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구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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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길 대주교(사진출처/한국천주교주교회의) | 조환길 주교가 제10대 대구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다. “경하드립니다”라는 용어는 사극에서 쓰는 것 같아 그냥 정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로 인사를 갈음하고자 한다. 전임 교구장인 최영수 대주교의 선종이후 공석이었던 대구교구로서는 교구장 직무대행체제에서 반듯한 교구장체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쁠 것이다. 조 대주교는 그동안 대구교구의 보좌주교이자 교구장 직무대행으로 소임을 수행했기에 이번 교구장 착좌에 따른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그 점만 하더라도 조 대주교 개인이나 대구교구로서는 모두 하느님의 배려에 감사드릴 일이다.
조환길 대주교는 현재의 현역 한국주교단(21명) 중에서는 젊은 편에 속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하느님 역사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세간의 관심을 그만큼 더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교계언론에 소개된 조 대주교의 프로필은 평탄하면서 동시에 다채롭다. 본당의 보좌와 주임사제를 거쳤고, 군종사제를 지냈으며, 유학을 마친 후 교구행정의 직무를 수행했다. 또한 교구 시설의 책임자와 교구가 소유한 언론사의 사장을 지낸 후 2007년 대구교구 보좌주교로 서임됐다.
대주교는 언론인이었다.
50대 젊은 대주교가 거쳐 온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언론과의 인연이었다. 조 대주교는 현재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대구교구는 주간신문인 <가톨릭신문>과 함께 일간신문인 <매일신문>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주교가 되기 직전까지 일반매체인 <매일신문>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재임했으며 그 기간 중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에 그가 대구교구장으로 임명되자 <매일신문>은 11월 5일자에 이렇게 보도했다. “조 대주교는 2004년부터 3년간 매일신문 사장을 역임하면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역대 사장 신부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인 51세에 매일신문을 맡아 매스컴을 통한 국민 복음화에 큰 몫을 했다. 또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매일신문을 꼼꼼히 정독하고 하나하나 메모하는 등 보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신문사로서야 전임사장이 대주교가 되니 좋게 평가한 것도 있겠지만 ‘직필정론’의 언론사를 신뢰한다면 그는 분명히 좋은 리더였을 것이다.
언론사 사장 자리 그것도 교계신문이 아닌 일반사회를 대상으로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연예의 모든 것을 바로 보고 바로 전하며 바른 길을 제시해야 하는 언론사 사장 자리는 아마도 산전수전 공중전에 도시게릴라전까지 요구받는 자리였을 것이다. 더욱이 신문사를 하나의 기업체로서 경영 해나가는 고충은 안 겪어 본 사람은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 대주교가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의 <매일신문>과 현재의 <매일신문>이 지역독자들과 언론 비평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가 하는 것은 논외로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언론인이었으며 현재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장인 신임 대주교에게 기대를 걸고자 한다.
신앙과 복음 그리고 소통
조 대주교가 맡은 일은 대구교구 교구장과 동시에 대구관구의 관구장 역할도 해나가야 한다. 대구관구는 대구, 부산, 마산, 청주, 안동교구를 포함한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낙동강이 흐르는 길목에 있다. 알다시피 이른바 4대강 사업에는 16개의 보를 설치할 것이고 이중 낙동강에만 그 절반인 8개(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가 집중적으로 세워지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과 부용대마저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은 나 몰라라 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이른바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 문제뿐만 아니지만 수많은 소통의 막힘이 사회와 교회 내외부에 산재해 있다.
조 대주교는 임명 직후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11월 14일자)에서 “여러 가지 사회 현안으로 국민들 간 대립과 갈등이 심합니다. 저 역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형평성을 잃지 않고 바라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부분들이 복합돼 있는데다 다른 종파들이 보는 시각 또한 다르고 지방마다 차이가 있어 어려운 문제죠. 무엇보다 신앙과 복음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조 대주교의 말마저도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신앙과 복음”이란 말에 의미를 되새긴다.
“NO!" 와 ”GOOD!"
대부분 학자출신인 다른 주교들과 달리 언론인으로서의 지난 경험이 조 대주교에게 무거운 것은 덜어내고, 가벼운 것은 더 챙겨주는 인간미 넘치는 저울이 되기를 기대한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처럼 “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주교이길 기대한다. 때로는 "NO!"라고 말하는 신자들을 “GOOD!"하며 품어 줄 수 있는 넓은 어깨를 기대한다. 교구장 주교와 사제, 사제와 수도자, 사제와 평신도의 소통이 가장 원활하고 아름다운 곳이 언론인 출신 교구장이 있는 곳이 되길 거듭 기대한다.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