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감나무
장희한
내가 감나무를 한 포기 심은 것은 그럭저럭 육 년이나 된 것 같다
이 감나무를 심은 것은 아내의 성화다 낸 들 그럴듯한 장소였다면 왜 나무를 심지 않으랴 집과 집 사이 조그마한 장소다 하지만 나이 칠십 중반을 넘긴 사람이 언제 감을 따 먹겠다고 감나무를 심으랴 하며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이다
이월 그믐께다 날씨가 따뜻하여 봄이 일찍 올 것 같아 동대문 나무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에 나가니 아직은 썰렁한 분위기다 시장에는 묘목만 잔뜩 쌓여있고 나무를 사는 손님은 없었다 괭이로 땅을 파서 나무를 심고 막걸리를 한 병 사다 부었다 나무가 막걸리를 주면 모종한 나무가 잔 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삼월 중순이던가 보다 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꽃들은 기지개를 켜고 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감나무도 새싹이 나겠지 하며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감나무는 잠을 자는지 눈을 좀체 뜰 기척이 없다. 산과 들에는 봄이 와서 꽃들이 지천이다. 나무들도 잎이 피어 야호 하며 시끄럽게 피어났다 외출을 하며 들여다보고 들어올 때 들여다보아도 마냥 감나무는 잠속이다. 혹시 이놈이 죽었나 하며 껍질을 손톱으로 까 보아도 연초록으로 푸른색이다. 그럭저럭 사월도 지나고 오월이 접어들어서도 나무가 죽었는지 소식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놈의 나무 속을 알아야지 혹시 나무를 심을 때 막걸리를 많이 먹여 술에 취해 그러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유월이 되어서야 옷을 툭툭 털며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삼 년 전인가 보다 제법 나무가 커서 울 장 너머로 손을 뻗을 무렵 감나무는 감을 두 개 달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날이면 날마다 눈 마중했다 감이 대봉감이라 주먹만 하여 감나무 잎이 질 무렵 따다 식탁에 두고 매일 바라만 보았다 그렇게 사랑을 주던 감이 이듬해는 아홉 개가 달렸다. 얼마나 좋았던지 시집간 딸에게 이야기하였더니 딸도 올 때는 뒤꼍으로 가서 눈인사를 하였던가 보다 그래 감이 익으면 딸에게도 몇 개 주어야지 하던 것이 겨울로 접어들어 딸은 오지 않아 아내가 감이 연시가 되었네 하며 하나둘 먹던 것이 다 먹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옆집 감나무가 흰점 깍지벌레 병을 앓더니 우리 집 감나무로 옮겨붙어 감나무가 병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설마 하고 놓아둔 것이 감나무 전체가 잎이 하얗게 병이 옮아 약을 쳐도 소용없어 손으로 흰점 벌레를 낱낱이 잡아 주었다.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어 감이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감나무를 보니 나무는 병에 걸렸는지 별로 얼굴이 변하지 않아 내년으로 기약했으나 올봄으로 접어들어 싹이 나는 것이 영 신통찮아 어제는 약을 사 왔다 그렇다 나무도 생명이 있지 않은가 몸이 아픈데 어떻게 자식을 돌보랴 그래서 지난가을 품었던 자식을 내려놓았던 것이 아닌가? 내 진작 네 마음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썼을 것이다. 나무야 미안하다 약이라도 먹고 몸을 추슬러야지. 그래야 올해도 이쁜 아기를 안을 것 아닌가? 사람이나 식물이나 사랑을 하면 되돌아오는 것 뿌린 것 만치 거두는 것이 사랑이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 매일 농장에 가서 사랑을 한만치 거두어지는 것이 농사라 했다 내가 어디서 책을 보았다 난초를 길으며 매일 물수건으로 난잎을 닦아 주었더니 잎이 싱싱하며 예쁜 꽃을 피운다는 말을 들었다 난초가 사랑을 받은 것만치 돌려주는 그것이 아닌가? 나도 감나무에게 그러하리라 감나무야 올해는 어서 툴툴 틀고 일어나 예쁜 아기를 나에게 많이 안겨다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나무에 대한 이야기 수필 잘 읽었습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은
삶이 다 똑같다 하겠습니다.
아픔 시련 없이
꽃 피기도 어렵지
고난 고통 없이 어찌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오.
동감하고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