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편 내외의 작품을 통한 고레에다 감독의 성찰을 ‘가족’에 한정한다면
<브로커>는 세상과 분리된 채 겉돌던 미혼모가 난생처음 ‘가족의 맛’을 보며 평범한 가족에 대한 꿈을 꾸는 영화다.
<브로커>에서의 우성 엄마 소영은 미혼모다. 젖먹이 우성을 베이비 박스에 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영이 세상과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원조교제(?)로 유부남의 아이를 갖고, 낙태를 안했다고 몰아세우는 아이 아빠를 살해하고, 도망자 신세로 유리된 소영에게 가족은 없다. 키워준 엄마는 포주에 다름 아니고, 배 아파 낳은 아이조차도 젖 한번 물리지 않고 버려질 운명이라 가족이 될 수 없다.
이런 소영이 선악이 모호한 2인조 브로커를 만나고, 우성이를 파는(?) 과정에서 잠깐 동안이지만 가족에 대한 맛을 보고, 떨쳐버렸던 가족에 대한 꿈을 되살린다. 소영이 가족을 꿈꾸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꿈을 되살리는 촉매였던 브로커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다.
<브로커>를 보며 놀란 3가지
1.막장 케릭터 등장
영화 초반부의 소영은 상당히 센 캐릭터다. 어두운 표정과 거친 말투는 딱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지안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드센 캐릭은 그간 고레에다의 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다. <하나>에서 아버지의 원수에 대해 복수를 다짐하는 사무라이 캐릭은 물론 <어느 가족>에서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캐릭들도 이렇게까지 거칠지는 않았다.
2.막장 개그코드 삽입
“4백으로 하시죠. 12개월 할부로.”
아이를 파는 밀당 흥정에서 고객 내외가 던진 말이다. 이런 류의 개그 코드 역시 그간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엔 등장한 적이 없었다.
3.까발려진 주제
“우성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해진아, 상현아, 동수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몇 번이나 반복되면 분위기가 묘해진다. 관객은 어어~ 그저 멱살 잡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주제가 까발려진 영화는 예전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는 없었다.
영화는 상황에 의해 막장 케릭이 된 소영이, 선악이 불분명한 브로커와의 동행을 통해 순치되고, 가족에 대한 꿈을 되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영의 꿈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젖먹이 우성이 여형사 수진에게 잠시 맡겨지는 것으로 유보된다.
상영관을 나오며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이를 파는 브로커가 아닌, 가족에 대한 꿈을 꾸게 해주는 브로커를 떠올렸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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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극장 나오면서 조금 실망하실 수도.
언론의 평이 그닥..그런것 같아 안가기로 했죠. 박찬욱 헤어질결심으로 갈까 싶네요..귀가 얇아서리..😅^^
<탑건> 여파를 배제하면,
<헤어질 결심>은 1000만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여?
아 극장 가본지 3년이 넘었네요 함 도전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