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두근거림
이천, 수원, 안산을 거쳐 무현이 도착한 대전까지 단 이틀만에 돌고나니 기진맥진 상태다.
그래도 늦출수 없는지라 무현과 경태는 두 눈이 벌개진것도 잊은채 대전 매장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어서 오십시요. 이사님"
한대리와 몇몇 매장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나름대로 청결과 신선을 최우선의 삼고 있습니다."
"네"
간결한 무현의 답변에 할말을 잇지못한 한대리는 멋쩍은 표정으로 경태를 바라본다.
경태는 무현의 귀에대고 작은 소리로 소근거린다.
"자주보는 것도 아닌데 너무 딱딱하잖아. 대전은 처음이고...부드럽게 대해줘."
"....어"
맨위층의 전자매장부터 차례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곧이어 제일 붐비는 식품매장이 눈에
띄게 북적거리고 있었다.
"야채는..."
"됐어요. 나중에 사무실에서 듣기로하죠. 지금은 사람들도 많고 말소리도 잘 안들리니까"
"아...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여전한 무현은 보며 경태는 고개를 가로젖는다.
무현이 김치코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저멀리 보이는 과일코너에 그녀가 보인다.
경태는 무현을 살짝 돌아 그녀를 보았다.
과일을 쌓아 올리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오늘도 어김없이 긴머리를 예쁘게 땋아내렸지만 가끔 저 머리가 풀리면 어떨까하는 경태만
의 그녀를 상상하기도 한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어디를 보고 웃는거야?"
자신도 모르게 경태의 입가엔 웃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어?...아니"
무현은 경태가 바라본곳을 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뭐야? 미친놈...가자!"
"어"
다시 본 그곳에는 그녀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경태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포기하고 무현의 뒤를 따른다.
조금더 둘러보면 그녀를 찾을수도 있을것만 같은데....왠지 아쉬운 생각이 뇌리에 막힌다.
......
"오빠...네. 그거하고 그거요. 고마워요. 매번도와주셔서..."
"얼른 앞장서..."
소원은 같은 코너 담당이지만 항상 그녀의 몫까지 서슴없이 해주는 한수에게 늘 미안했다.
마음과 같지않게 좀도 많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잘 되질않는다.
소원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시식자리에 오렌지와 파인애플을 담아놓는다.
어차피 금새 사라져 버리지만 그것들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쁘기도 하다.
무현은 사람들이 제일 붐비는 야채코너,육류,과일 코너근처에서 서성이다 이내 여기저기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밀려 치이자 피곤함에 극도의 짜증이 밀려와 그대로 사무실로 올라
가자고 제안한다.
요즘들어 부쩍 신경질이 늘은 무현은 알고는 있지만 감정 조절이 제대로 되질않아 나름대로
곤욕을 치른다.
"휴~ 보고사항은 내일 듣기로하고 오늘은 그만합시다."
무현의 말에 제일 반가운 사람은 경태였다.
둘은 무현이 머무는 호텔로 곧장 갔다.
"그냥 우리집으로 가자니까..."
"됐어. 어차피 난 호텔로 가서 나머지 정리해야 할일도 있거든...오랜만에 같이 술도 한잔
하고...좋잖아?"
"나야...뭐 상관없지만....피곤하지않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경태와 무현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달리는 차안에서 잠이 들어버린다.
........
"너 먼저 씻어. 날 몇군데 전화할 데가 있어서..."
"그래 근데 다시 이옷을 입을려니 좀 그런데..."
"옷장에 츄리닝 있을거야 그거 입던가?"
"그래!"
무현은 최비서와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 소파 깊숙히 몸을 묻는다.
녹초가 된 몸을 편안하게 눕히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에 온몸이 나릇해 지는 느낌이다.
무현은 가져온 서류들을 대충 정리하고 목고리를 꺼내어 본다.
자신이 제일 잘한짓이 있다면 그녀의 사진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것의 그의 고된
삶의 의지가 되니까...
표정없이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무현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갖가지 모습들이 들어있어
그녀를 생각하는데에는 크게 지장이없었다.
"너도 씻어"
회색 츄리닝 차림의 경태가 나오자 얼른 목고리를 셔츠안으로 집어느며 옷가지를 챙겨든다.
경태는 그가 허둥대는 것을 보았지만 묻진 않았다.
그것을 싫어하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모든게 다 귀찮을 정도로 몹시 피
곤 했기때문이다.
.......
"나가서 한잔 하고오자"
"이차림으로?"
"어때? 가자"
둘은 츄리닝 차림으로 지하에있는 카페로 내려갔다.
약간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안은 몇안되는 사람들로 허전했다.
"그냥 바에 앉자"
무현과 경태는 서로 한자리씩 차고 앉아 각자의 취향대로 술을 시킨다.
"넌 그게 맛있냐?"
"난 술맛을 모르겠어. 그냥 이게 마시기도 편하고 ..뭐...좋잖아?"
경태가 고른 술을 병째 마시는 맥주였다.
"그럼 넌 그 보리차가 맛있냐?"
"최고지...얼마나 고소한데..."
무현은 어느새 세잔을 비워내고 있었다.
경태는 무현을 바라보며 왠지 어색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어깨에 손을 얹는다.
"무슨일이야? 선보는것 때문에그래?"
무현은 말없이 다시 잔을 채운다.
"아니...그냥 ...왠지 그냥 그런거야"
경태는 예전의 일을 들추고 싶지는 않았지만 방송실의 한 아가씨 때문에 잠시나마 힘들어
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무현을 위로하고자 하였다.
"그때...그 아가씨?"
그말에 또 다시 채워지는 잖이다.
연거푸 마신탓에 무현은 조금씩 눈동자가 풀리자 무현을 부축해 방으로 올라왔다.
학교다닐때는 곧잘 무현의 집에서 잘 자던 경태는 오랜만에 같이 누운 무현의 모습을 바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내 꼴이 우습냐?"
무현은 두눈을 감은채 말한다.
"아니...갑자기 우리 학교다닐때가 생각이 나서...종종 너희집에 가서 자곤 했잖아."
"별걸다 떠올린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 가슴에 너무 담아두면 병된다."
한동안 말없이 무현은 눈을 감은채, 경태는 천장을 응시한채 서로 말을 아꼈다.
"나도 아는데...딱히 얘기할 사람이 없어. 뭐라고 얘기하기도 그렇고"
"미친놈...죽자사자 사랑했던 사람도 아닌데 뭐하러 생각하냐?"
"넌 그런적없냐? 잘 모르는데...막 관심이가고...관심갔다보니 보고싶어지고...그러다보니
좋아지고..좋아지다 보니...어느새 안보이면 애타게하는 사랑인가 싶은거..."
경태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얼머무렸다.
그녀의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지금 무현이 말한 그대로인것 같다.
다가가고 싶긴한데 그것이 잘 안되어 뒷짚만 지고 있어야하는 왠지 깨름칙한 기분...
경태는 어느새 숨소리가 잦아드는 무현을 무심코 돌아다 보는데 그가 보아오지 못한 목고리
가 보였다.
경태는 살며시 목고리를 꺼내 보니 사진을 넣고 다니는 은색의 작은 크기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경태는 옷 안으로 목고리를 넣어 놓고는 잠을 청한다.
그날 저녁에 먹은 술과 피로로 인하여 무현과 경태는 오랜만에 다정히 그 다음날 오후까지
원없이 잠을 잤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나만 보일 수 있다면...17
PHOTOS
추천 0
조회 461
06.01.23 05:37
댓글 4
다음검색
첫댓글 처음부터 쭈~욱 단숨에 봤어요... 재밌어요.. 담편도 기다릴께요..^^
감사합니다....단숨에 보셨다니...얼릉얼릉 힘내야지...
저도요~~~~담편도 빨리 올려주셈^^
감사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