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기행
채홍조
아침 7시30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8시까지 음성체육관 앞에 도착해야 한다고 성화를 하여
10분 전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랐는데
디카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도 늦게 오는 회원 때문에 8시 15분까지 기다리다 출발하였다
이런 모임에 꼭 시간개념 없는 분이 있다
금왕에 도착하여 다른 버스 한 대와 합류하여
남편은 그쪽 버스에 서예반 님들과 어울리려고 같이 이동하였다
준비한 떡 한 봉지와 물 한 병씩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사람을 위한 주최 측의 배려에 감사함을 전하며
고소한 떡 한 개 입에 넣고 안개가 걷힌 만추의 가을 전경에 눈이 황홀해진다
저 새빨간 단풍잎은 보나 마나 옻나무일 것이다
샛노란 단풍은 은행나무, 누른 잎은 활엽수,
언덕배기에 하얀 머리 풀어헤친 억새들의 군무,
구불구불 유연한 능선 따라 울긋불긋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절정을 이루는 단풍들
새삼 우리나라의 산수에 무한한 경탄을 보내며
이렇게 멋진 가을 여행에 초대해주신 음성군에 감사한다
처음 가는 길인데도 언젠 와 본 듯한 낯설지 않은 풍경
산자락에 머리 맞대고 모여 앉은 알록달록한 마을과 묘지들
벼를 벤 빈들에는 하얀 눈 뭉치처럼 굴러다니는 볕짚들
먼저 벤 그루터기에 파릇하게 새움이 돋아나기도 하고
김장감만 더러 빈들을 지키고 있다
점심은 백양사에 들러 먹는다고 하여
덤으로 백양사 관람도 하게 될 것 같아 은근히 기대를 하며
시간이 넉넉한지 휴게소를 세 곳이나 들러 11시 20분쯤 백양사로 향했다
그쪽으로 들어서니 꽃보다 더 붉은 단풍나무 가로수가
작은 냇가를 따라 양옆으로 사열하고 하천을 따라
감과 곶감을 파는 가게들로 성시를 이루고
관광버스와 사람들이 냇물처럼 천천히 흐른다
그야말로 차로 도로를 포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 백양사 단풍관광을 온 차들로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는데 만 한 시간이 훌쩍 넘어
간단한 비빔밥 한 그릇을 도떼기시장 같은 식당에서 20분 만에 해치우고
백양사 구경은커녕 주위 한 번 둘러볼 겨를도 없이
수천 대의 차량과 사람 물결 속을 비집고 빠져나오느라 허덕거리며
정차한 버스를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이 늦장을 부려 또 여러 사람이 한참을 기다리다
광주미술관에 도착할 시간을 훨씬 지나서 출발하였다
아니 이게 아닌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요
그렇다면 밥 한 그릇 먹으로 1시간 반을 고속도로에서 내려
이곳으로 일부러 들어와 시간을 허비하다니
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인가
다들 은근히 부아가 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광주에 도착하니 2시 반이 넘었다
네 시까지 차로 오라는 안내자의 당부를 들으며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미술에 문외한이 나는 친절한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바로크란 삐뚤어진 진주라는 뜻을 담은 말이지만
지금은 미술계의 한 장르를 대변하며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로만 듣던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매력에 빠졌다
서둘러 미술관을 빠져나와 차에 오르니 4시다
그곳에서도 남들보다 한참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일정에 나와 있는 박물관 관람은 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다시 음성으로 출발한 버스는 단풍놀이 관광차들과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한 휴게소 거리를 한 시간 이상 걸려 도착하였다
간단한 가락국수로 저녁을 해결하고 땅거미 내리는 차창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돋아나는 한적한 농가의 따스한 불빛이 정겹고
노을이 걸려 있는 능선의 실루엣이 환상적이다
고단한 농사일을 끝낸 노부부들이 저녁상을 마주하고 있을 시간이다
도로에는 불야성처럼 흐르는 차들의 홍수 속에 빼곡히 차있는 군상들이
저마다 고운 추억 한 자락은 가슴에 담고 자신의 둥지로 돌아갈 것이다
음성에 도착하니 열 시가 넘었다
그래도 구경 한번 잘한 건가 가을이 차갑다
2008년 11월9일
첫댓글 이런 노랫말이 생각나시지여? 에구 허리두 아프구 다리두 아프지만 귀경한 번 잘했네~~!! 덕분에 글을 읽으면섬 꼭 늦는 사람들에게 질시의 눈총두 보내보구~~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에두 빠져보구` 백양사의 아름다운 전경두 상상해 보구~~ 농가의 한적한 저녁맞이의 아름다움 또한 느끼며~ 감사합니다~~!
네에, 그래도 구경한 번 잘한거 맞아요 기분전환이 되었지요
맞아요 , 약속시간은 꼭 지켜야 하는데 .. 개념없는 사람 더러있죠 , 그런 샴 팍 , 꼬집고 시퍼유 만추의 가을을 마시면서 미술관을 찾았군요 , 저도 그림에 취미가 있지만 이론엔 문외한 , 그래도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 먼길 수고하셨어요 , 안부 주시니 반갑습니다 ,, ^*^
감사합니다 갈증나 님의 글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끝나시고 한가한 틈에 문학기행 을 하시는군요 마음의 양식을위해 언제나 가일층 노력 하세요 누구나 약속을 펑크낼수있는게 요즘의 삶입니다.
네에, 이제 김장만 하면 다 끝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채홍조님 건강은 좋으시죠~ 농사일 종종 올려 주시는 모습에 항상..... 더욱더 좋은날 되세요.감사 합니다.
네에,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