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냉 전 선
崔 秉 昌
어제 밤,
영하와 영상을 오르내리는 기온 속에서
푸른 이파리를 갈가먹는 소금벌레를 보았지요
아무래도 지금의 일기는 야위어 가는 만큼
깊이를 아프게 적셔내는 미세한 빈맥이지요
힘의 균형에 생장의 언어가 무너져가고 이따금 아픈 시절은 길을 건너
지 못해 스쳐 지나는 영혼을 붙잡을 틈도 없이 거센 바람에 헝클어진
수많은 매듭 앞에 스믈 스믈 소금밭의 거품처럼 녹아나 하얗게 엉겨붙
는 동짓달 열 여드레 밤,
산마루쯤에서
울려오는 게절풍의 마파람소리가
겨운 등허리를 회초리로 후려치듯
미숙한 통증으로 온몸을 붙잡고 있었으니
우리 사는 세상, 목타는 갈증 앞에 있는 물 한컵 다 마시지 말고, 절
반만 마시자고 제 잘난 품새를 접어도 본다지만
허름한 문풍지 사이를 비집고 침입하는 하얀 소금벌레는 어느새 까
만 벌레로 둔갑하여 물이란 물은 한 방울도 남기질 않았으니
오르내리는 일교차의 상이점은 역사의 매듭을 이어주는 시간으로 혓
꿈이 아니기를 바라올진대, 차라리 경외의 대상이거나 짜디짠 소금밭
의 앙금이거니
오늘의 구차한 대미는
세상 모르는 검은 함정일 뿐이었지요.
<198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