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계가 연이어 터져 나온 엔진 오일 증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혼다 CR-V와 베이징현대의 투싼에 이어, 이번에는 기아차의 중국 합자법인 둥펑위에다기아(東風悅達起亞)의 중국형 하이브리드카 니로(중국명 지루이:極睿)가 이 문제에 휘말렸다. 지루이는 기아가 신에너지 강국인 중국을 겨냥해 출시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SUV 차량이다. 한국명은 니로(Niro)다. 지루이는 1.6L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을 갖췄다. 중국에서 공식 발표한 연비는 23.81km/L다.
중국의 자동차 결함 및 불만 전문 사이트인 처지왕(車質網)에 접수된 지루이의 모든 불만 및 결함 내용은 엔진 오일 증가에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기아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듯 하다. 일부 차주들에게 무료로 엔진오일을 교체해주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처지왕에 접수된 제보는 이렇다. 허난성(河南)의 한 지루이 차주는 엔진오일 증가 문제로 인해 5차례나 정비를 거쳤다. 매번 정비 과정에서 기준선에서 눈에 띄게 초과한 엔진오일 증가 현상을 목격했다. 쓰촨성(四川)의 다른 차주 역시 최근 몇 달 간 지속적으로 엔진오일 증가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오일의 희석이 혹시나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까 우려돼 문의했지만, 기아 측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되 차량의 출발이나 급가속 등 많은 힘이 필요할 때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가동된다. 모터와 엔진이 합해져 출력이 좋아지고 연료 소모도 줄이는 방식이다. 고속 운행 시에는 주로 엔진에 의존하고, 저속 운행 시(30km/h 이하)에는 엔진과 전기모터 합산 출력으로 주행한다. 또한 차량이 감속하거나 제동할 때 없어지는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런데 처지왕에 접수된 불만 제보에 따르면 지루이에서 엔진오일 증가 문제를 겪은 이후 연비가 나빠졌다. 하이브리드카의 가장 큰 목적은 좋은 연비에 따른 친환경성이다. 문제는 니로 하이브리드카에서 엔진오일이 증가하면서 연비가 나빠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구이저우성(贵州)의 한 차주는 엔진오일 증가 문제로 정비를 받은 후 휘발유 냄새도 심해지고, 덩달아 오일 소모량도 늘어났다고 제보했다. 결과적으로 휘발유가 불완전연소가 되면서 엔진오일이 증가하고 연비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지속하는 셈이다. 이해 대해 기아차 중국 4S점(자동차판매, 부품공급, 애프터서비스, 정보수집을 종합 운영하는 중국 공식 서비스센터)은 결함 차량과 실험용 차량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두 차의 계기판을 리셋 한 후 40km/h로 일정 구간을 동시에 주행하는 실험을 했다. 이 결과 결함 차량의 오일 소모량이 실험용 차량보다 30%나 높게 나타나 4S점 직원 및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기아차 중국 법인은 4S점을 통해 일부 차주들에게 무료로 오일을 교체해주는 임시방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일 필터는 차주가 직접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카는 신에너지 강국인 중국에서 각광 받는 차이기에 이번 기아 니로의 엔진오일 증가 문제는 주목할 만 하다.
카가이와 제휴한 중국의 자동차 전문가는 "기아차는 중국에서 최소한 소비자의 질의에 공개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등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임시방편 식으로 항의하는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엔진오일을 교환해주는 땜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기아차 중국 법인이 결함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문제를 덮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미지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