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역시절 차범근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당연히 황선홍이라고 생각합니다. 골을 넣는 능력, 수비를 몰고 다니는 능력, 감각적인 슈팅과 공간활용 능력, 패싱능력을 두루 갖춘 그야말로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선수중에 황선홍 처럼 <제대로>욕을 먹은 선수도 드뭅니다. 심지어 저도 황선홍에게 육두문자를 날린 적이 있었고, 고교시절 친구들과 축구하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허공에 공을 날리면 주위에서는 "니가 황선홍이냐"며 놀려댔습니다. 이 천재 스트라이커에게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마 1994년 월드컵 對 볼리비아전 기억 때문이겠죠.
그는 늘 잘했지만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 몇개를 허공에 날려 <똥볼>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2002년 폴란드전 결승골, 이태리전에서의 기막힌 프리킥, 4강전 듬직한 승부차기로 결국 명성을 되찾고 화려하게 은퇴했지만 그 전까지 황선홍은 볼리비아전에서의 그 부진한 이미지에서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1~2경기 결과로 커리어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분명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의 강한 커리어를 잘 아는 골수팬들도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실수는 머릿 속에서 지우기 어렵습니다. 지난 도하 AG에서 찬스마다 삼진으로 물러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정근우. 아마 지금도 대다수의 국민들에겐 <괜히 나와서 찬스를 전부 날린 듣보잡 야구선수>로 남았을겁니다. 골수 야구팬들도 당분간 정근우는 <국제대회에서 제 역할 못한 선수>로 기억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두 경기 김동주와 이대호의 부진은 정말 아쉽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전 라인업을 확 바꾸면서도 4-5번 라인은 그대로 뒀습니다. 비록 이승엽은 없지만 두 거포가 힘을 합쳐 뭔가 해줄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12타수 1안타 2병살 4삼진으로 부진했고, 득점권 찬스에서도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고영민의 홈런 뒤에 나온 김동주의 병살. 이택근의 2루타 뒤에 나온 백투백 삼진은 야구팬의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꽃혔습니다. 연습경기에서 4~5할의 맹타를 휘두른 그들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습니다. 시즌 끝난 후 연일 언론에서 국가대표의 근황을 보도했고 연습경기까지 생중계하며 관심이 높아진 이때, 김동주와 이대호에게서 13년전 황선홍의 모습을 봅니다.
물론 두 선수를 질책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WBC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투수들이 나름 분전했고 동료들이 제법 찬스를 만들어줬는데 믿었던 중심 라인에서 안 터지니 정말 안타깝네요. 만일 다른 선수였다면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았을겁니다.
만일 오늘 일본이 대만을 이기고 본선에 직행한다면 2차 예선에서 저 두 사람이 꼭 불방망이를 휘둘러주길, 그리고 본선에 올라 다시 일본을 만났을 때 어제의 안타까움까지 담아 담장 밖으로 한개는 꼭 날려주길 기대해봅니다. 철부지 학생들의 공놀이에서조차 <황성홍 같은 녀석>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스트라이커가 결국 후배들과 함께 4강의 영광을 맛본 것 처럼 말입니다.
첫댓글 2차에 간다면 꼭 나간다고 했던 승엽이 좋은일만 시켜주는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이승엽"이라는둥... 동주랑 대호는 너무 무거워 보였습니다. 부담감이 상당했을듯....
하긴 그렇죠. 김동주, 이대호에 대한 비난이 과한듯. 김동주는 부동의 드림팀4번타자였고 이대호는 모두가 부진한 아시안게임에서 군계일학같은 존재였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병규는 정말 더이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일본이 이기고 있네요. 어제 참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죠. 차범근 감독은 그야말로 영웅입니다. 스피드와 재능이 함께 어울린 훌륭한 선수였죠. 차두리 선수가 스피드는 있으나 재능과 두뇌면에서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함이 아쉬운 일이죠.
내년에 벌어지는 예선은 3월인데 김동주가 나갈까요. 이번의 부진을 책임지고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나가야겠지만, 일본팀과 계약하고 싶어하는데...계약하면 뛸 수나 있을런지.
정말.. 대만전, 일본전 김동주와 이대호 선수 ㅜ_ㅜ.... 우리 태균이와 꽃범호 생각 나더라구요..
선수로서의 차범근은 훌륭하고 대단했지만 , 감독으로의 차범근은 어째 별루인---듯 하데요.
황선홍...ㅡ,.ㅡ;; 부산아이파크 감독됐는데...ㅎ 전 미워할수가 없어요... 대호도 동주도 마찬가지지만~~
구대성 선수가 대단하긴 하네요.. 국제 대회 큰 경기에서 실망을 보여준적이 없으니..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차라리 김태균을 데려가지... 라는 얘기까지 나왔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