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지고 말았다. 참으로 텔레비젼 그 가운데 드라마를 보지않는 나였지만 어떻게 하다가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그 후속편을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여서, 그리고 그 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배역들의 연기가 뛰어나서,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에서...물론 그런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그런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바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극적 몰입도를 가중시키기위해 일종의 막장 조미료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그 조미료가 음식의 맛을 우지좌지하지 않는 점이 너무도 좋았다. 그동안 상당수의 한국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감지했기에 그렇게 싫어했던 한국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시각은 한국 사회에서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부분 가운데 으뜸이다.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냄비현상으로 대표되는 그 쏠림현상이 한국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뭐가 좋다하면 너도 나도, 뭔가 돈이 된다면 너도 나도, 뭔가 이득이 된다면 그야말로 양잿물도 마실 태세를 가진 것이 부끄럽지만 한국 사회의 낯 뜨거운 현주소 아닌가. 물론 나 자신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단지 나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로 이글을 쓰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의 부재는 멀리 깊게 넓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근시안적인 시각이 바로 그 다양한 시각의 부재에서 유래한다. 한국 역사교과서 문제도 바로 그런 것 아닌가. 어찌 역사에 한가지 시각만이 존재할 것인가. 현실에 생존해 있어도 여러 다양한 견해와 판단과 비판이 나오는데 살아보지 못한 그 과거를 어찌 한가지 시각에서만 바라볼 것인가 말이다.
각설하고 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던지는 메시지는 넓고도 깊다. 그래서 한국인뿐아니라 전세계인들이 감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제 (2022.8.4) 제 12회 드라마의 제목은 양쯔강 돌고래이었다. 양쯔강 돌고래가 뭔가는 조금 지켜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멸종해 버린 돌고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변호사 드라마에 멸종단계 희귀종 고래는 누구인가. 바로 그야말로 인권변호사라는 여성 변호사였다. 어느 생명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백여명의 근로자들 그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퇴직이라는 슬픔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해직 여성 근로자들을 변호하는 힘든 싸움을 하는 변호사를 의미하는 표현이 바로 양쯔강 돌고래이었다. 양쯔강 돌고래는 바다에서 사는 고래와 달리 강에서 살았다고 한다. 고래는 바다에 있으면 아주 자연스럽고 먹이도 많고 광활함에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왜 양쯔강 돌고래는 태생적으로 살면 안되는 그 강에서 삶을 개척했을까. 아주 독특한 성향의 돌고래임이 분명하다. 결국 멸종되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은 전설속에 살아 있는 돌고래이다.
그렇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형로펌 태산이나 한바다 처럼 엄청난 법률법인에 속하지도 못하고 조그만 옥탑방 비슷한 곳에서 사무실겸 거주지로 살아가지만, 또한 호화찬란한 성찬이 아닌 라면정도로 끼니를 때우지만 그녀가 펼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승소확률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소신을 굷히지 않는다. 변호사 초년병인 우병우 변호사에게 말한다. " 변호사는 판사와 검사와는 다르지요. 같은 '사'자 돌림이지만 판사와 검사의 사자는 일사(事)지만 변호사의 사자는 선비 사(士)자를 쓰지요. 우리 변호사는 그러니까 선비로서 한 인간으로서 의뢰인 옆에 앉아 있는 거예요.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당신을 지지한다, 그렇게 말해주고 손 꼭 잡아 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 것이죠. 그래서 어떤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인권변호사의 편에서만 말하지 않는다. 이른바 능력있고 당대 최고의 변호사격인 정명석변호사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의 변호사적인 생각 그리고 현실을 고려해서 어린 후배 우영우변호사에게 변호사의 세계를 말해주는 것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인권변호사와 그야말로 잘 나가는 변호사를 대척점에 두지 않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이 드라마의 감동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이 나라 한국만큼 변호사의 격차가 큰 곳이 어디 있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들이 처신하는 행동, 판단 그리고 그들의 정신세계 등에서 정말 변호사들만큼 천양지차가 나는 곳이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지금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 시스템이 나뉘어져 있지만 그들은 언젠가 변호사로 합류하고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판사출신 정치가도 신분은 변호사이고 검사출신 정치인도 변호사 신분 아니겠는가. 법조인의 결론은 변호사라는 말이다. 변호사도 인간인데 어찌 오랫동안 초심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의 일반적인 흐름에서 빠져나와 조금 다른 곳에서 유영하는 돌고래가 꼭 필요한 것 아닌가. 왜 모든 고래들은 바다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강에서 살면 안되는가. 나는 소금기가 싫어 강에서 살겠다는데....담백한 환경속에 그야말로 풍요로움보다는 유유자적하게 살아보겠다는데 말이다. 초심을 유지하며 제대로 된 삶을 살겠다는데 말이다. 그리고 돌고래는 바다에서 살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변호사로 대변되는 법조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강에서 살아가는 돌고래를 훼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그 강속에서 편안하게 그들의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도우지 못할 망정 돌팔매하거나 강을 오염시켜 그들이 스스로 사라지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어제 드라마에서 인권변호사 그녀가 읽었던 싯귀가 가슴깊이 파고 든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시인 안도현 <연탄 한 장>
2022년 8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