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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창작 10계명 ⑦> ‘인터넷 SNS 시대, 짧은 시가 좋은 시’ - 짧은 시 창작 비법 3가지/ 권갑하 시인
인터넷, SNS 시대에 어울리는 단순하고 짤막한 글, 촌철살인의 광고 카피 같은 짧은 시에 눈길이 가고 감동을 받는 시대다. 오늘 강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일곱 번째 시간이다.
시서화 3절(詩書畵 三絶)로 유명했던 초정 김상옥 시인(1920~2004)은 자신이 쓴 연시조를 말년에 짧은 단시조로 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마도 짧은 시의 매력과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시단에서도 2000년대 들어 <극서정시>라 하여 짧은 시 쓰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난해한 시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짧고 간결한 시를 쓰자는 문학운동이었다.
하지만, 시를 짧게 쓴다는 것은 사실 쉽지가 않다. 짧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시!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이 시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오늘은 ‘짧은 시 쓰기 비법’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짧은 시가 좋은 명시가 되는 첫 번째 비결은 반전의 미학이다!
어떻게 하면 짧으면서도 감동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이 비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짧은 명시를 통해 그 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만나 볼 시는 요즘 국민적 사랑을 크게 받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1>이다.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굉장히 단순하고 명쾌한 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이지만, 자세히 보고, 또 오래 보아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시가 이러한 울림과 여운을 창출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이 시를 감동적인 시로 만드는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그렇습니다. 바로 마지막 구절 “너도 그렇다”에 있다. “너도 그렇다”라는 이 반전 구절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앞 구절의 어쩌면 평범한 진술이 마치 정중앙의 과녁을 맞히듯 독자의 의표를 찌르면서 큰 울림과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면, 다음 시는 어떨까요?
커피 /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커피 시인으로 유명한 윤보영 시인의 <커피>라는 시다. 이 시도 앞의 두 구절, “커피에 설탕을 넣고 /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다고 하는 구절은 너무나도 평범한 진술입니다. 싱거운 이유는 설탕을 적게 넣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시인은 설탕 대신 ‘그대’를 상상합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니 커피 맛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이 시도 마지막 구절 “아~ /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가 없다면 좋은 시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시에서도 ‘감동’이라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코드가 마지막 구절의 반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진 일본의 하이쿠 작품을 한 편 만나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류시화 시인이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으로 하이쿠 선집을 펴내 ‘하이쿠’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의 하이쿠입니다. 우리 옛 시조도 그렇지만 하이쿠도 일본의 전통시라 시의 제목이 없습니다. 시의 형식도 하이쿠는 ‘5/7/5’음절로 구성되는데, 위의 시는 번역된 것이니 음절보다는 내용으로 읽어야 되겠죠.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에 흔히 만날 수 이 있는 장면이 이 시의 앞 구절 ‘5/7음절’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하이쿠가 좋은 시로 뽑히는 것은 왜일까요?
이 시 또한 꽃잎이 떨어지는 평범한 묘사에 이어 “나비였네!”라는 마지막 구절의 반전에서 시적 묘미가 살아납니다. 반전의 미학이 없다면 이 시는 좋은 시가 될 수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조는 어떨까요?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가장 오래된 우리 옛 시조다. 고려 말 우탁 선생이 지은, 늙음을 한탄하는 <탄로가歎老歌>로 알려진 시조입니다. 이 시조도 초장과 중장은 오는 백발을 막아보려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공감각적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종장에서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온다”고 하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깨달음의 경지가 전전의 미학으로 제시됩니다.
시조도 마지막 종장의 의미적 전환 효과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좋은 시로 변모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유시와 하이쿠, 시조 세 양식의 작품에서 우리는 시의 뒷부분에서의 의미 변화, 시적 반전이 좋은 시를 만드는 원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짧은 시가 좋은 명시가 되는 첫 번째 비결은 반전의 미학입니다. 짧은 시로 좋은 시를 얻기란 사실 쉽지가 않죠. 바로 이 반전의 미학이 작동해야만 좋은 시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 창작은 개그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짧은 시 중에 <너에게 묻는다>란 시가 있죠.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전문
이 시도 연탄재에 인성을 부여해 독자에게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다그치듯 되묻는 반전의 기법으로 기가 막힌 한 편의 짧은 명시를 탄생시켰습니다.
두 번째 짧은 시 쓰기 비법은 은유적 아포리즘 구사다!
아포리즘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나타내는 간결하고 압축된 짧은 글을 말한다. 그러니까 좋은 짧은 시가 되기 위해서는 은유적 구조의 짧은 시를 구사하라는 뜻이다.
은유는 'A는 B다(A=B)' 구조의 비유법이다. 그런 은유 구조를 짧은 시 창작에 활용하는 것이다. 프랑스 시인이요 소설가인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1910)의 시집 「자연의 이야기들」에는 은유적 구조의 짧은 시가 여러 편 나온다.
시 본문을 눈을 감고 들으면서 제목을 상상해보시라.
용수철이 달린 담뱃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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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이 달린 담뱃가루
-<벼룩> 전문
벼룩을 용수철 달린 담뱃가루라 은유했는데, 비유가 절묘하다. 다음 작품도 눈을 감고 제목을 맞춰보시라.
들판의 군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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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군수나리
-<어치> 전문
어치가 들판의 군수라는 이 은유 또한 공감이 깊은 멋진 비유입니다.
문인화가이기도 한 김주대(1965~ ) 시인은 좋은 짧은 시를 많이 창작한 시인입니다. 시인의 짧은 시 중에는 은유적 구조의 짧은 시가 한 부류를 이룹니다.
깊어진다는 것은
언제든 몸 던질 수 있는
자기 안의 강물을 내려다보는 일
-<고객 숙여> 전문
‘깊어진다는 것’을 ‘언제든 몸 던질 수 있는 자기 안의 강물을 내려다보는 일’로 은유하고 있습니다.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꽃> 전문
‘꽃’을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로 은유하고 있습니다. 영어식 표현인 ‘~라는 말이 있다’ 구조로 그 존재를 시인을 넘어 독자와 세상에로 전파하는 힘을 발휘합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시단에는 짧은 시 짓기 운동이 전개됐습니다. 젊은 시인들의 길고 난해한 시들을 극복 대상으로 삼았죠. 최동호, 황동규 등 중견 시인들이 중심이었죠. 짧고 간결한 극서정시 운동을 주도했던 최동호 시인이 선보인 극서정시에도 은유적 아포리즘의 시가 적지 않습니다.
별 없는 캄캄한 밤
유성처럼 광막한 어둠의 귀를 찢고 가는 부싯돌이다
-<시> 전문
툇마루 보푸라기
먼지
쓸고 가는 햇빛의 혀
-<겨울 햇빛> 전문
시를 시답게 만드는 것이 은유라고 하죠.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독자에게 사물이나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만들어주는 은유적 사고는 짧은 시 창작의 중요한 작동 원리입니다.
그런데 은유에는 거리가 존재합니다. 은유의 거리는 ‘낯설게 하기’의 거리이죠. 그러기에 짧은 시 쓰기의 성패는 팽팽한 긴장감을 줄 수 있게 얼마나 압축적이고 절제력 있게 은유의 거리를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이문재 시인은 시집을 받으면 짧은 시들을 골라 읽는다고 합니다. 짧은 시는 쓰기가 어려운데, 그만큼 짧은 시에는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요, 사물과 사태, 삶과 세계의 핵심을 치고 들어가는 직관력은 물론이고 직관의 내용을 최소한의 어휘로 형상화하는 솜씨, 장악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짧은 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그렇다면 짧은 시 창작의 세 번째 비법은 무엇일까요?
세 번째 비법, ‘관계론적 시선’으로 대상을 보고 사물을 보라!
한국문협 여수지회장을 지낸 신병은 시인(1955~ )은 “시 창작은 관계의 인문학”이라 했습니다. “주위의 존재들과 잘 소통하고 보는 관점을 달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조이죠.
낯설게 하기, 의도적으로 다르게 보기, 부정하기 등으로 관계성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통찰이고 소통이고 공감이라는 것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전문
살다보면 내려올 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죠. 꽃이니 그나마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겠죠. 사람이라면 벌써 떠나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꽃도 다르지 않죠. 내려올 때 조는 그 꽃은 올라갈 때 본 꽃은 아닐 테니까요.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만나는, 내려올 때 보는 그 꽃을 올라갈 때도 보는 혜안, 그 정밀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할 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주대 시인의 「오후에 나는 들킨다」 시집에 실린 짧은 시들은 시인이 얼마나 주위의 존재들과 감동적으로 소통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어머니의 온도를 상상하며
귀가 붉어지는 저녁이다
-<귀 빠진 날> 전문
눈이 빨개지도록 울다 간 네 발소리로
가슴의 저녁이 물든다
-<노을> 전문
출산의 가장 고통스런 순간은 바로 아기의 이마가 나오는 순간인데, 귀가 빠져나오면 힘든 고비를 넘기게 되는, 아기가 태어남을 의미하죠.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의 온도를 상상한 시편이 바로 <귀 빠진 날>입니다.
눈이 빨개지도록 우는 일과 저녁노을이 불게 물드는 관계를 상상한 시편이 <노을>인데요. 짧은 언어로 이루어진 관계 사물에 대한 김주대 시인의 해석 안목은 특유의 상상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그 속성을 확장해나갑니다.
새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두고 온 제 무게를 그리워한다
-<귀소歸巢> 전문
내가 아는 만큼의 당신이 내 속에 격리된다.
나는 당신을 가둔 감옥이다.
-<앎> 전문
모든 생명체는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게 됨을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를 통해 감각적으로 깨닫게 하는 시가 바로 <귀소> 입니다.
그렇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내가 아는 만큼의 사랑임을, 자신이 그것을 가두는 감옥임을 일깨우는 시가 <앎>이라는 시편입니다.
김주대 시인의 혜안과 통찰이 빛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창작된 멋진 짧은 구절의 시들에서 우리는 그 짧음 이상의 긴 여운을 맛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짧은 시 창작 3가지 비법을 만나보았습니다. 짧은 시 창작의 첫 번째 비결은 반전의 미학이 중요함을, 둘째는 은유적 아포리즘 구사를 강조했습니다. 셋째 비법은 ‘관계론적 시선’으로 대상과 사물을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전체 속에서 각 요소들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상상하라는 것입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짧고 쉬우면서 교훈과 감동을 함께 지닌 글이 오래 간다.”고 했습니다. 짧으면서도 쉬운, 정서적 충격과 감동을 주는 짧은 시를 쓰기 위해 밤을 새우는 시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짧은 시 감상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최승호, <오징어3> 전문
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최종수, <달처럼> 전문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전문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처럼 하리라
사람아
-황금찬, <꽃의 말> 전문
한 줄이면 족하지
뭘 더 적을 것인가
할 말 많다고 해도
한 마디면 족하지
아홉 쪽
김밥 한 줄을
꼭꼭 씹어 먹는 날
-권갑하, <김밥 한 줄의 명상> 전문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사막> 전문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다가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 사랑이
내게도 있었다
-서안나, <모과> 전문
<출처 : 권갑하 감성TV. 좋은 시 창작 10계명 ⑦> ‘인터넷 SNS시대 짧은 시가 좋은 시’ 짧은 시 창작 비법 3가지 / 권갑하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
https://youtu.be/HYFxrYOaB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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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ㅡ 꽃ㆍ나무가 부르면 숲으로 달려가고 산이 부르면 산을 오르죠. 멍때리기가 필요하면 숲길을 걷고 마음이 공허 할 땐 멋진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성현의 말씀을 들으면 되죠. 매일 일일일득(一日一得) 하다보면 죽을 때 쯤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어 있을 테죠~ㅎㅎ <식물이야기, 산ㆍ둘레길, 좋은글...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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