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 동안 먹고 마시며 떠들고 잠자거나 노는 데에만 사용 해 온 방이라서 청소다운 작업에는 전혀 손을 댄 적이 없었기에 방의 곳곳 구석구석에 묵은 때와 찌든 때가 그득하여 청소가 고단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틀 동안 청소를 해보니 정상적인 방보다 두 곱 이상 손이 갔다.
에어컨에서 찬 바람 나오는 걸로 만족하여 세 번의 여름을 나며 에어컨을 가동만 할 뿐 필터의 먼지를 털어주지 않았기에 필터에 낀 먼지가 기름처럼 엉겨서 무려 네 차례나 솔로 문지르고 비누칠하고 세제를 뿌리고 세정제로 닦기를 반복하여 간신히 깔끔한 상태를 복원하기 까지 소요된 시간이 40여 분.. 정작 누릿한 외부를 희게 닦아내는 데에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긴 하였지만 벽면과 화장실, 싱크대와 유리창과 콘센트 등 벽과 천정에 찌든 때가 우려했던 바와 달리 오렌지세정제의 탁월한 성능에 힘입어 수월하게 닦아진 반면 기름때와 곰팡이는 지워지지 않아 실리콘을 긁어내고 다시 붙였다. 매지 부분의 곰팡이에는 락스를 뿌린 후 화장지를 발라두었으니 대부분의 곰팡이를 없앨 수 있겠지만 기름때엔 다른 세제를 찾아서 번갈아 적용해 봐야만 내가 바라는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싱크대의 가스렌지용 상판을 찌그려 놓았기에 그동안 보관해 온 잉여분 싱크대를 분해하여 상판을 갈고 다시 연결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됐으며 냉장고를 닦으면서 보니 김치국물이 스며든 부위가 훙하여 보조리 분해하고 닦은 다음 조립하면서 맨 아랫 부분의 부품(거치대)가 파손돼 있기에 이를 글루건으로 땜질한 다음 재부착하였다.
많은 인원이 모여 먹고 마시고 쌈박질을 하다보니 냉장고 아래에서 깨진 소주병 조각이 나오기도 하고 싱크대와 냉장고가 파손되기도 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나 그동안 이들로 인하여 받은 고충을 생각하면 어찌 그런 세월을 견뎠을까 싶을 만큼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바쁜 와중에 서둘러 정산을 해주고 남겨둔 보증금이 적으니 이 수리비를 새삼 청구해얄지 아니면 그냥 포기해버려야 할지...?
이틀 동안 상당히 많은 부분을 청소하고 수리했지만 미흡한 구석이 아직도 숱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진한 부분을 수리하고자 창고를 뒤져보니 철물점에서 구하지 못했던 소켓커버를 찾을 수 있었다.
유선방송이 진화하는 통에 기사들이 들락거리며 파손시킨 벽면이 해골바가지 마냥 보기 흉했는데 이것으로 벽면의 TV용 구멍을 커버해 두면 다른 콘센트처럼 모양이 날 것이다.
이따가 도배가 끝나면 이걸 갖고 가 벽에 부착하고 다이소에서 기름때 제거제와 곰팡이 처리제를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