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대망의 1월 1일 아침~!!.
깨자마자 간밤에 꾼 꿈을 되새김질해 본다.
언뜻 돼지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갸우뚱~~
예지력을 가진 꿈은 꿀 때 굉장히 선명하고 또렷한 법인데 별 인상적이진 않다..
핸폰을 들여다 본다.
새벽 2시에 도착된, 장군의 목청을 가진 아줌씨가 보낸 귀여운 새해인사에 미소를 짓는다.
7시 37분 정도로 예상되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서둘러 따스한 옷차림으로 무장하고 바다를 한쪽에 끼고 있는 리조트 정원으로 향했다.
가로등만이 어스름한 정원을 비춰주고 있었다. 정원 구경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리조트 정원
가는 길에 한 사람이 시야에 나타난다.
아마 우리처럼 해돋이를 보러 나온 것 같아 반갑다.
한 스무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미 나와서 수평선을 간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의 관심사는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10분....
또 10분...
수평선은 야속하게 그 모양 그대로다.

떠오르지 않는 무심한 해
하나 둘씩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제주도에서 새해 일출을 멋지게 맞이하고픈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어제 우도 버스기사님이 본인은 4년 동안 한번도 일출을 못봤고 이번에도 날씨가 흐려 보기 힘들거라더니..
아쉬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같은 장소에서 1월 2일의 일출
이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한라산 눈꽃산행을 떠나야 할 시간..
없던 아이젠 장만하고 딸이 쓸 스틱도 2개 사느라 돈을 많이 들이며 기다린 산행이다.
렌트카에 딸이 올라타며 이젠 차가 있어서 편하다며 좋아한다.
택시는 왜 불편하냐고 물었더니 미터기에 금방금방 올라가는 금액이 자길 초조하게 만든댄다.ㅎㅎ 어젯밤 생고생하며 끌고 온 보람이 있다.
산길을 한참 올라간다.
한라산 영실입구 부근에 다다르니 아스팔트위에 눈이 살짝 쌓여있다.
덜컥 겁이 난다.
서울에서 눈이 오면 거의 차를 안갖고 다니는 난데..
조금 더 가니 가는 눈발도 살살 내린다.
렌트할 때,
설마 눈이 내리랴..
스노우체인있어도 채울 줄 모르는데 싶어서 안빌렸는데 대략난감...
이미 주차장은 만차고 주차요원들이 길가 주차를 안내하고 있다.
“저 뒤에 세우세요” 란 아저씨의 말에 난 창을 내리고
“ 다시 돌아가려구요...ㅡ.ㅡ”
오후엔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위험할 것 같으니 날 좋을 때 나중 다시 오라는 아저씨의 말을 뒤로 하고 아래로 살살 내려갔다.
산행에 부담을 갖고 있던 딸은 좋아라 한다.
차도 있겠다,한라산 안가도 볼 게 많은 제주기에
쿨하게 한라산을 포기한다.
나 혼자만 갔던 중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거기로 일단 가기로 하고
아직 롯데호텔은 나도 구경안해봐서
신라호텔옆의 롯데호텔에 주차를 시켰다.
그제 하얏트 커피숍에서 커피값이 4000원이라고 써놓은 걸 봤으니
거기가서 차마시자는 나의 말에 왜 그리 싸냐며 이상하다면서도
롯데정원을 지나 하얏트로 가기로 했다.
롯데 정원도 멋있다.

롯데호텔 정원

롯데안 오토 캠핑장
구경하며 가는 도중에 이산가족이 되버려서 각자 따로 하얏트에 갔는데
커피가 만원이란다!
알고보니 테이크 아웃이 4000원ㅠㅠ
따스하고 전망좋은 호텔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커피마시려던 꿈이 깨지자
한참을 거기까지 혼자 걸어오느라 힘들었던 딸은 짜증을 낸다.
구경도 할겸 신라호텔가자니까 피곤하니 바로 차가 있는 롯데로 가겠다는 걸
겨우겨우 끌고 와 쉬리 벤취 옆 커피부스에서 커피와 귤빵을 사줬더니
그제야 조금 기분이 풀리는 딸...
신라호텔 안,즉 실내에는 한가롭게 쉴수 있는 의자가 많다.
산방산으로 갔다.
주발을 엎어 놓은 듯한 모양으로 어느새 눈앞에 우뚝 서있는 큰 몸집이 매력적이다.
달리 관광지가 아니다. 다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으니깐 관광명소가 되는거겠지..
바로 옆에 용머리 해안이 있다.
여긴 썰물때만 한바퀴 돌며 구경할 수 있는 곳인데
다행히 시간대가 맞았다.
바위위에서 소주와 굴 멍게 해삼등을 펼쳐놓고 파는 곳들이 여기 저기 보였다.
친구들이랑 왔다면 싱싱한 안주에다 소주 한잔 할텐데.. 아쉬웠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제주 흑돼지 구이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우리 모녀도 먹을 때 만큼은 가장 평화로운 모드로 전환된다. ^^;;
24시간을 같이 움직이다보니 집에서보다 소소하게 부딛칠 일이 더 많다.
마라도가 보이는 송악산과 외돌개를 끝으로 날은 어두워지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외돌개 왼쪽 소나무 산책길

외돌개
다음날.. 이젠 집에 돌아가야하는 날..
드라이브를 하고싶어서 되도록 해안길을 이용해 공항으로 향했다.
리조트 tu틀은 다니지 않는, 네비는 안내해주지 않는 그런 길이었다.
역시 렌트하길 잘 햇다..
대충 감만으로 방향을 정해 가야하므로 가다보니
막다른 어느 집 마당안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지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성불오름
용두암쪽 해안길을 딸에게 구경시켜주러 그쪽으로 갔다.
부근에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보리빵을 사왔는데 참 부드럽고 특이하게 맛있었다. 담에 가면 꼭 다시 사먹고 싶다.
귤파는 가게도 있어 천원어치 달랬더니 1키로그램도 넘게 줘서 맘껏 먹었다.
제주도서 직접 사먹은 귤마다 다 맛있다, 서울보다 ..
공항주차장에서 차를 반납하고 진에어 탑승...
가며 오며 다 진에어항공사를 이용했는데(검색한 항공사중 가장 쌌다)
싼 대신에 서비스 음료로는 오렌지 녹차 물만 준다.커피는 안준다...
괜찮다..싼게 더 낫지..^^;;
승무원들의 옷차림도 청바지에 남방&티다.
색깔도 발랄해서 보기 좋다.
일이 있어 딸은 먼저 가고 집 부근 전철역에 내리니 점심때다.
부근에 맛있게 하는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식당에 들어갔다.
혼자 뒷풀이를 했다고나 할까...

많은 걸 바라지않고 떠난 이번 여행..
나의 발견이라거나 나를 되돌아보는 그런 거창한 의미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과 내안의 카타르시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디치바나 다카시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익숙한 체험들 속에서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을 탈피한 여행, 그 과정에서 얻는 모든 자극은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변화를 일으킨다.
사람은 바로 이런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존재이다.
비단 여행뿐 아니라 나의 여행일기도 친구들에게 작은 자극이 돼서
변화를 일으키길 바라며 이만 끝맺음을 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준 친구들, 고맙고 새해 모든 일 형통하길....^^*
첫댓글 헉! 티트리가 어떤친구인지 궁금하고 보고싶다 핸드폰으로 여행기4탄까지 눈을 부릅뜨고 단숨에 즐거이 읽어냈다 복많이 받어^^* 티트리 보러 모임에 참석시도를?ㅋ언제? ^^
현이 올만이네~^^ 난 글로 표현했을 뿐이고 멋지고 잼난 친구들 많으니깐 모임에 나와.그것 또한 하나의 여행! ㅎㅎ
티트리```어떤 친군지 나도 모임 마구참석...ㅎ
정말 좋은 여행했구나.^&^
ㅋㅋ너구리가 어떤 친군지 나도 궁금~
한라산은 난 여름에 가본거 같아 ... 잔잔한 여행이야기 기쁘게 읽고 가 . 평화로운 하루 보내기야 ^^
설 잘보냈지? ^^ 닉이 멋져~ ㅎ
드뎌 꿈얘기다.ㅎ픽션이가미된 기발한 상상력을 기대했다는...ㅋ 새해 돼지꿈 추카^^
긴 여정, 피로감보다는 무척이나 행복했을 거라생각하고 다음펀도 기다릴란다.
이쁘게 쓴 여행기 잘 봤어. 설날 복돈 엄청마니받어.~~^^
복돈, 셀 수 없을 만큼 받았어ㅎㅎ 짧은 댓글속에 할 얘기 두루두루 다하네..프리젠테이션 잘할거가토^^
변화 100%...






너의 잔잔한 여행기에
지적 정서적 변화를 꿈꾸는 카라..
쌩유
정체된 모습이기보다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우리가 되길..^^
여행 ... 기냥 떠나보면 조타 ... 일상으로 돌아오면 ... 또 떠나고 싶고 ...
좋았던 여행지 추천 좀 해줘~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 느낌이 마니 달라지지,그치? ^^
어쩜 마지막까장 술한잔이 읍냐..



겁던데...
난 마랴...객지에서 술한도 꾀
꼼꼼히 몬읽어? >•< 복분자마셨다구용..ㅎㅎ여행파트너가 술하곤 거리가 멀어서 나도 아쉬웠어
똑같은 시간에, 장소만 달리 여행갔는데 누군 글 잘 써서 친구들과 기쁨을 공유하고 누군 혼자만 추억하게 되는구나...ㅎ
어디갔는데? 사진이라도 구경시켜 주면 안돼?^^혼자라도 추억할 꺼리가 있음에 감솨~~ㅎ
지적 호기심 왕성하구 정서적 변화에 민감하긴한데.........몸이 길 떠나는걸 시러해.....^^;
이미 길고 먼 여행 진행중이라 그렁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