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팔백네 번째
대나무처럼 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출신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지구 생태계가 위협당하고 있는 지금 ‘살아남으려면 식물을 닮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단순히 산에 나무를 더 심고 도시에 공원을 더 조성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식물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위기는 오랜 세월 ‘동물성 지구’를 건설해 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동물은 뇌나 심장, 폐에 작은 구멍 하나만 있어도 쉽게 죽음에 이르듯이 어느 한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시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도시로 건설해 왔다는 것이지요. 옛 선비들이 이를 예견했을까요? 식물의 특성을 닮은 인품 닦기를 권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나무입니다. 대나무는 곧고 속이 비어 있어서 군자의 겸손하고 올곧은 성품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대나무일 뿐 대나무는 나무가 아닙니다. 벼과식물 풀입니다. 보통 나무는 나이테가 있는데 대나무는 없습니다. 대나무 속은 비었고 마디를 맺은 부분만 채워져 있습니다. 대나무 화석을 분석해 보면 대나무는 약 3천만~4천만 년 전,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번성하던 시기부터 이미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다고 합니다. 몇천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완성형 식물’로 살아온 겁니다. 유교에서는 대나무의 속성에서 속이 비었다고 해서 사사로운 욕심을 비우는 마음으로, 곧게 자란다고 해서 절개와 지조를, 사계절 푸르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의리를 상징하는 나무로 꼽습니다. 몸체의 굵기에 비해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 덕분이라고 합니다. 대나무에 마디가 생기는 이유는 성장을 멈춘 결과인데, 거기에 힘이 모여 단단한 줄기가 된답니다. 우리네 삶에서도 ‘멈춤’을 거치며 그 마디마디가 튼실할 때 꿋꿋이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