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실험실에서 만드는 식재료들
초콜릿 원료, 카카오 나무 아닌 실험실에서 얻어요
실험실에서 만드는 식재료들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입력 2024.09.24. 00:30 조선일보
지난주 추석 다들 잘 보내셨나요? 선선한 가을 바람을 기다렸을 테지만, 연휴 기간 동안 전국 곳곳에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고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이처럼 추석 전후로 무더위가 계속되자, 날씨 변화에 예민한 채소들이 곧장 반응했습니다. 배추와 시금치 등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어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극한 폭염과 가뭄 등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작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어요.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재일
실험실에서 만드는 초콜릿 원료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 역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작물입니다. 카카오 열매는 카카오 나무에서 열려요. 카카오 나무는 습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은 열대우림에서 잘 자라요. 그런데 기후변화로 카카오 나무가 재배되는 지역들에 비가 잘 내리지 않게 됐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에는 카카오 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죠.
사람들은 카카오 나무가 없어지지 않도록 기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요. 동시에 카카오 나무가 멸종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과학기술을 이용해 카카오 열매 대신 쓸 수 있는 초콜릿 원료 물질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미국 식품 기업 ‘캘리포니아 컬처드’가 실험실에서 초콜릿 원료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답니다. 바로 ‘세포 배양 방식’이에요.
연구팀은 카카오 씨앗의 세포를 추출해 세포 배양기에 넣었습니다. 세포 배양기 내 환경은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카카오 나무가 좋아하는 고온 다습한 열대 우림처럼 조성했어요. 그리고 포도당 등 세포가 좋아하는 영양분이 든 배양액도 먹였답니다.
자연에서 카카오 열매 씨앗을 수확하려면 7개월가량이 걸리는데요. 세포 배양기에서 키우면 3~4일 후에 초콜릿 원료 물질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컬처드는 이렇게 생산한 초콜릿 원료를 실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픽=유재일
기후 위기에 도움 되는 배양육
세포 배양 방식을 이용하면 다른 식재료도 만들 수 있어요. ‘배양육’이 대표적이지요. 배양육은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육류를 말해요. 2013년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마스트리흐트대 교수가 소의 근육세포를 이용해 배양육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공개하면서 배양육이 본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배양육을 그대로 먹지 않고 다져서 햄버거 패티를 만든 건 왜일까요? 배양육이 진짜 육류의 식감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고기 식감이나 맛은 세포가 결합하는 방식이나 지방 함량 등과도 관련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은 식용 섬유와 해조류 등을 이용해 최대한 육류와 비슷한 배양육을 개발 중입니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어요. 2023년 6월엔 미국 정부도 닭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어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점차 열리고 있는 것이지요.
배양육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2%에 달한다고 합니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은 트림이나 방귀로 메탄을 대기에 배출하지요.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중 하나예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힘이 80배 이상 강하다고 합니다. 가축에 풀을 먹이기 위해 숲을 목초지로 바꾸는 등 환경 파괴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양육은 축산업처럼 실제로 동물을 많이 키울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잘 자리 잡는다면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생선살과 달걀 흰자 단백질도
수산물도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고기의 근육세포를 이용해 생선살을 만들 수 있어요. 세계에서 많이 소비되는 참치나 연어가 주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세포 배양 수산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울릉도 인근 바다에 사는 독도새우의 세포로 새우 배양육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에브리 컴퍼니’는 미생물 발효 등을 이용해 닭 없이 달걀 흰자를 만들었어요. 연구팀은 달걀 흰자 단백질의 54%를 차지하는 ‘오브알부민’이란 단백질에 주목했어요. 이들은 닭 세포에서 오브알부민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서 ‘효모’에 넣었어요. 미생물인 효모는 여러 물질을 만드는데, 단백질도 만들어 내요. 효모에 영양분을 공급하자 효모가 오브알부민을 만들어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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