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동안에 세상을 패닉에 빠뜨린 코로나 팬데믹은,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불과 몇년 사이에 7천만~2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Black death, Great Plague)의 데자뷰가 아닐까 심히 우려됩니다. 그다지 과학적인 접근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 논거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유사성을 제시합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 창궐지역
길지 않은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이보다 몇십배나 많은 비전문가들이 다투어 도움말과 말도 되지 않는 요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필자는 전문가 축에 끼이지는 못하지만 학부에서 병원(病原) 미생물을 재미있게 공부한 자로써 남의 글이나 읽고 퍼나르기 뻘줌하여 몇자 끄적이고자 합니다.
공통점과 유사성
1. 매개동물
*흑사병 : 아시아 유래 쥐(곰쥐)가 거의 확실함. 근래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페스트의 원인균(Yersinia pestis)은 쥐에 존재하는 균과 동일하다고 함
*코로나19 : 박쥐. 우한(武漢) 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 박쥐로 추정되며, 실제로 후베이성에서 서식하는 박쥐에서 동일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됨
2. 발원지
*흑사병 : 최초 발병지에 대해서는 중국이다 중앙아시아다 인도다 이론이 분분한데, 확실한 건 몽골 군대가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침공한 길을 따라 전파된 건 확실합니다.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스텝지역이라는 설이 좀더 우세하지만 중국 발원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1340년대 초반 중국 허베이(河北) 지방에서 흑사병이 창궐하여 주변으로 퍼져나가 수년만에 중국 인구의 절반 가까운 6천만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코로나19 : 의심의 여지없이 후베이(湖北) 우한(武漢)입니다. 일부에선 미국이 퍼트린 생물학 무기라고 주장하는데, 아무리 골통(?)이라도 치명율이 극히 낮은(1~5%) 바이러스를 생물학무기로 택했을까? 그러자니 실수로 노출되었다느니, 약한 놈으로 시험해 봤다느니..
(蛇足 : 1347년 크림반도를 공격하던 몽골 속국이 흑사병으로 죽은 병사를 투석기를 써서 적의 성안으로 집어던져 넣었다는데, 이는 최초의 생물학병기라 할수 있지 않을까요?)
3. 발현증상
두 질환 모두 고열(38˚ 이상)과 폐손상. 다만 흑사병의 경우는 먼저 임파선을 공격하여 면역력을 무력화 시킴으로서 치명률이 매우 크다함(80% 전후?).
4. 빠른 전파 속도.
*흑사병 : 정확한 발병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343년 이미 크림반도에서 보고됩니다. 4년 후인 1347년에는 이탈리아반도에, 그 다음 해에는 이베리아반도와 프랑스 영국을 거쳐 전 유럽에 급속도로 전파됩니다.
*코로나19 : 우한에서 처음 보고 된 게 작년(2019년) 12월 1일입니다. 우리나라에 전파된 시기는 우한에서 이미 발병한 중국 여인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게 올해 1월 중순이고, 2월 초에서는 확정판정되지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우한에서 필리핀으로 입국한 환자는 사망합니다. 중동과 유럽에 언제 최초로 상륙했는지 확실한 자료는 없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이란과 이탈리아 북부에서 환자가 나온 듯 합니다 (3곳 모두 중국과 꽤 밀접한 접촉이 있고 초기에 입국제한 없었음)
5. 전염 경로
*흑사병 : 징기스칸이 죽던 해(1227년)에 몽골은 이미 카스피해까지 진출하고, 그 후에도 흑해를 건너 터키와 동유럽으로 계속 진격해 갑니다. 흑사병도 1343년에 흑해 크림반도에 이르렀고, 페르시아 시리아를 거쳐 이탈리아반도의 제노바와 베니스에 상륙한 건 4년도 채 안 되어서입니다. 다음 해에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지나 영국에까지 상륙합니다. 이후 수년 내에 전 유럽을 초토화시키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동유럽까지 유린합니다. 유럽 인구의 최소 3할, 많게는 2/3가 죽었다지 않습니까.
*코로나 19 :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폐렴은 중동 거점 이란을 거쳐서, 이번에는 해상 루트가 아닌 항공로를 따라 이탈리아 북부에 착륙합니다. 이어서 스페인 영국을 거쳐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동유럽 러시아로 전파되는 건 거의 같은 경로지요. 다만 신세계인 미국이 타격을 받은 건 유럽과 교류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6. 통행제한
*흑사병 : 유럽이 온통 흑사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사람들은 밖에 나다니는 것을 꺼려 안전하다는 사원이나 별장에 모여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료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어내어 돌아가면서 하게 되었다는데, 그중 불멸의 예술로 평가받는 작품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필자도 소시적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에로틱하고 파격적인 스토리에다 신성모독적인 내용도 적지 않은데 놀랐습니다. 신의 노여움을 더 유발한 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많은 국가에서 입국금지와 통행제한을 시행하고 있지요.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게 된 건 중세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SNS상에는 평소 자판공포증으로 손가락이 오그라들던 님들조차 서슴없이 이런저런 글을 올리고 있데요. 대개 남들의 글을 퍼나르는 정도인데, 가끔 찐한 에로물이 섞여(?)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요. 다만 성착취 동영상(?)은, 올리는 건 물론이고 퍼나르거나 보기만 해도 잡아간다니 조심들 허시길...
7. 신의 노여움
*흑사병 : 중세 유럽은 신의 마음에 안 드는 짓(?)을 많이 저지르고 있었지요. 교황은 세속화하여 축첩하고 자식을 두질 않나, 군대를 양성하여 세속의 왕들과 싸움을 하질 않나.. 심지어 8세기에는 여자가 남장을 하고 교황이 된 후 아기를 낳다 들통이 나는 전대미문의 사건도 있었다지 않습니까. 10세기에는 할수없이 세속의 황제를 세우고 유럽 전역을 관장케 하였으니 바로 神聖로마제국입니다. 그러나 실제는 교황이 뒤에서 전횡을 휘둘렀으니 신이 화나실만도 하지요. (그러나 신성로마제국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를 지나 16세기 초 루터의 저항(Protest)과 16세기 말과 17세기 초 신교도들의 득세로 사실상 붕괴됩니다. 볼테르는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로마적이지도 제국같지도 않았다고 비아냥거렸다나..).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하자 신의 노여움이라 여기고 배교도로 지목되는 집시, 마녀(?), 유태인 등을 해꼬지하고 화형시키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중 유태인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게 했다는 이유 외에도, 흑사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미움을 샀다지 않습니까. 유태인들이 평소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 때문인데도..
*코로나19 : 빌 게이츠를 비롯하여 많은 지식인들이 신의 섭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위생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너무 오래 산다는 게지요. 이는 신의 섭리에 반하는 것으로 마침내 신형 코로나를 보내사 이를 바로 잡으시고자 하심이라는 겁니다. 이에 부응(?)하여 영국에서는 초기에 방치하는 전략을 썼다가 거둬들였고, 스웨덴은 아직도 방관전략이라지요. 노인들의 치명률이 현저히 높은 건 사실이지만..
☞ 이상의 내용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그리고 최근 하도 심심하여 읽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의 '넌제로'에서 영감을 얻고,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여 썼습니다. 비전문가의 글이라 많은 오류가 예상되오니 가차없는 채찍과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