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의 올스타 후보탈락과 TG의 맥없는 패배,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듯 한 스조의 화려한 소설(?)까지 연 3일 쌓인 스트레스가 오늘 경기 덕분에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지를 떠나 농구팬으로 냉정하게 오늘 경기를 평가한다면 75점도 주기 어렵습니다.
모든 실책성 플레이 중 제일 싫어하는 24초 바이얼레이션이 밥먹듯 나오고 에어볼이 작렬하고 턴오바가 난무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시즌 5라운드 후반이나 6라운드에 이런 시합이 나왔다면 이해할 만도 하지만 2라운드 말미에 나올 시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 꼴이 너무 안 좋아서 질책의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두 팀 중 특히 KTF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현주엽은 1쿼터도 넘어가기 전에 발을 질질 끌고 있었고 고통 탓인지 볼키핑도 약해졌고 박스아웃이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황진원은 팔 힘이 완전히 빠진 건지 화려한 에어볼 쇼로 저를 놀라게 했고 진경석은 허리를 접지른 건지 중간에 벤치로 나가 트레이너에게 맛사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TG와의 시합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싶었던 변청운이 도로 부진했고 페리도 안 좋더군요. 안양 역시 팀원 전부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에 겨우 이긴 거지 오늘의 KTF라면 이겼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득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진원의 요즘 상태는 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요즘 몸이 안 좋은 거야 진작부터 알았지만 오늘 직접 보니 팔뚝 굵기가 완전 일반 고등학생 정도입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프로선수의 팔이라고는 도저히 보여지지 않는군요. 체구도 현주엽 반쪽 정도로 작년 체중의 90%나 나가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저렇게 몸이 안 좋아서는 슛벨런스 잡기도 힘들거고 일단 공수에서 상당히 버거울 텐데 걱정입니다. 아무리 젊어도 웨이트는 쉽게 돌아오는 게 아닌데 생각보다 황진원의 컨디션 문제는 심각합니다. KTF에서 좀더 빠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의 KTF승리의 수훈갑은 뭐니뭐니해도 정락영입니다. 언제나 이 선수를 보면 팀 공헌도에 비해 스탯치가 낮고 또 기실 본연의 임무인 PG로서의 능력으로 봤을 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선수이다 보니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눈에 띄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제 마음이 다 뿌듯합니다.
가뜩이나 팀이 져서 열받을 안양팬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미 많은 농구팬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안양과의 경기에서 그 상대팀은 약간씩은 파울콜이 불리한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TV로 보는 팬들은 눈치채기 좀 어려우셨겠지만 오늘도 안양의 로포스트에서는 거의 파울이 불어지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페리나 현주엽 같은 로포스트맨들이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만약 시합에서 졌다면 책임은 아마 전적으로 현주엽에게 돌아가야 했습니다. 발바닥 부상으로 최악의 컨디션에 슛벨런스를 잡기 어려웠던 현은 자신이 로포스트로 치고 들어가서 볼을 피딩해주는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갔는데 파울콜이 짜다보니 여러 차례 실책을 했습니다. 현주엽의 스탯치에 어시스트가 무려 9개나 되다보니 오늘도 혹시 현이 포인트가드 비슷한 역할을 봤나 의문을 가지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는데 오늘은 정상적으로 로포스트맨으로 역할을 봤습니다.
스토리는 어린 선수여서 그런지 마인드나 플레이에서나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나날이 발전한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김동광 감독 밑에서도 그렇지만 추일승 감독 밑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낍니다. 단 감정에 쉽게 좌우되어서 쓸데없는 파울을 종종 하는데 자주 상담을 해줘서 반드시 고쳐주지 않으면 나중에 강팀을 만나서 힘들 것 같습니다.
반면 오늘 SBS는 두명의 국내 에이스 김희선과 양희승이 극도로 부진했습니다. 김희선이 부진한 것은 내내 파이팅 넘치는 정락영과 매치업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도무지 양희승의 부진은 왠지 모르겠군요. 혹시 이번주치 슛운을 그때 TG전에 모두 써버린 건지. 쿨럭~ -_-;;
그리고 칼카모 선수, 본인이 자신을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했는데 뭐라고 할까요. 나쁘게 말하자면 어딜 봐도 그다지 특출난 부분이 없습니다. 오늘 시합에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지금 컨디션이 정상 컨디션이라면 나쁜 선수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리 봐도 KBL 농구에는 안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퇴출 시키고 지금 논의가 있는 페리를 영입한다고 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군요. 오늘 차분히 경기를 본 결과 글로버와 페리는 아무래도 플레이 스타일에서나 플레이 영역에서 겹칩니다. 작년 정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페리가 글로버보다는 효율적이겠지만 두 선수간에 시너지 효과는 그다지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페리 효과를 본다면 볼 수 있는 팀은 오리온스가 아닐까 싶군요. 다만 인간적으로도 플레이 면에서나 어딜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스펜서를 내쫓는 다는 건 아무래도 비정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구 역시 지금 용병을 바꾸는 것은 팀 분위기에 별로 좋은 영향은 안 미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때늦은 소리지만 오늘 경기를 보고 SBS는 차라리 작년처럼 왓슨과 페넬 페리 콤비로 계속 가는 게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농구를 펼치는 팀은 반드시 속공수가 하나 이상 있어야 합니다. 과거 수비농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충희 감독의 LG는 블런트라는 득점 기계가 있어 강력한 디펜스로 빼낸 볼을 바로 속공으로 연결시켜 득점으로 연결시켰습니다. 블런트는 가드 출신이라 볼컨트롤이 좋아 코트를 종횡무진 하는 아웃렛패스를 던져주기도 하고 반대로 그닥 좋지 않은 패스도 찰떡같이 받아 슛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그런데 작년 SBS선수 중에는 그런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웃렛 패스를 던져줄 선수도 없고 개떡(표현이 좀;; 죄송) 같은 패스도 찰떡같이 받아줄 타입의 선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SBS는 수비농구 특유의 지루함에 더해서 매번 지는 시합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김희선이 들어왔습니다. 김희선이 중심이 돼서 박성운, 신동한 등은 왓슨의 착실한 리바운드를 받아서 속공으로 슛으로 연결시키거나 아니면 밖으로 빼줘서 양희승에게 찬스를 내줄만한 선수들입니다. 작년에 왓슨과 페리가 통하지 않았다고 해도 올해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군요.
아무튼 칼카모는 SBS로서 뜨거운 감자일 것 같습니다. 참 방출하기도 애매하고 쓰기에는 용병으로서의 강점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안철호 선수는 아무리 봐도 신동한이나 박성운 이상의 가드적 재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농구팬들이 한국의 가드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그 부분이 좀 의심스럽습니다. 몇 명의 뛰어난 PG들이 있을 뿐 가드 특히 포인트 가드가 가져야 할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선수가 너무 드뭅니다. 국내 가드 중 정확한 위치에 제대로 아웃렛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슈팅가드까지 모두 포함해봤자 10명도 안됩니다. 로포스트에 있는 센터에게 한번에 정확하게 볼을 집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는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같은 초특급 PG와 허재 그리고 가드도 아닌 현주엽 정도밖에 없습니다. 5초 이하가 남은 빡빡한 아웃오브바운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PG로서의 능력이 저게 전부는 아닙니다. 저런 화려한 플레이 말고 건실한 부분을 잘해줘서 얼마든지 PG역할을 잘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정도는 프로팀 주전 PG라면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다른 신체적 조건에서는 아무래도 밀릴 수밖에 없는 국내 농구로서 가드와 슈터들에게 많은 부분을 바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도 안양구장 특석에 앉았는데 정말 안양구장은 경기관람에는 최고의 구장이고, 반대로 지난 시즌이나 올 시즌 안양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취미로 농구를 보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경기를 보여줍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KTF는 팀원들 간의 그 끈끈한 동료애가 언젠가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벤치가 시끄러운 팀이 KTF입니다. 플레이 하는 5명 빼고도 팀원 전부가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동료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에이스부터 식스맨까지 자유롭게 감독에게 플레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KBL 유일한 팀이 KTF입니다.
비록 올해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 효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농구는 축구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상당한 맨탈 스포츠입니다. 팀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결과적으로 팀원 개개의 능력에 시너지효과를 냅니다.
몸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태업을 한다고 비난받아도 할 수 없는 에이스에게 끊임없이 등을 두드려주고 격려 해줄 수 있는 팀원들과 어이없는 에어볼 쇼가 벌어져도 기죽지 않고 수비에 전념하는 선수들이 있는 한 KTF는 앞으로 마냥 약팀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몇번이나 실책을 거듭했지만 끈질긴 팀수비로 끝까지 따라 잡아서 결국 현주엽도 막판에 에이스답게 큰 거 두어 건 올려줘서 오늘 체면치례는 해주더군요.(현의 오늘 제일 마음에 든 플레이는 경기 초반 실책성 패스미스를 탭패스로 마무리 지어서 어시스트 해줬던 장면.)
뭐 KTF의 경기를 보면서 참 팀웍이 보기 좋고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한 역정이 나서 '그래도 3분이 넘게 남았는데 형님의 실책 두 개도 못 메꿔 주냐' 하고 애꿎은 우리 TG선수들을 원망해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한 무수한 경기를 이기고는
정말 오랜만에 TV 중계 해주는 날 지고,
그것도 꼭 하필 뭔가 대 기록 세우는 날 지고,
지난 시즌 툭하면 경기가 안 풀리고 팀원들이 전부 삽쇼를 할 때
느꼈던 기분과는 또 다르게 괴롭습니다.
아무튼 허재가 실책하면 다른 사람의 경우보다 팀원들이 느끼는
타격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에이스의 성격이 틀리고 또 팀에서 허재가 가진 위치가 좀 다르다보니 저것도 그냥 허재의 복이려니 생각해보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일주일이 넘게 못 보다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하필 그런 날 시합에 실책성 플레이를 하게 되다니... 그렇지 않아도 벤치에 앉은 시간이 너무 길어 걱정했는데 지난밤에는 속이 상해 잠이 다 안 올 정도였습니다.
진짜 스스로도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선수들보고 속으로 애들아 이런 날 팍팍 뛰어서 형님이 실수해도 좀 메꿔 주고 안되냐 싶기도 하고 또 매일 3분이든 5분이든 뛰게 해야지 궁한 때만 부르면 안티들에게 매번 허재 때문에 졌다는 소리밖에 더 듣습니까 하고 몇 초 동안 감독님도 좀 원망해봤습니다.
뭐 선수라는 거 잘하는 때가 있으면 당연히 못하는 때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만...
그나저나 앞으로는 마우스피스를 낀다니 다행인데 주성이 부상이 걱정되는 군요. 워낙 체력이 약한 선수라 항생제 탓에 입맛도 많이 떨어졌을 텐데 밥도 제대로 못 먹으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김주성의 체력안배는 전 감독님의 가장 큰 숙제이겠습니다.
TG는 신기성이 들어와서 작년보다 훨씬 단점이 줄어들었고 그 반대로 허재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 바람에 작년보다 어딘가 끈끈함과 강력함 역시 줄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플레이로 인해 홀을 비난하는 분도 많지만 저는 오히려 홀이 예전보다 훨씬 팀플레이에 적응하고 있어 고무적으로 보여집니다. 드디어 자신이 팀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2픽으로서 팀플레이를 소화해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뛰었던 팀에서는 에이스로 팀공격을 책임 져 왔었는지 자신의 플레이에 맥이 끊기면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전감독님이 이런 부분을 적당히 조절해주고 팀 패턴 중 어느 부분에 엑센트를 부여하느냐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PO로 가기 전에 빨리 해결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허재의 컨디션이 돌아오는 것 같아 그 점만은 고무적입니다. KCC와 경기에서는 허코치가 좀 흥분해서 끝처리가 좋지 않았습니다만 초반에 3점슛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하체도 흔들리지 않고 슛 릴리스도 자기 타이밍 그대로더군요. 앞으로는 시합에서는 공격력이 전혀 없는 선수라는 오명을 쓰진 않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정경호 선수 특급용병의 천적 맞습니다. 페이크가 도무지 통하지 않는군요. 골밑에서 한타임 죽여주는 민랜드의 페이크는 운동능력에서 나오는 힉스의 빠른 페이크와는 또 다르게 상당히 막기 까다로운데 절대 안 속습니다. 쿨럭~
민랜드 선수 두 번째 불럭 당했을 때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군요. ^^
민랜드 선수 장점은 머리가 좋다는 게 가장 큽니다. 그가 힉스보다 나은 운동능력을 가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농구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과 인간관계도 사교적이고... 물론 앞으로 계속 두고 봐야겠지만 매너도 참으로 깨끗합니다. 몇 안되게 예뻐지는 용병입니다.(단 우리 경기에선 좀 덜 열내도 돼... -_-;;)
그나저나 전희철이 조성원과 트레이드 됐군요. 지난 시합에서 전희철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를 보여줬는데 시기적으로 좀 아쉽겠군요..
오늘도 안양구장 특석에 앉았는데 정말 안양구장은 경기관람에는 최고의 구장이고, 반대로 지난 시즌이나 올 시즌 안양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취미로 농구를 보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경기를 보여줍니다 -- 요 부분이 절실하게 공감이 간다는..(안양홈경기 항상가는 바보거든요. -_-)
첫댓글 우항^^ 잼있게 잘읽었습니다^^
오늘도 안양구장 특석에 앉았는데 정말 안양구장은 경기관람에는 최고의 구장이고, 반대로 지난 시즌이나 올 시즌 안양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취미로 농구를 보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경기를 보여줍니다 -- 요 부분이 절실하게 공감이 간다는..(안양홈경기 항상가는 바보거든요. -_-)
그럼 티지의 1번 픽은 누군가여? 설마 신기성 아님 김주성...?????
티지 공격의 1번은 작년이나 올해나 김주성-데릭스(존슨)의 포스트 입니다. 작년에 허재가 아직 미숙한 김주성에게 고집불통으로 볼을 맡겼죠. 덕분인지 김주성은 거의 초고속으로 에이스가 됐죠.
진짜 안양구장 관중이 너무 없는듯..선수들 별로 뛸 마음이 안날듯 합니다..다른 구장은 사람 많은데..유독 인구 많다는 수도권 지역의 구단들이 관중으로 고생하는듯..삼성,안양,SK까지..ㅡㅡ
잘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부탁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