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38] 중난산 오두막(終南別業)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09.18. 03:00
일러스트=이진영
일러스트=이진영
중난산 오두막(終南別業)
중년이 되면서 불도에 심취하여
중난산 구석으로 최근 집을 옮겼다
마음 내킬 때면 혼자 이리저리 다니니
스스로 깨침보다 나은 일은 없으리
계곡물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
앉아 있으니 구름 일어나는 것이 보이네
우연히 숲속 늙은이를 만나게 되어
서로 이야기하던 중 돌아갈 시간을 잊었네
-왕유(王維 701~761)
(류인 옮김)
당나라의 시인 왕유가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 자연을 노래하나 그 속에 늘 인간이 있고 깨달음이 있는 왕유의 시가 좋아지니 어느덧 중년을 지나 노년이라네. 처음 볼 때는 특별한 게 없는 듯하나 볼수록 좋아지고 자꾸 생각나는 시를 그는 썼다. 소동파의 시가 톡 쏘는 강렬한 맛이라면, 왕유의 시는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4행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를 “좋은 일은 나 혼자 알 뿐”이라고 옮긴 번역도 있지만, 나는 류인의 해석 “스스로 깨침보다 나은 일은 없으리”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누구누구를 찾아가 길을 묻던 젊은 날들도 돌아보니 다 헛되고, 남의 말을 믿다 일을 망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뼈아픈 실수로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과 한숨의 밤을 보낸 뒤에야 우리는 깨닫는다. 가장 뛰어난 스승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연히 숲속 늙은이를 만나” 이야기하다 돌아갈 시간을 잊는 그런 달달한 즐거움이 올가을에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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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2023.09.18 08:19:41
고은같은 성범죄 사이비는 땅에 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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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Kim
2023.09.18 07:57:38
물질 문명에 지배당한 지금, 그 문명에서 벗어난 이는 없다. 꿈 깨라.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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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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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9.18 05:03:12
나이 들어서 생업 현장에서 은퇴해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는 삶이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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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性醫學 설현욱
2023.09.18 07:12:35
..왕유..王維..당나라 시인 화가 정치인 음악가.. 60세 수명.. 왕유처럼 도심가까운 곳에 별장을 짓고 산간 은거풍습을 따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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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베네토
2023.09.18 12:08:32
왕유 등 당시에 끌려 좋아하게 된 계기는 첫째 고등학생 때 교과서에 실린 두시언해의 몇 수를 암송하게 된 것(그 당시 국어교육방식과 국어담당이던 담임선생님의 지칠 줄 모르는 열성에 의해 우리 반은 교과서에 실린 모든 종류의 "원문"을 한 글자도 빠짐 없이 외웠다), 둘째 역시 그 어린 시절에 독일어로 번안된 가사(한스 베트케)에 곡을 붙인 말러의 대지의 노래 (특히 맹호연과 왕유의 이름으로 된 마지막 곡 "der Abschied")의 원시를 찾아 샅샅이 뒤진 것이었다. 이 시들의 울림이 내 인생의 울림과 엇비슷하게 된 나이에 최시인이 선별해주는 당시를 다시 음미하니 그 맛은 또 새롭고도 더욱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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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베네토
2023.09.18 12:17:32
선생님이 생각난다. 어쩌면 돌아가셨을까? 어린 우리들을 가르치시는 일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강했던지, 특히 자기 반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했던지 쉬는 시간에도 틈 나면 오셔서 우릴 들들 볶으실 뿐 아니라, 점심시간에는 15분 만에 밥 다 먹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제를 풀고 서로 바꾸어 채점하게 하여 확인하게 하고 문제 해설을 해주셨다. 1년 동안 풀어댄 국어 문제집이 높이 쌓였다. 우리 반에서는 국어 만점은 부지기수였다. 앞에서 당신이 교과서 문장 및 관련 자료 문장을 하도 많이 반복해서 읊어주셨기 때문에 귀에 못이 박혀 저절도 다 외워졌다. 그런 선생님이 세상에 어디에 또 있으랴?
김재열
2023.09.18 11:59:17
그 오두막 그 오솔길! 가을은 또 그렇게 오겠네요! 차곡차곡 그리움도 한 겹 더 쌓이겠네요! 실크 스카프 한 장 선물하고 싶네요! 계절의 건강함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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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재
2023.09.18 09:11:15
승사공자지,좋은일도 헛됨을 스스로 아니,로 번역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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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맨
2023.09.18 08:31:01
왕유의시기 이런맛이었군요 감사합니다. 승사공자지.....번역자에의해 뜻이 180도 반전한다면 번역은 창작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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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파
2023.09.18 12:52:00
지금은 60대 중반에서 길면 20년이 가장 여유로운 시절이다. 그렇게 사는 것은 복이요, 60이전에 하늘의 부름을 받는 이도 또한 많다. 80대 중반이후는 김교수님 같은 예외적인 인물도 있겠지만, 기억도 잃어버리고, 흔히 쓰던 단어도 생각나지 않으며 의사들의 도움으로 연명하니 이 또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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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Truth
2023.09.18 09:39:29
숲 속 늙은이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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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외사
2023.09.18 12:57:37
勝事空自知는 좋은 일은 공연히 혼자만 아네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좋은 일이란 중난산 별장에 살면서 벗들과 교류하고 산수전원을 노니는 것을 가리킨다. 비록 벗들과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 벗들이 시인 자신이 즐기고 있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에 空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문학 작품의 해석은 다양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원작의 본의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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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이산 영감
2023.09.18 11:25:24
해석자는 또 다른 시를 지었다....원작자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서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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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림2
2023.09.18 09:57:44
고은 늙은이가 다시 언론에 노출하려하니 불편하겠어요~ 최영미님의 용기있는 미투가 있었기에 사이비시인 고은을 제대로 알수있어 참 다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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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렙
2023.09.18 09:37:44
우리 선현들이 인생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가들도 많다. 가급적이면 이들을 찾아내어 인용했으면 좋겠다. 물론 문학에 굳이 국적을 따진다는게 옹졸해 보이긴 하다만 그래도 중국 문학을 너무 많이 인용하는 듯해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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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ster
2023.09.18 14:17:26
"왜 사냐건 웃지요" 이런건 우리나라 사람 누가 들어도 그 뜻을 알지만, "승사공자지"라는 귀절 하나가 저렇게 달라진다면 이는 한학에 조예가 없어서 그런거 아닌가? 두보의 곡강 "막염상다주입순" 좀 번역해보기 바란다. 워낙들 엉터리 자기 번역이 많아서 이제 틀린게 진짜인줄 알고 있는 지경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시심이 아니라 정확한 고증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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