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승리
[월간 꿈 CUM] 인생의 길 (12)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수원교구 양근성지 십자가
주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는 가장 높이 빛나는 숭고하고도 거룩한 사랑의 표징입니다. 원래 십자가는 저주의 대상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써 희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모든 것의 일치이자 완성이며, 진정한 승리의 표시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이루신 진정한 승리입니다.
목동들, 천사들, 동방박사들, 시메온의 영광스러운 찬미를 받으며 태어나셨던 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광야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성령의 은총을 받고, 가난한 자들, 고통 받는 이들의 위로자이셨고, 병자들의 병을 치유해 주셨던 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권위 있는 말씀과 가르침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셨던 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사나운 풍랑도 가라앉히시고 죽었던 라자로를 살리시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셨던 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지극한 사랑과 애정으로 제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자애로우신 분이 사랑을 주었던 바로 그 제자들로부터 버림과 배반당하는 못난 분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아무 죄도 없이 법정에서 대사제들의 심판을 받으시고, 병사들로부터 조롱당하시고, 사람들로부터 모욕을 받으시며 아무 저항 없이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죄인들이 받아야 할 십자가 형벌을 언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채찍질과 가시관과 어깨를 짓누르는 십자가를 지고 오직 고통과 함께 외로이 언덕길을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걸치고 있는 옷뿐인데 그것마저 아무 저항 없이 빼앗기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중죄인이 받는 십자가 형벌임에도 아무 죄 없이 손과 발이 못에 뚫리는 고통을 겪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와 당신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예리한 칼을 꽂는 것처럼 고통을 주시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는 말씀을 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셨습니다.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온갖 수모와 고통, 좌절을 모두 당하시고 결국에는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분이 바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절망, 우리들의 고통, 우리들의 실패, 우리들의 좌절들을 예수님께서 똑같이 겪으셨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실망에 빠져 좌절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절망에 빠져 포기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죄를 딛고 또다시 일어서는 사람을 반기십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또다시 하느님의 자녀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십니다.
메주고리예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