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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uropa Universalis 원문보기 글쓴이: 앙겔루스 노부스
- 개양역...
남문산에서 개양으로 가는 이 길은 버스를 타고 수월하게 갔습니다만...
정작 개양에 도착해서 걸은 거리가 훨 길어버렸다능...
저렇게 많이, 그것도 지도상으로 보기에도 어정쩡해 보이는 곳 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던 이유는...
이곳이 바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삼천포로 빠지는 길"
이기 때문입니다. 두둥~~
삼
천포가 현재의 경남 사천시의 일부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행을 떠나기전, 나베르 지도를 켜놓고 철길들을 죽~ 따라가며
어케 가야 잘 갈 수 있을 거신가? 를 고민하며 함안에서 진주를 훑고 있는데... 진주에 닿기 전에 남쪽으로 빠지는 선이
보이더군요. 사실 경전선에서는 남으로 빠지는 선이 여기저기(마산, 진해, 사천, 광양, 꼭 경전선은 아니지만 여수등등) 있는지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다른 빠지는 선 - 마산선, 진해선, 전라선등의 위치는 대충 알고 있는데, 전혀 알지 못하던 위치에서
남쪽으로 빠지는 선을 지도를 보면서 발견했고... 이것이 레전설의 삼천포 가는 길 아닐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삼천포가 있는
사천시로 향하는 선로가 맞더군요.
삼천포로 빠지는 길의 전설에도 속설이 여럿 있는걸로 아는데, 정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
방이 되고 나서원래는 경남의 동부지역을 지나는 경부선, 동해남부선에 비해, 경남 서부지역을 지나는 선로가 없어서 김천과 삼천포를
잇는 철도로서 김삼선이 계획이 되었다가 엎어졌고... 그게 축소되어 진주에서 삼천포까지 가는 철길이 진삼선이라는 이름으로 완공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삼천포까지 가는 철길은 철거가 되고 사천까지만 다니는 것으로 축소되긴 하였지만, 하여튼 한동안 운행을
했다던데...
개양역은 이 삼천포로 가는 철길과 마산으로 가는 철길의 분기점이었어요. 그런데, 문제라면
문제였던게... 이 당시에는 기관차가 충분치 않았기에, 순천에서 마산으로 가는 길에 삼천포로 가는 객차와 마산으로 가는 객차를
하나의 기관차가 동시에 끌고 가다가, 바로 이 개양역에서 마산방면 객차따로, 삼천포가는 객차따로 떼어낸 다음 각자운행을 시켰다고
하는데... 그러는 바람에, 마산가는 사람이 객차를 잘못타고 있다가 엉겁결에 삼천포행 열차에 붙어서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 바람에 삼천포로 빠진다, 라는 고전명구가 생겨났다, 라는게 정설인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이야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도 잘 안쓰이지만... 이 또한 개발시대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제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아마 꽤 익숙한 말일거라
생각하고, 저 자신 그 말을 어렸을 때부터 꽤나 들어왔기에, 왜 삼천포로 빠진다는 걸까, 하는데 관심을 가졌고, 생전 가본적도
없는 삼천포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더랬죠. 그러던 차에 드디어, 그 전설의 삼천포 가는 길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하니, 이
기회를 놓칠수는 읎는 법! 그래서, 저렇게 삼천포로 빠지는 길을 답사하느라 여정이 좀 길어졌던, 사설도 길어지는(--) 결과가
되었달까나요... 잇힝~
자 그럼 이제 같이 삼천포로 빠져봅~시다~
남문산역앞에서 탄 진주시내버스는 열심히, 전에는 논두렁이었을지 모를 길들을 달립니다.
시골마을 버스스러운 모습. 진주시의 중심지가 멀지 않았지만, 도농복합시라 그런지, 시골분들이 많은 느낌이었네요. 다만 일단 사람이 많이 탔다는 자체는 분명히 도회지의 버스스러운 것이겠지만 말이죠...
사실 많이 걸은 이유는 개양역이 어딘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기도 했는데... 문산에서 버스탈때 개양가나요? 하니까 간다는 버스가 없습니다... 사전에 개양역의 위치가 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파악해 뒀기에, 인근의 다른 표지감을 물색해 뒀고, 그 중 하나가 경남정보고 였는데, 개양가나요?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하던 양반들이 경남정보고 가냐니까 콜~ 하기에 냉큼 타고 왔더랬죠. 정작 경남정보고 정거장에서 내리니 정보고도, 개양역도 하나 안보이고 허허벌판에 공사판 표지만 있더랬습니다... 조~기 경남정보고라는 표지를 찾고 나서야 비로소 길을 찾게 되었네요.
나오라는 개양역은 안나오고 이런게 서 있네요. 신 진주역공사현장이 남쪽으로(저 방향이 남쪽입니다) 있다는 말인데... 현 진주역은 여기서 북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거든요. 진주시의 중심지도 그 근처이고... 즉, 신 진주역은 현 진주역에 비해 한참 남쪽에 놓이면서, 시의 중심지와는 동떨어진 곳에 놓이게 된다는 말인데...
화려한 그림판 실력으로 그려낸 즉석지도.jpg
지도 위쪽 빨간 박스에 현 진주역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지도 아랫쪽의
빨간 박스가 새로 건설중인 진주역입니다. 도로의 밀도를 보시면 시가지의 차이를 아실 수 있을텐데... 신 진주역 주변엔 거의
아무것도 없고 현 진주역에서 남동쪽으로 거의 4킬로미터 정도나 떨어져 있는데도 이 곳에 짓는 이유는 지도 중간에 빗금쳐놓은
산악지대 때문이에요. 철길은 지도상에 보이실텐데, 그 철길이 저 산과 산을 끼고 흐르는 남강때문에 무척이나 굽어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저래서는 속도를 낼 수도 없고 거리도 길어지는지라... 부득이하게 산을 아예 피하는 위치로 선을 깔고 그 선상에
진주역사를 배치하게 된게 이렇게 된 사정이랄까요... 사실 진주역은 복전화가 되면 KTX도 들어오고 그럴건데, 저 위치에서
사람들의 접근성, 수요같은걸 이끌어낼 수 있을런지... 역사는 무진장 으리으리하게 짓고 있긴 하던데 말입니다...
뭐 그건 코레일이 알아서 하겄죠. 제가 걱정해봐야 별 수는 없으니 걱정만 하고 말기로 하고 어쨌든 개양역을 찾아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진주시내가 코앞인 위치인데도 이런 허름한 집들이 즐비합니다... 어떤 이유로 이 곳에 있던 마을이 퇴락한듯 아예 빈집들이 많더군요...
웨이포인트인 경남정보고. 위의 허름한 집들은 이 학교앞에 있습니다. 학교앞 마을이 어쩌다 저리 되었는지... 경남정보고란
학교자체가 이름으로 미루어 보건대, 지역밀착형 학교라기보다는 광역권의 목적형 학교라서 이런 곳에 있는건진 모르겠습니다만 학교앞
마을의 을씨년함은 좀 학교와 어울려 보이진 않더군요. 저런 폐허는 저같은 잉여들이나 찾아다니는게 좋겠습니다만... 학생들이
인생무상을 느끼는 계기가 되는 것도 나름대로는 좋으려나요?
제 2 웨이포인트가 방아교차로였는데... 큰 길에서 한참 들어와 버스노선조차 거의 없는 이면도로 였네요. 방아교차로가 어디냐고 물어도 1리밖에 사는 사람들 조차 모를 법하더라능... 분명 대도시의 옆인데도 마치 등잔밑이 어두운 것일런지, 이 마을은 참... 어색할 정도로 외집니다. 진주시 중심지와는 10리도 안되거늘...
물론 한켠에는 이렇게 깨끗한 마을의 모습도 있습니다. 허름한 마음에 허름한 집이 보이고 깔끔한 마음에 깔끔한 집이 보이는 것일지도요...--
드디어 개양역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신 진주역사의 모습. 규모가 느껴지십니까?
공사현장에는 공사를 위한 여러 건물들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드디어 개양역이 보이는군요.
호젓한 골목길로 빠져드는 시선을 애써 돌려보면...
드디어 개양역과 역전광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개양역전의, 또 하나의 시선을 끄는 허름한 집. 오면서 하도 폐가들을 많이 봐서인지, 이 집도 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슬레이트 건물도 어지간히 허름하지만, 그 옆의 박스형 건물은 출입문부터 이미 지난세기말부터 보기 힘들어진 형태로 지어져
있기도 하고... 저 집은, 아니 집이기나 할지 모를 건물은 지금도 쓰이고 있을까? 하는게 궁금해져서 조금씩 가까이 가며 들여다
봤습니다. 마당을 들여다봐도 이 집이 쓰이는지 아닌지 저로서는 가늠을 못하겠더군요. 궁금함에 그다지 민감한 성격은 아닌지라,
마음속의 의문으로 묻어두고 역을 향해 걸어갑니다.
여태까지 오면서 역전에서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관광안내판. 글구보면 기차역에 가면 어디든 저런게 서 있었던거 같은데... 10여개의 역을 지나오면서 어째 하나도 없었을까요... 아무리 작은 시골역들이라지만... 정작 이 개양역은 폐역, 이제는 영업하지 않는 역인데도 이런게 서 있습니다. 진주의 위엄.jpg 아니냐, 라기엔 평촌역 진주수목원역 반성역 진성역 갈촌역 남문산역도 다 진주시였는디...-- 뭐, 개양역부터는 구 진주시이고 그 앞까지는 구 진양군이어서 그랬나, 하고 생각해보는 정도로 넘기렵니다. 아마 관계자들로서도 이제 사라질 역의 이런 봐 주는 이 잃은 관광안내판에는 관심 없을겁니다. 저같은 떠돌이 호사가나 가벼운 궁금증을 남길 뿐...
기차역으로서는 아주 특이한 형태입니다. 물론 철덕이 아닌 분들 보기엔 어정쩡한 건물이겠지 싶습니다만... 앞서의 편에서도 슬쩍 이야기했던거 같은데, 기차역들은 대개 표준적인 생김새들을 지니고 있기에, 지어진 시기마다는 다를 망정, 시기내에서는 비슷비슷한 모양새들이 많죠. 그런데 지나온 역들중 반성역, 남문산역, 개양역 같은 경우는 비슷한 형태의 건물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매우 특이한 형태의 역들입니다. 뭐, 특이하다고 해 봐야, 건축물로서든 미술로서든 그 자체의 의미를 지니는게 아닌 이상, 기차역중에 특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철길을 따라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관심가져줘야 할 이유는 없겠습니다만...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면 사적이라도 되겠지만... 이 개양역사는 불과 10년도 안된 건물입니다. 지금 역사는 2004년에 지어졌다는군요.
개양역, 그러나 이제 열차가 서지 않는 이 곳은 개양역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건물일 뿐인...
이 여행길은 무상함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역사라 사용량이나 역할에 비해서는 규모가 큽니다. 덕분에 신 진주역 공사하시는 분들이 부속건물처럼 쓰고 있는거 같더군요.
역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직원이 없는 역이었던 시절도 이제는 지나고... 이 요금판 어차피 버릴텐데 뗘올걸 그랬나 봅니다. 그러면 혼나려나... 이것도 코레일의 자산이라면 자산일테니...
분주하게 작업하시던 분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계십니다. 여유란 언제나 좋은 것이죠. 특히 번잡함 사이의 여유는 더더욱. 물론 저는 늘상 여유이지만 그게 지겹지는 않습니다만~
순천방면에서 달려오는 열차가 서던 철로. 이제는 서지는 않고 그냥 지나치겠죠.
가운데의 철길은 색이 푸석푸석한데 오른쪽의 철길은 색이 빤질빤질합니다. 가운데의 선은 쓰이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죠.
승강장의 모습. 사진 위쪽의 철길과 승강장이 바로 삼천포로 가던 철길과 그 열차를 타던 사람들이 이용하던 승강장입니다.
이런 모양새의 나무의자가 공원이든 학교든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게 10년쯤 전인거 같네요. 개양역이 지어진 시기와 대충 겹치는... 요즘은 공원이든 어디든 이런 모조나무의자를 놓지는 않는거 같습니다만... 이 또한 세월의 자욱들...
대충 볕을 연다? 그런 뜻일까요. 뭐 별다른 의미를 두고 지은 지명은 아닐것도 같습니다만... 다만 이제는 닫히고(閉) 있는 개양역입니다...
어차피 교통수단으로서 지어진 것,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었을 때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이 기억의 존재인 이상, 사라짐으로서,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져 갈 것을 본다는 것은 사람이 또한 공감의 존재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늠름하건만...
원래의 글에서는 삼천포 가는 길 까지가 한 편인데, 더러운 다음이 포스팅 하나당 이미지를 50개로 제한해서... 2편으로 이어집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호오, 진주에도 역사가 새로 생기는군요, 조만간 진주에 갈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근데 저 개양역이 없어지는게 신 전주역 공사랑 관련이 있는 건가요?
개양역은 신 진주역에서 불과 수백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게다가 그 신 진주역에는 새로운 철로가 이빠이 들어가고 있기도 하고... 구선이 사라지는 이상 역사또한 남을 일이 없겠죠. 다만, 굳이 철거하는데 품 들일일이 없을거 같기도 해서 당분간은 폐허처럼 남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거 정말 재밌다능~ 항공사진 지도로 보면 더더욱 실감나긔~
개인적으로는 경전선에는 KTX보다 ITX를 굴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근데 현지주민들의 요구가 또 있응께요...-- 어디까지나 철도부설은 상당부분은
"지역개발사업"
이기도 하고... 지역유지들의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도 하니께...
다음에는 중앙선 희방사역에서 무릉역 답사를 추천합니다. 아니면 영동선 영주역에서 춘양역이라던가 경북선 예천역에서 청리역...
사실 생각같아서는 말씀하신 것 전부다 + 이미 폐쇄된 역중에 아직 유적이 남아있는, 구선답사 이런것까지 다 하고 싶은 생각이지요~ 돈이 읎어서 그렇지... 외진 곳들이다보니 비상시를 대비한 돈이 필요하고, 교통이 불편해서 거리에 비해 일정이 많이 소요된다는게 만만치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