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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장 구환유령검법(九環幽靈劒法) - 3
- 무음무형무세의 검법은 사패천을 유린하고.
진충은 자신이 있는 방을 전부 훑어 나갔다.
한쪽엔 벽곡단이 들은 단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관이 있는
뒤쪽에는 작은 샘물이 있었다.
샘이라고 하기보다는 벽의 한쪽에 작은 도랑이 파여 있었고, 벽에
서 솟아 나온 물은 그 도랑을 타고 흐르다가 돌로 만들어진 작은
샘터에 고여 들었다. 그리고 그 물은 다시 경사면을 타고 다른 한
쪽으로 흘러 그 반대편 돌 벽의 작은 굴속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고인 물이 아니니 썩지 않을 것이고, 수욕을 하거나 세수를 하기
에도 충분한 물이었다. 그리고 방의 가운데는 대가 있었고 그 대
위에는 옥으로 만들어진 관이 방안의 주인처럼 너무 도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 관 안에는 용설아가 생사의 고개 길에서 끊임없는 싸움을 하고
있으리라. 사방을 둘러보고 한동안 그 관 앞에 서 있는 진충은 생
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과연 자신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와 어떻
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결론은 처음
부터 나 있었고, 진충에게 가장 큰 관건은 내공을 되찾는 일이었다.
결정이 내려지자 진충은 벽곡단을 한 알 먹고 천천히 샘물을 들이
켰다. 시원한 기운이 그의 목을 타고 가슴을 적셔 주었다.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되자 돌바닥에 앉아 천천히 유령신공
을 떠 올리기 시작했다.
사공운이 유령대법으로 진충의 머리 속에 기억시킨 무공은 모두
다섯 가지였다.
그것은 건곤유령신공 삼단계까지와 유령신법 전반부 그리고 유령
보법 전부와 구환유령검법의 칠식까지였고, 마지막으로 삼절유령
신권(三絶幽靈神拳)이었다.
또한 소천대검식의 십이초식은 따로 머리 속에 전부 외우고 있었
다. 특히 사공운은 진충에게 유령절기를 주입하면서 세세한 부분
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였기에 진충이 무공을 배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설명과 논리는 마치 돌에 새겨진 글씨
처럼 진충의 머리 안에 각인되어 있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혹시 모를 만약을 위해 안배한 것이, 지금 진
충에겐 하나의 희망이 되어 주고 있었다.
찬찬히 유령절기를 떠 올린 진충은 그날부터 유령신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이 안에서 거의 몇 년 이상을 홀로 버틸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무공에 대한 열정과 사공운에 대한 충심,
그리고 자신이 없으면 용설아가 죽는 다는 그 세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살수 중에 자신을 능가하는 인간은 유령대제뿐이라고 오만했던 청
죽림의 림주 무영살(無影殺) 호금명은 정말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심혼이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 올 때만 해도 하
루 종일 이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에 머리가 터질 지
경이었다.
억지로 하루를 버티던 대해왕 육금도는 동굴 밖에서 미적거리며
호금명을 기다리다, 그가 나타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도
망가 버렸다.
평소와 다른 그의 행동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얼마나
기다리기 지루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해하기로 했다. 그들은 벌써
얼마나 많은 날들 동안 돌아가며 동굴을 지켰는지 모른다.
그들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혹시 어딘가에 있는 다른 비밀통
로로 도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은 그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
었었다. 한데 갑자기 단엽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호금명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들뜬 마음은 단 일
각이 지나기도 전에 차가워졌고, 지금은 정말이지 미치기 직전이었다.
처음 자신에게 덤비는 단엽을 보면서 정말이지 호금명은 상대가
너무 가소로워 콧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저것은 뭐란
말인가? 마치 아이가 휘두르듯이 위력 없어 보이는 검법하고는. 한
데 자신의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상대의 검 끝에서 밀려오는 기세
를 느낄 수 있었고, 그 기세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느낀 그는 지체
없이 우아한 동작으로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 후 정신이 번쩍 들었
지만 그 뿐이었다.
삼십여합을 겨루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공격을 못해 보았다.
거의 일방적으로 몰린 결투였다. 삼십년 동안 안에 갇혀 있으면서
사패천의 무공은 나름대로 진전을 이루었다. 처음 천금마옥에
들어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지만, 그들을
한 단계 더 상승시킬 만한 무공도 찾을 수 없었거니와 그런대로
반듯한 무공이 있었다 해도, 자신이 지닌 무공과 맞지 않았다. 또
한 어설프게 강한 무공은 지금부터 새로 하느니 차라리 지니고 있
는 무공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이 백번 나았기에 그들은 새로 무공
을 익히는 것은 포기했다.
새로운 무공을 포기한 후 한 동안은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
느라 시간을 보냈다.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임을 알고,
현실에 절망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그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
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 동안 많은 힘을 들인 것은 무공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
다. 어차피 나이가 들은 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
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더 이상의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는 사실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들은 자신들이 이 곳을 나갔을 때, 자신들의 무공을 대신할 만한
무기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천금마옥의 삼십년은 그 가공할 무기
들을 만드는데 전부 허비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그 끝을 보아
가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이라 그들의 무공은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지만, 대폭적
인 무공의 상승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후회스럽고 억울한
일이었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호금명은 과거를 후회하며 정말 전 힘을 뽑아 죽어라고 대항하였
다. 그러나 역부족이란 말을 실감하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단엽의 공격에 호되게 당하고서야 상대
의 검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몰라도
그는 알아야 하는 검법이었다.
“유....... 유령검법.”
자신의 사존이 바로 그 유령검법에 처참하게 패하고, 강호 제일
살수 자리를 유령대제에게 넘겨주어야 했었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유령검법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상황과 장소가 그렇다 보니 조금 늦게 알은 감이 있었다.
상대가 유령의 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호금명은 의욕을 상실
했다. 오죽 했으면 그의 사존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이 ‘유령을 만
나면 무조건 피하라!’였다.
‘이런 빌어먹을 나도 정말 멍청하구나 이제야 유령검을 알아보다
니.’
상대가 누구인지 알자 이미 싸울 마음은 다 달아난 다음인지라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잠깐. 물어볼 말이 있다.”
호금명이 진지한 얼굴로 고함을 치며 결투를 중단 하였다. 유령신
검으로 유령무혼의 초식을 펼치려던 단엽의 신형이 멈추며 그의
시선이 호금명을 향했다.
호금명은 마른 침을 삼키고 신중하게 물었다.
“너는 혹시 유령문의 제자가 아니냐?”
답엽의 입가가 가볍게 오그라들었다.
“이제 서야 알아보다니, 청죽림의 림주 답지 않군.”
호금명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그랬군, 그렇다면 말일세.”
단엽이 호금명을 보았다. 대체 뭔 말을 하려고 하는가? 빨리 끝내
라는 투였다.
“이제 그만 하세.”
그 말을 끝내고 호금명은 죽어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도망가는 호금명의 등을 보면서 단엽은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설마 이런 상황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밖으로 죽어라고 도망친 호금명은 억울했고, 망신스러웠다. 일단
밖으로 나온 호금명은 빠르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안도의 숨을 쉰 호금명은 빠르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가 사라지고 얼마 후 그 자리엔 호금명을 뺀 사패천이 나란히 나타났다.
그들은 호금명이 사라진 쪽을 보면서 무엇인가 어색한 표정을 지
었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지자 천사월(天死月) 유종금이 작은 헛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결국, 저 살수쟁이도 별 수 없었군. 이젠 회의를 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은 잡아먹을 듯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
았다. 바로 얼마 전에 자신들이 당한 것을 생각하며(사실은 거의
죽었다 살아났다.) 그들은 치를 떨었다.
‘흉악한 놈.’
‘물귀신 같은 새끼.’
맹호림과 육금도는 이를 바드득 갈았지만 할말이 없었다. 결국 그
들도 유좀금과 똑 같은 방법으로 친구를 사지에 몰아넣었었으니 뭐
할 말이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당한 것은 억울하고 분했다.
두 노괴는 유종금의 험하고 갸날퍼 보이는 외모를 보면서 그의 흉
악한 잔머리에 치를 떨었다. 특히 거의 기어서 도망쳐온 맹호림의
경우는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무려 열 두 곳이나 검상을 입고 기어 나온 맹호림을 보고 나타난
유종금이 말했었다.
“그 새끼, 무지 강하지?”
“너........ 넌, 저 새끼 강한 것 알고 있었냐?”
맹호림의 물음에 유종금은 몹시 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표
정으로 보자면 자신이 늦게 왔다는 억울함과 당장이라도 뛰어 들
어가 그 애송이를 단검에 때려죽일 듯한 자세였다.
“혹시나 해서 도와주려고 뛰어 왔는데, 내가 조금 늦었지? 지금
당장 달려가서 그냥 콱, 나이 많은 내가 참는다 참어.”
그 말을 들은 맹호림은 정말이지 조금의 힘만 남아 있었으면 그의
불알을 꽉 깨물어 뜯어 버리고 싶었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는 정
말이지 단엽에게 너무도 호되게 당해서 도망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끝까지 오기로 버틴 덕분이었고, 마지막까지(사실 마지막엔
죽어라고 도망했지만) 최선을 다한 무사의 정신 때문이기도 했지만
, 그 자부심은 유종금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 후에 생각해 보니 혼자 당한 것이 너무 억울해, 그 다음날엔
자가도 유종금에게 동참하고 말았었다.
대해왕(大海王) 육금도는 유종금을 노려보다가 맹호림을 보았다.
‘너도 똑 같은 새끼다.’
울화가 치민 육금도였지만 자신도 같은 놈이란 생각은 안했다. 지
는 정말이지 호금명에게 말해주고 함께 하려고 했었다.
어제 손톱이 빠지고 이가 두개 부러지지만 않았어도 정말 그러고
싶었다.
눈치 하나는 가장 빠른 육금도였기에 단엽과의 결투에서 제일 빠
르게 도망친 인물이 그였다. 당연히 부상도 가장 경미했다. 단지
그의 엄살은 능히 신선의 경지라고 다른 사패천들이 인정한바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 두 사람을 싸잡아 욕하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었고, 너무도 당연한 흑도의 얼
굴들이었다.
단엽의 검은 춤을 추고 있었다.
느릿해지는가 하더니 갑자기 빨라지고, 빨라지는가 하더니 느릿해
진다.
전 내공을 끌어 모아 펼치는 검무였지만, 내치고 끊고 멈추고 당
기는 동작이 부드럽고 무리가 없었으며, 치고 휘두르고 찌르고 베는
동작이 극히 자연스러워 내기의 운용과 검의 형이 하나로 일치함
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일어 의가 기를 부르기도 전에 검은 기를 모아 형을 이루
고 있으니, 이는 심검의 근본이요. 검강이 풀리고 모아지며 하나의
틀을 이루는 듯하지만 자유로우니 그의 검은 이미 형의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의 움직임은 점차 기세를 잃어갔다. 검에
서 뿜어지던 검강의 날카로움도 사라지더니, 급기야는 검의 흐름에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없었고, 공기를 베
어가는 잔여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천룡무상검법과 구환유령검법, 그리고 소천대검식을 읽고
수련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 사패천과 겨루면서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세상을 잊고 자신을 잊었다. 검의 길에 뜻을 세
우니, 기가 그 길을 쫓고, 새로운 도리가 다시 단엽을 인도하고 있
었다. 검과 마음과 몸이 하나를 이루고, 그 안에 내기가 다시 하나
로 합해지니 그 검리를 둘로 나누어 이를 쌍절유령사검(雙絶幽靈
死劍)이라 부르기로 했다.
검을 던져 이를 기로 움직이니, 이가 곧 이기 어검술이요,
손으로 기를 조절하여 검을 움직이면 이가 곧 수어검이요,
눈으로 움직이면 목어검 이고, 마음으로 움직이면 심어
검이라, 이 것을 곧 이기 어검술이라 하였다.
어검술은 절대 무적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검을 든 사람
들이 가장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의 경지 중 하나였다.
단엽은 이 어검술의 경지를 유령검에 도입하여 귀영단혼사
(鬼影斷魂死)라 하였다. 이것이 유령사검의 첫 번째 초식이
었다. 그리고 검강을 가장 가늘고 날카롭게, 그리고 가장
은밀하게 뽑아내 상대의 영혼까지 죽일 수 있다는 두 번째
초식은 유령영혼사(幽靈影魂死)라 하였다.
천룡무상검을 구환유령검에 합치면서 그 검법 자체도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무엇보다도 새롭게 탄생한 이 두초의 검법은 사공운이
아는 세 가지 검법이 하나로 합해진 정화중의 정화였다.
이론적으로 완성을 하고 생명을 걸고 결투를 해가며 보완한 이 검
초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여타의 검법들과는 그 괴를 달리 했다.
우선 귀영단혼사는 기존의 이기 어검술보다 위력에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검의 자유로움과 은밀함, 그리고 날카로움에선 오히려
앞선다고 할 수 있었다. 죽 이기 어검술과 함께 펼치는 검강의 원리
중 강함을 포기하고 은밀함과 자유로움에 치중하였다. 그래서 귀
영단혼사는 여타 어검술에 비해서 내공 소모가 적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리고 쌍절유령사검의 정화라 할 수 있는 유령영혼사는 말 그대
로 죽음의 검법이었다. 가장 완벽한 심검의 도리를 지니고 있으면
서도 은밀했고, 빨랐다. 또한 이 검초를 펼칠 때 뿜어지는 실같은
검강은 결코 천룡무상검법의 최후 초식인 천룡무상의 검강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위력에서는 천룡무상이, 빠르기와 날카로움에서
는 유령단혼사가 위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유령신공 최고의 절
기라 할 수 있는 유령신법이 곁들여지면 천룡무상검법과 겨루어 절
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했다.
초식에 대한 이론은 완성했고, 구결과 도해가 완성되었으니 이젠
숙련하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단엽의 검은 점점 은밀해졌고, 그의
신법은 갈수록 기척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유령신공도 진일
보하였다는 증거였다.
네 명의 인물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친구 아닌 친구로 삼
십년간 함께 살면서 가장 험악한 분위기였지만, 마지막으로 수난을
당한 호금명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딴청을 하고 있었다.
특히 유종금은 계속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는데, 자신이 생각해
도 좀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뻔뻔하기로 유명한 유종금은 곧
태연한 얼굴로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한바탕 설전이
오고 갔지만 그의 철면 신공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었다.
어차피 서로 깨진 이야기는 하기가 참 뭐 한 짓거리인지라 모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다.
“험, 험, 일단 그 예의라곤 내가 싼 똥자루만도 못한 애송이 놈을
어떻게든 사로잡아야 할 상황이고, 세분 친구는 어떻게 생각 하
시요.”
안하던 존대까지 쓰는 거 보니까, 그리도 좀 미안하긴 한 모양이
었다.
‘죽일 놈, 니 똥이나 쳐 먹고 입이나 닥치면 욕이나 안하겠다.’
‘저, 우라질 철면피 새끼는 죽어도 혼자는 안 죽을 새끼다.’
‘모진 놈.’
맹호림과 육금도. 호금명은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 내색하
지는 않았다. 잠시 분을 삭인 호금명이 울컥하는 성질을 억눌러
참으면서 말했다. 그는 단엽의 검에 베인 등과 허벅지가 시큰거리
는 것을 느끼면서 불현듯 그 애송이가 두려워졌기에 일단 사심은
접기로 했다.
“흠, 결코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귀찮으니까 협공해 버리자.”
그 말에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은 맹호림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음
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우리가 나설 필요 없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이 기회에 그 위아래도 모르는 망종 새끼를, 이번에 들어온 그
애송이와 붙여 놓자.”
맹호림의 말에 세 노인의 입이 묘하게 오므려졌다. 그들이 생각해
도 기가 막한 방법이었다. 이거야 말로 독으로 독을 제거 한다는
이치에 합당했고(이독치독), 좀더 고상하게 말한다면, 악(?)으로 악
을 제거하는 기발한 방법이라 하겠다.(이악치악)
호금명이 눈을 빛내며 맹호림에게 물었다.
“근데 그 무지막지한 관패놈을 어떻게 움직이지.”
“간단하다. 어떤 애송이가 나타났는데, 싸가지가 호박이라 자신이
관패 그 자식보다 더 강하다고 큰 소리 탕탕 치더라고 한마디 하면
된다.”
세 사람은 그 말에 환호했다.
누구보다도 관패의 성격을 잘 아는 그들은 그 한마디로 나타난 그
애송이가 살아남지 못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뭐 둘 중에 누가 죽더라도 그들은 손해가 없었다.
싸움이 끝이 난 후 누가 살아남든, 싸움에 지친 틈을 타 협공으로
죽이면 간단한 일이었다.
다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어느 정도 자신이 생각한 두 가지 초식이 몸에 익숙해지자 단엽은
다시 심혼연을 나섰다. 모두 한번씩 패했으니 이번에는 무더기로
덤빌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다진 그였다. 한데 심혼연을
나선 단엽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의외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
던 사람은 단 한명이었고, 자신이 아는 네 명중의 그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거미와 지네를 통째로 씹어 삼키고 있던 거한의
남자가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공간을 일시에
찢을 듯한 패기가 그의 몸에서 구름처럼 일어나 단엽을 덮치고
있었다.
무려 육척사촌(백구십이센치 정도)에 이르는 키, 우람한 근육과 탄
탄해 보이는 몸에는 칡넝쿨 같은 힘줄이 철갑처럼 돋아나 있었다.
그는 가죽으로 만든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의 하복부는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단엽은 그가 입고 있는 가죽 바지가 인피로 만들었다는 것을 느꼈
다. 그리고 거한의 양 손에는 두 자루의 도끼가 한 자루씩 나누어
들려 있었는데, 그 하나의 길이가 삼척오촌이요, 날의 폭은 십이촌
정도이고, 날의 최대 넓이는 이십사촌 정도 될 것 같았다.
자루까지 통으로 강철을 두드려 만든 도끼로, 그 무게가 한 자루
당 무려 팔십이근이라 들었었다. 지금 저 거한의 정체가 단엽이
짐작하는 인물이 맞는다면 말이다.
동경을 보는 듯한 대머리에 빳빳한 구레나룻, 그리고 험한 얼굴을
더욱 험하게 만들어준 범의 수염은 그를 한마디로 야차나 수라같이
보이게 만들었다.
덩치의 사내는 어슬렁거리며 단엽에게 다가왔다. 그의 몸엔 단순
하고 무식한 살기로 꽉 차 있었다. 그는 단엽의 일장 거리까지 다
가와서 물었다.
“이름은.”
“단엽.”
“난, 관패다.”
“천살마부(天殺魔斧)”
“맞다.”
“나에게 볼일이 있는가?”
“물론.”
“왜지?”
“이유는 죽고 나서 들어라!”
그 말이 끝이었다. 이미 관패가 던진 도끼 한 자루가 무서운 속도
로 허공을 왜곡한 채 미끄러져 날아왔다. 그 무지막지한 위력에
동굴 내부가 진저리를 치며 요동을 친다. 단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이것은 생각보다 더욱 막강하고 무식한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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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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