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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장관 후보자 중 한 명이 지명 철회되었다.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 의혹을 받아 온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다. 그는 장관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명받고도 취임을 못 한 역대 세 번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 김명수 전 후보자, 윤석열 정부 때 김인철 전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 이유는 도덕성, 전문성, 지도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청문회 전후 여러 곳에서 제기된 의혹이나 결격 사유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우선 도덕성으로 연구 윤리를 어겼다는 것이다. 충남대 교수 재직 때 집필한 2018년 논문 3편과 제자 논문 3편을 대조해 보니 ‘논문이 아니라 복제물, 제목만 바꾼 데칼코마니’라는 혹평을 받았다. 교수 출신이 주로 임명되는 교육부 장관직의 특성상 후보자 검증을 할 때, 논문 표절 여부부터 살핀다. 연구를 책임지는 부처 장관의 연구 윤리 문제는 검증의 우선순위가 되고 하자가 있으면 결정적 탈락 사유가 된다.
중복 게재 논란이 된 두 논문은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대한 불쾌 클레어 평가 연구’와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피로감 평가 연구’이다. 이 후보자에 따르면 두 논문은 실험 설계는 같으나 각각 개념이 다른 변수에 대해 실험한 결과를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하나의 실험이라도 결과와 의미가 다르면 개별 논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학술 단체 연합체인 ‘범학계 국민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논문을 전수 조사하고 난 뒤 ‘저자 표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제자의 학위 논문과 자신을 제1 저자로 쓴 학술지 논문의 표절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자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할 때는 이 후보자는 제1 저자가 아니라 교신 저자로 표기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범학계 국민 검증단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학위 논문을 검증하고 표절로 결정 내린 단체다. 국민의 신뢰를 상당히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이공계 관행’이라고 강변했지만, 이공계 교수들조차 ‘그런 관행은 없다’고 반박하였다. 이 후보자의 행위가 이공학계의 관행인지, 연구 부정인지는 곧바로 판정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윤리적 기준에는 미달했고 국민의 이해를 받아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명수 전 후보자는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지명 철회되었다. 김인철 후보는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 제기와 함께 아내와 두 자녀까지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으로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한 전례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전문성 부족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특수목적고와 사교육, 영어 유치원 등이 왜 문제가 되는지, 고교 학점제와 대학입시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았다. 교육 행정의 기본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바르게 답변을 못 했다. 돌봄, 고교 학점제, AI 교과서, 교권 등 중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나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도 부족함을 드러냈다. 한국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수장의 적임자로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에 실패했다.
자녀의 ‘나 홀로 유학’도 규정 위반으로 지적당하였다. 지난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이 후보자가 1년간 방문 연구원으로 미국 체류를 하는 동안 중학생이었던 자녀가 미국에서 계속 유학 생활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육법에는 중학생 시기의 학생이 외국에서 ‘나 홀로 유학’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이 후보자가 훗날 장관 후보자에 오를 것을 조금이라도 예견이라도 했다면 절대 ‘나 홀로 유학’을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립 기숙학교에 유학시키기 위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공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절대다수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행복추구권이 헌법에 보장된 한국에서 ‘나 홀로 유학’이 과연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교육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이다. 어느 장관 자리보다도 도덕성, 전문성과 지도력을 요구받는 자리이다. 그래서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해 그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나아가 현직에 있는 교육자 또 미래에 교육자가 되기를 원하는 예비 교육자들은 이번 후보자 지명 철회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미래의 인재, 그것도 올바른 인재를 양성하려는 교육자들에게 사회 구성원들은 눈높은 여러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도덕성, 전문성, 지도력이다. ‘남들은 다 그럴지 몰라도 우리 선생님만큼은 아니다라고 믿고 있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의 바람을 생각해 본다면 학교와 교실이 달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