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아파트에서 가져온 옷가지를 주섬주섬 걸어놓고 인력을 나갔습니다.
새로 얻은 원룸이 하천 앞이라서 어룩어룩 한 새벽에도 운동하러 나온
팔자 좋은 사람들을 매일 보게 생겼습니다. 담배 두 갑 사서 그제 얻어
핀 금봉이 놈 한 갑 갚고, 오늘은 유마니(러시안)를 제가 데리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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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뒤 쫓아 갔습니다. 41살 유마니 는 모스크바 의대를 나온 인텔리
입니다. 자칭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도 안 먹고 각시도 한명하고만 산답니다.
아들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는데 지금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인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자신이 돈을 벌어서 붙이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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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희나라 월급은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50만원이랍니다.
제가 재원을 만나서 영광이라고 농을 했더니 부끄럽다는 듯 흰 이를 드러내
웃습니다. 저는 유마니 와 이야기 하면서 가는데 혼자 가는 소장이 어찌나
속력을 내는지 하마터면 차를 놓쳐 러시아로 갈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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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한 곳은 평택 어느 빌라입니다. 스카이라는 중장비에 올라타서 옥상에
내려줬는데 '태양의 후예'를 찍는 것은 아니고 옥탑에 있는 정원을 철거하고
빌라 전체를 방수하는 작업을 하려고 500MD같은 스카이를 탄 것입니다.
사람들 보는데 쪽팔릴까봐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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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소 공포증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유마니 데리고 화단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벽돌을 깨부수기 위해 오함 마를
사용했고 그다음 대형 보로 방을 댔더니 뚜 뚜 뚜뚜 하면서 벽돌이 쓰러집니다.
온몸이 흔들렸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푸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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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한쪽 벽을 깨서 흙을 치우는데 다 썼고 점심 먹고 또 그 짓을 했습니다.
소장 말고 일감을 준 사장이 와서 이것저것 주문하면 당연히 제가 피곤합니다.
모레시계에 악역으로 나온 종도를 닮았습니다. 어린놈이 이 바닥에 얼마나 굴러
먹었는지 저를 자기야, 자기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부려먹는 기술이 보통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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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듯싶네요. 오후에 제가 40대 초반인줄 알고 실수를 했다며 너스레를 떨기에
그냥 용서해줬습니다. 나중에 소장에게 들으니 어제 했던 서산 일도 사장이 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갈 것이랍니다. 사장은 65년생으로 이 바닥 생활30년
차랍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겨우 흙을 다 퍼서 버렸고 산업 폐기물(벽돌조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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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트럭에 한 차 채우는 것으로 오늘 현장 일을 마감했습니다.
햇빛 가리게도, 선 그라스도 가져오지 않아서 제 민 낮이 하루 종일 태양에 노출
돼서 큰일입니다. 남은 재산은 얼굴 하나인데 말입니다. 6시 반쯤 인력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장비 내리고 정리하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잘 보이려면 싫은 내색을 하면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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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하는데 집이 천리나 되는 것 같습니다. 소장이 미안했는지 내일 일은 빨리
끝나니까 면허증 받으러 가지 말고 낼 출근을 하랍니다. 예-셀.
오늘 일당은 13만원에서 똥 떼고 117,000입니다.
언제 백만 원 만들고, 천만 원 만들 것이냐 고.
2017.9.24.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