한가지나 추강이 으뜸이라.
[2]
수국(水國)에 가을이드니 고기마다 살져있다
닻들어라 닻들어라
만경징파(萬頃澄波)에 싫토록 놀아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인간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좋다.
[3]
백운이 일어나고 나무끝이 흐느낀다
돋달아라 돋달아라
밀물에는 서호가고 썰물에는 동호가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흰마름 붉은여뀌꽃은 곳마다 볼만하다.
[4]
기러기 떠있는 밖에 못보던산 뵈는구나
배저어라 배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홍이라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석양이 비취니 천산(千山)이 비단수 놓음같다.
[5]
은순옥척(銀盾玉尺)이 몇이나 걸렸느냐
저어라 저어라
노화(蘆花 : 갈꽃)에 불을 붙여 골라서 구워놓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질그릇병을 기울여서 박구기에 부어다오.
[6]
옆바람이 고이부니 달아놓은 돛이 돌아온다.
돛내려라 돛내려라
명색(瞑色)은 나아오되 청흥은 멀었도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홍수청강(紅樹淸江)이 싫지도 않구나.
[7]
흰이슬이 내리는데 밝은 달이 돋아온다
배세워라 배세워라
봉황루 아득하니 청광을 누굴줄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옥토끼 찧은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자.
[8]
하늘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매어라 배매어라
바람먼지 못미치니 부채질은 무엇하리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들은말이 없었으니 귀씻어 무엇하리.
[9]
옷위에 서리오되 추운줄을 모르겠네
닻내려라 닻내려라
낚싯배가 좁다하나 부세와 어떠하니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내일도 이리하고 모래도 이리하자.
[10]
솔숲사이 집에가서 새벽달을 보자하니
배붙여라 배붙여라
공산낙엽에 길을어찌 알고볼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흰구름 따라오니 입은옷도 무겁구나.
[겨울노래]
[1]
구름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구나
배띄워라 배띄워라
천지가 얼었으나 바다만은 여전하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이 하여있다.
[2]
낚시대 손질하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들어라 닻들어라
소상동정(瀟湘洞庭)은 그물이 언다한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이때에 낚시하기 이만한데 없도다.
[3]
얕은바다 고기들이 먼곳으로 다갔으니
돛달아라 돛달아라
잠깐 날좋을 때 바탕으로 나가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미끼가 좋으면 굵은 고기 문다한다.
[4]
간밤에 눈갠후에 경물(景物)이 달라졌구나
저어라 저어라
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천첩옥산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이아니로다
[5]
그물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저어라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번이나 생각했나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알 수 없는 된바람이 행여아니 불어올까.
[6]
자러가는 까마귀 몇마리나 지나갔냐
돛내려라 돛내려라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눈이 자자졌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아압지(鵝鴨池)를 누가쳐서 부끄러움이 씻어볼까.
[7]
붉은 벼랑 푸른벽이병풍같이 들렀는데
배세워라 배세워라
크고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낚으나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외로운배에 삿갓쓰고 흥에겨워 앉았노라.
[8]
물가에 외로운솔 혼자어이 씩씩한고
배매어라 배매어라
머흔구름 원망마라 세상을 가려준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파도소리 싫어마라 세상의 시끄런소리 막는도다.
[9]
창주오도(滄洲吾道)를 옛부터 일럿드라
닻내려라 닻내려라
칠리(七里)여울에 양피옷입은 그는 어떻던고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삼천육백일 낚시질은 손곱을 때 어떻던고.
[10]
어와 저물어간다 쉬는 것이 마땅토다
배붙여라 배붙여라
가는눈 뿌린길에 붉은꽃 흩어진대 흥치며 걸어가서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눈오는밤 달이 서산을 넘도록 송창에 기대어있자.
|
첫댓글 억수루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