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잎이 열 냥이고 뿌리는 한 냥
동치미는 감기로 인한 기침이나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아주 좋은 약이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기도가 막힌 것을 뚫어준다. 호흡곤란이나 비염, 코가 막혀서 코로 숨을 쉬지 못하고 목으로 숨을 쉬는데, 차멀미나 멀미, 두통, 식중독, 연탄가스 중독 등에 효과가 아주 좋다. 멀미나 두통은 대개 뇌의 산소부족으로 인해서 오는데 동치미 국물에는 산소가 많이 녹아 있어서 뇌와 혈액에 산소를 많이 공급하여 멀미와 두통을 멎게 한다.
무잎에는 유황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유황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삭이고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무잎을 말려 시래기로 만들면 좋은 약이 된다. 시래기로 만들 무잎은 바깥쪽에 있는 것부터 약간 누렇게 변해지기 시작할 때 한 장씩 따서 말린다. 푸른 잎에는 유황 성분은 적고 질소 성분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좋지 않다.
시래기로 만들 무잎은 완전히 노랗게 변하기 전 약간 누래지기 시작할 때에 하나씩 차례대로 따서 볏짚으로 엮어서 처마 밑에 걸어 말린다. 날씨가 나쁠 때에는 삶아서 엮어서 말리고 날씨가 좋을 때에는 그대로 처마 밑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서 말려서 두고 겨우내 무쳐서 먹거나 국을 끓여 먹었다. 떡잎에는 유황성분이 별로 없으므로 떡잎은 떼어내고 말려야 한다. 무는 잎이 열 냥이고 밑동은 한 냥이라고 할 만큼 뿌리보다는 잎이 약효가 훨씬 더 좋다.
동치미는 추운 한겨울, 뜨거운 온돌방에서 서걱서걱 얼음이 뜬 것을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옛날 사람들은 밥상을 받으면 반드시 제일 먼저 동치미나 나박김치의 국물을 한 숟갈 떠 먹고 나서 밥을 먹었다.
동치미를 담글 때 갓을 넣으면 향이 좋고 시원한 맛이 난다. 푸른 잎이 달린 총각 무로 담근 동치미도 맛이 있다. 동치미가 익으면 국물이 약간 뿌옇게 된다. 무도 맛이 들었으면 건져서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썰거나 막대 모양으로 썰어서 먹는다. 국물도 맛을 보아 가면서 물을 타서 간을 맞춘다. 함께 들어 있는 고추, 갓, 실파도 잘게 썰어서 넣는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힌 것이 국물이 맑고 맛이 더 좋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김장을 하기 몇 주 전에 동치미를 담갔다. 동치미의 맛은 가슴이 툭 트일 듯이 시원한 국물 맛에 있다.
동치미는 발산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땀구멍이 막혀서 땀이 잘 안 나오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속에 있는 열이 밖으로 못 나오면 몹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된다. 그럴 때 동치미 국물을 한 사발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땀구멍이 열린다. 번열증으로 인해 잠이 잘 안 오지 않는 데에도 그만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자기 전에 동치미 국물을 한 사발 마시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잠이 든다.
겨우내 살짝 얼어있는 장독대 안
초겨울, 튼실한 무우 씻어 담가
적당히 소금 간을 하여 묻어둔
겨울 진미 동치미를 아시나요.
얼음동동 꺼내 먹는 맛 동치미
삭인 고추, 갓, 대추, 찹쌀 풀
정성껏 넣어 숙성된 시원한 맛
한 입에 그냥 먹어도 좋으련만
떡과 함께 시원스레 한 사발하고
술 또한 안주삼아도 취하지 않아
국물에 냉면, 국수까지 말아 먹고
배, 생강까지 썰어 넣으면 안성맞춤
세세년년 먹어도 물리지 않는 그 맛
동치미/강봉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