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고위험 심혈관질환자, 9회말 2아웃에도 기회는 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 심혈관질환, 재발만은 막자 ④
심혈관질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LDL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수적이며, 본인의 위험도에 따라 목표 수치를 잘 인지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전설적인 메이저 리그 선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이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진료실에서 심혈관질환 극초고위험군 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의도치 않게 여러 번 생사를 오간 환자들은 망연자실한 자세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환자들에게도 두 번째 찬스는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단계별 수칙이 존재한다. 단순히 심혈관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 환자들은 본인이 어떤 단계에 위치해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치료 기준은 심혈관계 위험요인의 유무를 판단하여 구분된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이 위험 등급은 저위험군, 중등도 위험군, 고위험군, 초고위험군 등 총 4단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초고위험군은 심혈관질환 재발 가능성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환자들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집단에 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에 관상동맥질환 및 말초동맥질환 등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를 초고위험군 환자로 따로 분류한다.
초고위험군 중에서도 위험도가 특별히 더 큰 집단을 일명 ‘극초고위험군’으로 부른다. 일례로, 심근경색을 두 번 이상 경험한 환자는 1회 경험 환자 보다 또 다시 심혈관 사건을 경험할 확률이 85%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두 군데 이상의 주요 혈관에서 질환이 나타난 다혈관질환 혹은 말초동맥질환을 동반한 심근경색 환자의 재발 위험은 약 45~57% 수준이다.
이렇게 극초고위험군 환자는 또 다른 심혈관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도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치 9회말 2아웃의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야구장의 관중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심혈관질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LDL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수적이며, 본인의 위험도에 따라 목표 수치를 잘 인지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1차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가 2년 이내에 재발한 경우에는 LDL 콜레스테롤을 40mg/dL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통적인 스타틴 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PCSK9 억제제를 병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PCSK9 억제제 주사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극초고위험군 환자들의 LDL 콜레스테롤은 30mg/dL 수준으로 나타나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심혈관질환 약이라면 대부분 삼켜 먹는 알약을 연상하지만,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높은 중증의 극초고위험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다 엄격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 치료를 위해 주사 제형을 병용하여 적극적으로 빠르게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