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찰차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한라산 순환로에서 자동차 타이어가 찢어지는 바람에 차수리점까지 갈 방법이 없어 경찰차 도움을 받았고, 오늘은 급기야 영주산 둘레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산길까지 갔다가 헤어날 방법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조난신고를 하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 주간활동센터에서 4시에 태균이 준이 픽업할 때만 해도 영주산 들러 잠깐 30-40분 정도 걷다가 집에 갈 예정이었고, 예정대로 우리는 영주산을 올랐습니다. 한바탕 거꾸로 뛰어가는 완이를 태균이가 붙잡아 손잡고 데리고 와주어서 엄마수고도 덜어주고...
그러고는 중간기착기 벤치에 앉아 간단히 간식도 먹고... 완이와 태균이는 신나서 먹는데 준이는 안 먹겠다고 하더니... 그것때문인지 감정이 돌변해서 앙칼진 모드로 싫어를 연발합니다.
이 때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준이랑 실랑이 하는 사이 완이는 걸으려고 했던 둘레길 저 아래까지 가버리고 태균이도 한참을 내려가 버렸으니 둘레길 언덕배기는 거의 45도 가까운 경사길입니다. 저 멀리 한참 내려가버린 완이모습이 점으로 보일만큼 가파른 곳입니다.
준이가 오질 않으니 태균이는 내려가다가 주저앉아서 손가락질만으로 빨리 준이를 데려오라고 하고... 안되겠다싶어 완이랑 태균이랑 다시 올라와서 준이한테로 가려고 했더니 다행히 준이가 벤치를 떠나 우리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꾸 시간이 가니 불안해져서 오던 길로 가자고하니 한사코 가던 길을 가야한다고 고집피는 준이. 이럴 때 참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러고는 내려오는 길 입구에서 버티고 서있고 태균이는 준이가 움직이질 않으니 지키고 있고...
그래 가보려던 길로 가보자 하고 서둘러 내려와서 영주산 둘레길을 벗어날 틈을 찾는데 가도가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산 내려오면서 실랑이로 보낸 시간이 길어지니 헤매기 시작한 시간들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GPS라도 켜고 가는 게 낫겠다싶어 켜보니 앞으로 전진해 탐방로 주차장까지는 무려 3.5km. 되돌아 가기에도 너무 멀어져서 완전 진퇴양난입니다. 와보았던 길도 아니라서 길이 어떻게 될 지 알 수도 없으니 더 갑갑해집니다. 그래도 앞으로 가는 게 맞다 생각하고 주차장에서 멀지않은 성읍공동묘지라도 나오길 기대하면서 걷는데...
아고야, 영주산 둘레길 따라 결국 주차장 완전 반대편으로 오고만 것입니다. 참 희한하게 영주산 둘레길은 다른 길로 갈 수도 없게 철조망으로 다 둘러져 있어 아차 여기가 사유지였던가? 그 생각이 번쩍 듭니다.
진퇴양난 속에 어떻게하든 도로로 나가야 하는데 철조망으로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멀리 성읍저수지가 보입니다. 날은 어두어지는데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조난신고를 하고 경찰과 119구급대원들과 계속 통화하면서 위치 확인하는데도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좀 기다리니 멀리서 구급차하며 소방차, 경찰차 사이렌 불빛들이 보입니다. 가까이 갈 수도 없는 것이 무시무시한 철조망이 다 처져있어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그걸 아는지 구급대원들이 철조망 끊는 도구를 아예 준비해 가지고 와서 끊고 나서야 겨우 탈출. 탈출하고보니 바로 앞은 1미터 훌쩍 넘는 가파른 둔덕. 한바탕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하면서 겨우 빠져나오니 이미 날은 컴컴해져서 칠흙같은 어둠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완전 조난쇼를 하고나니 팻말도 다시 봐야 되겠다 싶습니다. 분명 영주산 둘레길이라고 표시된대로 내려왔고 그 길은 주차장까지 연결된 산책로와 만나게 되어 있는데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방향감각이 없었다기 보다 조금만 더가면 주차장 방향 길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너무 신봉했나? 오늘 걸어온 길을 지도로 보니 지금도 아찔합니다.
잠깐 운동시키려던 것이 거의 만보급의 행군이 되어버렸으니 아이들에게 어찌나 미안한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경찰관, 소방구급대원들 여러 명이 나서주어서 그것도 엄청 고마왔습니다.
다들 기진맥진인지 저녁먹고 얼마 안있어 준이 완이 완전 꿈나라로 갔습니다. 저도 많이 놀랐는지 아직까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위에서 준이 태균이 너무 안내려오니 그 때를 이용해 전두엽 글 마무리해서 올렸는데, 녀석들 버틴 이유가 다 있었네요. 가끔 아이들 직감도 믿어보아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고 넘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