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위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시위가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남서부 이슬람 (자치)공화국(전체 인구의 96%가 이슬람)인 다게스탄에서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발(發) 여객기를 대상으로 한 폭동성 시위가 발생했다.
가제타ru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날 저녁 다게스탄 공화국의 수도 마하치칼라 외곽에 있는 '마하치칼라 국제 공항'에 이스라엘발 러시아 항공 '포베다' 여객기가 착륙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시위대가 공항으로 몰려갔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으로 난입했으며, 일부는 여객기가 착륙한 활주로로 달려갔다. 또 일부는 공항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막고, 탑승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포베다 여객기를 둘러싼 시위대/사진출처:텔레그램
활주로로 몰려가는 시위대/사진출처:rbc 목격자 제공 사진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 구성을 지닌 다게스탄 공화국은 전체 인구의 96%가 이슬람교도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연방 정부에 맞서 '독립전쟁'(체첸 전쟁)을 벌인 바 있는 인접한 체첸 자치공화국과 함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이슬람 폭동및 테러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곳이다.
이날 공항 난입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하사뷰르트와 날치크 등 다게스탄 공화국 곳곳에서는 반이스라엘 폭동성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다게스탄 공화국에 등장한 '유대인에게 죽음을' 낙서/사진출처:텔레그램
다게스탄 공화국을 관할하는 북카프가스 연방관구 당국은 (폭동 진압을 위한) 특수 부대를 현장에 투입해 60여명을 체포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20여명이 부상하고, 2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관구 측은 또 공항 CCTV 영상을 통해 난입 시위자 150여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특수부대는 즉각 시위대 해산에 나서지 않고, 몇시간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체포및 해산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투입된 진압군 영상/사진출처:텔레그램, rbc, 영상 캡처
다게스탄 공화국의 수장인 세르게이 멜리코프는 "마하치칼라 공항 시위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참가자들은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현지 소셜 네트워크(SNS)에는 일단의 시위대가 공항에서 빠져 나오는 버스 등을 멈춰 탑승객의 여권을 일일히 확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버스에는 이스라엘에서 치료를 받고 온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공항에서 나가는 차량 탑승객들을 확인하는 시위대 사진(위)와 영상/캡처
"아이들이 불안해 울고 있다"고 말하는 탑승객의 기내 SNS 영상/캡처
앞서 공항에 착륙한 지 3시간 이상 여객기에서 내리지 못한 한 여성 탑승객은 SNS 등을 통해 "기내에는 환자도 많이 있고, 아이들이 불안해 울고 있다"며 "먹을 음식도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이날 텔아비브에서 도착한 승객 대부분은 공항을 떠나지 않고 모스크바 행(行)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텔아비브~모스크바 직항 항공편 티켓이 워낙 비싸진 탓에, 승객들은 마하치칼라 공항에서 모스크바로 환승하는 비행기 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이번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 시민의 안전을 보호해줄 것"을 러시아 측에 촉구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는 러시아에서 국영 TV, 전문가, 당국에 의해 전파되는 타민족 증오 문화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멜리코프 다케스탄 수장은 "러시아 하원의원 출신으로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일리야 포노마레프이 운영하는 '다게스탄의 아침"이 대중들에게 이번 난동을 조장했다"고 반박했다. 포노마레프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와 테러및 극단주의자로 지정된 인사다.
다게스탄 하사뷰르트의 한 호텔로 몰려온 시위대/사진출처:텔레그램
불타는 날치크 유대인 회관/영상 캡처
앞서 하사뷰르트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들이 이스라엘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텔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며 손님의 여권을 확인했다. 또 날치크에서는 공사중인 유대인 회관이 불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