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보행자의 불편한 동거

[해운대라이프]

자전거와 보행자의 불편한 동거

10여 년 전, 해운대신시가지 순환도로 1.9㎞ 구간이 자전거 시범 단지로 지정되어 자전거도로가 건설되었다. 하지만 자전거전용도로가 아닌,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가 건설됨에 따라 자전거도로가인도에 설치되어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신시가지에 자전거도로가완공된 후 직접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다. 당시 자전거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열악한 구조를 지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도로 인접 상가의 출입문이 바깥으로 열리는 곳이 많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칫 출입문에 부딪힐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이런 출입문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폭이 좁은 인도(보도) 구간의 경우, 보행자도로는 거의 없어지고 자전거도로가 인도를 겸하는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 세워진 갖가지 안내판이 자전거 통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본지가 해운대구청에 여러 번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관계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해운대신시가지 자전거도로는 그냥인도에 별도로 지정만 된, 있으나마나한 시설로 방치되어 버렸다.
자전거도로 상황이 이러한데 자전거타기 운동이 활성화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부산시가 야심차게 전개한 공공자전거사업 역시 신시가지에서 참패한바 있다. 그럼 이쯤에서 보행자와 함께 달리는 자전거도로 구조는 재검토되어야 하며, 보행자와 불편한 동거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과감히 자전거도로를 분리해 별도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가 필요한 또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전동휠체어 역시 인도로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다. 따라서 운전면허 없이도 탈 수 있지만 반드시 보도로 다녀야 한다. 2005년부터 전동보장구 구입시, 국민건강보험 급여비 혜택이 적용되면서 전동휠체어는 급속도로 보급됐다. 통계청의 ‘주요 장애인보조기구 필요 및 소지 현황’에 따르면 전동보장구(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소지자는 2005년 2만 2000여 명에서 2014년 11만 2000여 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노인들도 전동휠체어를 이동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어, 전국의 전동보장구 소유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 신시가지의 경우, 자전거는 인도 속에서 달리고 전동휠체어는 차도 속에서 달리고 있다. 이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동휠체어는 인도로, 자전거는 차도나 인도와는 분리된 자전거전용도로로 다닐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1조에서 ‘이 법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의 해운대신시가지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별로 편리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그러니 가까운 거리도 힘들게 걷거나 차를 타고 갈 수 밖에 없고, 점점 보행자보다는 자동차 친화적인 거리가 되어 간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서는 해운대주민들이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책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전동휠체어

                                                                   차도로 다녀 위험해 보이는 전동휠체어

인도 쪽으로 열리는 상가출입문

자전거도로 위 설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