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살고싶은 곳 - 추풍령 일대의 산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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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1.06. 19:08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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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1 : 살고 싶은 곳
추풍령 일대의 산과 들
화령(火嶺)과 추풍령(秋風嶺) 사이에는 안평계(安平溪)와 금계(錦溪), 용화계(龍華溪) 등 세 곳의 시내가 있다. 이 세 곳은 상주와 영동, 황간의 세 고을 경계에 위치하여 시내와 산의 경치가 지극히 아름다우며 물을 댈 수 있는 기름진 논과 목화밭이 많다.
호남과 영남 사이에 끼어 있으므로 땅이 몹시 궁벽하지 않아, 장사꾼이 모여들어 교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지방에 부유한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땅에서 나는 이익이 여러 곳과 비교하면 첫째이지만, 들판이 환하게 트여 있지 않아서 맑고 밝은 기상은 황강 북쪽과 양산ㆍ이산보다 못하다. 그 북쪽은 속리산과 잇닿아서 증항(시루목)과 도장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황악산과 이웃하여서 상ㆍ하 궁곡(弓谷)이 있어 모두 난리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니 참으로 복된 땅이다.
- 『택리지』 「복거총론」
상주 낙동강
화령과 추풍령 사이에는 안평계와 금계, 용화계 등 세 곳의 시내가 있다. 이 세 곳은 시내와 산의 경치가 지극히 아름다우며 물을 댈 수 있는 기름진 논과 목화밭이 많다.
여기에 기록된 화령과 추풍령 사이의 금계는 오늘날의 영동군 황간면 금계리이다. 그리고 상주시 모서면 정산리 작도에서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로 넘어가는 곳에 하나의 재가 있는데 매우 높고 수목이 울창하여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하늘재라 한다.
상주시 화동면 어산리에 있는 구무바우(보지바우)는 터재에 있는데, 여성의 생식기처럼 생겨서 돌을 던져 그 속에 돌이 들어가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대체로 이 지역은 산간지방이라 고추, 담배, 포도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다음은 문경의 병천(甁川)이다. 가은ㆍ봉생ㆍ청화ㆍ용유 등의 훌륭한 명승지가 있고, 북쪽으로 선유동학(仙遊洞壑)과 잇닿아서 시내와 산, 샘과 돌이 기이한 경치를 이루었다. 논이 기름지고 토양이 감과 밤을 가꾸기에 알맞다. 주위의 백 리가 모두 난리를 피할 만한 복지이니 참으로 은자가 살 만한 곳이다. 그러나 자리 잡은 곳이 궁벽한 데다 산이 살기를 벗지 못하였으므로 속세를 피해 도를 닦기에는 알맞지만, 평시에 살 만한 곳은 아니다.
- 『택리지』 「복거총론」
금천과 조령천, 양산천이 모여 이루어진 영강은 상주시 화북면 속리산 문장대에서 발원하여 동북쪽으로 흐른 뒤, 문경군 농암면 중앙을 뚫고 가은읍의 남쪽을 지나 왕릉리에 이르러서 서북쪽에서 오는 물과 합류한다. 문경군 마성면 남쪽에서 소야천을 만나 흐르다가 점촌읍과 호계면, 선양면을 지나 영순면에서 상주시 함창면과 경계를 이루고, 함창면 금곡리에서 이안천(상주군 삼천)과 합류하여 동쪽으로 꺾이면서 낙동강에 몸을 푼다.
상주시 농암면 청화산 아래에 쌍용계곡이 있고, 문경시 가은읍에는 선유동계곡이 있다. 문경군 농암면 내서리 일대에 위치한 쌍룡계곡은 맑은 계류가 기암괴석 사이사이를 굽이쳐 흐르면서 천하제일의 절경을 펼친다. 쌍룡폭포를 위시하여 층암절벽 일대는 울창한 수목과 어우러져 백두대간 길목 중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 위치한 선유동계곡은 소백산맥을 중앙에 두고 2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괴산 선유동계곡보다 짧고 화려하지는 못하나, 세상에 아직도 알려지지 않는 곳으로 조용하고 깨끗하며 평화롭다. 계곡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에는 아담한 정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계곡의 양편은 노송들이 우거져 계곡과 계류를 덮어버린 채 숨은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중환은 이어서 충북과 경북 일대를 지나가는 백두대간 아래 고을인 문경, 상주, 괴산 일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다음은 속리산 북쪽, 달천(達川) 상류인 괴산의 괴탄(槐灘)이다. 그 위쪽에 있는 고산정(孤山亭)은 고(故) 판서 서경(西坰) 유근의 별장이다. 명나라의 주지번(朱之蕃)이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왔을 때 화공(畵工)을 보내 이곳 괴탄의 풍경을 그리게 하여 본 뒤에 시를 지어, 현판을 만든 뒤 걸게 하였다. 이곳은 비록 산골 가운데 비좁기는 하지만 시내와 산이 맑고 깨끗하다. 또 논과 밭을 갈고 심는 즐거움이 있고, 동쪽에 봉암사가 있는 희양산이 있어 난리를 피할 만하다.
냇물을 따라 남쪽에는 청천ㆍ귀만ㆍ용화ㆍ송면 등의 마을이 있다. 속리산 북쪽이고, 남쪽으로 율치(栗峙)를 넘으면 문경의 병천면이다. 율치 북쪽은 지세가 높아서 여러 마을이 모두 산을 등지고 강물에 접해 있으며, 언덕과 들이 푸르고 풀과 나무가 향기로워서 여기도 또 다른 별천지라 할 수 있다. 비록 깊은 산중에 있으나 거칠고 험한 봉우리가 없어 참으로 숨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들 만한 곳이다. 그러나 밭은 많지만 논이 적고, 땅이 메말라서 수확이 적은 것이 병천ㆍ괴탄에 비할 수가 없다.
- 『택리지』 「복거총론」
이중환은 이 지역을 좋아하여 오랜 동안을 주유하면서 살았는데,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숨어 살기는 괜찮은 지역이지만 사람이 오래 살기에는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추풍령 일대의 산과 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1 : 살고 싶은 곳,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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