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9 04:51
대선 1주년,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에…그들은 모두 인터뷰를 사절했다.
-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1년 전 12월19일 저녁,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의 모습이다. 그날 하루 종일 긴장감과 함께 대통령 선거 투표 상황을 주시하던 새누리당 사람들이 저녁 6시 방송3사의 출구조사(exit poll) 결과를 보기 위해 상황실의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일단 출구조사 결과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 손을 높이 치켜들며 환호하는 젊은 당직자도 있지만 선대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직 출구조사 결과일 뿐, 실제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사람들의 얼굴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가 영입해온 주요 인사 4명의 얼굴이 보인다. 김용준(앞줄 왼쪽에서 세번째)ㆍ 김성주(앞줄 왼쪽 첫번째) 공동선대위원장과 김종인(앞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한광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100%대한민국 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이다.
이런 저런 기여와 역할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 낸 명실상부한 대선 공신(功臣)들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박근혜 정부 1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요즘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비서실이 하는 일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는 일이라고 한다. 대선 1년을 맞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김성주 회장은 일절 응하지 않는다. “본업에만 열중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빨간 운동화에 스키니진 차림으로 여의도 당사를 처음 찾아 정당 판 사람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던 김 회장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서 곧장 여의도를 떠났다. 미련이 조금은 남았을 법도 한데 그는 단호했다. “선거가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란 처음 공언 그대로였다.
그는 본업으로 돌아가 MCM브랜드의 세계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본업으로 서둘러 돌아간 이유와 관련해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선거에 참여한 4개월 동안 매출이 20∼30% 떨어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억원 정도 된다. 앞으로는 사업에만 주력하겠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 스스로를 ‘트러블메이커’ ‘돌풍대장’이라 칭했다. “난 재벌좌파다” “한국을 확 뒤집어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는 등의 튀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파격’과 ‘신선’이란, 전에 없던 플러스 알파를 그를 통해서 얻었다. 그는 요즘 사석에서 박근혜 정부의 1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나는 아직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김용준 공동선대위원장
김용준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대선 이전의 직책인 ‘법무법인 넥서스 고문’으로 돌아가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늘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에 오전 10시쯤 출근해 오후 2,3시면 퇴근한다고 한다. 넥서스는 김 전 의원장의 아들과 사위과 경영하는 법무법인이다. 아침 일찍 수영장을 찾아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이전과 똑 같다고 한다. 다만 정치권 인사들은 되도록이면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공동 선대위원장들을 모시는 식사 자리나 가끔 나가실 뿐 정치권 쪽 사람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년, 김 전 위원장 만큼 격한 부침(浮沈)의 시간을 보낸 이도 찾기 힘들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이어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명 당시만 해도 그는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일궈내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그의 총리 지명에 대해서도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담긴 신선한 인선’이란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두 아들의 군 면제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그는 결국 지명 5일만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쳤다”는 변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를 출범 초부터 휘청거리게 했던 악몽 같은 인사(人事) 실패의 시작이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 위원장
김종인 전 위원장은 요즘 서울 구기동 사무실과 자택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 그는 내년 2월 말 독일로 출국한다. 독일 훔볼트 재단의 초청을 받아 6개월 일정의 연수를 떠나는 것이다. 그는 최근 “어디 소속되기 보다는 옛날 식으로 자유롭게 돌아가고 싶다”며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미주알고주알 얘기는 않지만 김 전 위원장의 요즘 속내가 불편해 보인다. 지난 대선 기간 그간 파종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새 정부 들어 제대로 커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김 전 위원장이 평생 매달려 온 화두이자 소신이다. 그는 늘 “대기업 중심의 시장 쏠림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경제활성화는 의미 없다”는 지론을 펴왔다. ‘김종인표 정책’은 이미지가 중요한 선거판에서 박근혜 캠프에 적잖은 힘이 됐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무총리 등 각종 인사 하마평에 연신 오르내렸지만 막상 발표 명단에는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람들이 뭔가 나라가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이런 회의가 자꾸 든다”고 했었다. 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지만 이를 딛고 헌재소장을 역임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평가 받고 있다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지만 이를 딛고 헌재소장을 역임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광옥 100% 대한민국 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한광옥 전 의원은 대통령 소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대선 당시 추진하던 업무의 연장선 위에 그는 여전히 서 있는 셈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배식 봉사 활동을 갖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국민통합’을 주제로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한 위원장의 몫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요즘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정국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한 지 오래됐다. ‘보수와 진보, 혹은 지역 간에 파여진 갈등의 골이 대선 전보다 더 깊고 넓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한 위원장로선 ‘국민대통합위원장이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 ‘1년동안 한 게 뭐냐’는 언론의 질문이 두려운 것이다.
국민대통합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으뜸 구호였다. 호남 출신에 김대중 전 대통령 사람이었던 한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국민대통합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대선 1년이 지난 지금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의 고심이 깊은 이유다.
또 한명의 외부영입 인사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있다.
안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등 주요 요직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며, 내년 지방선거 때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개혁과,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척결, 공천제도 혁신 등 박근혜 당시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마련했다. 그는 최근 세무조사 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을 심의하는 국세청 자문기구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